블로그에 여러 번 말했지만, 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메멘토' 가 처음 나왔을 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자부심' 같은 게 좀 의아했고 거부감이 들었다. 하도 오래되서 기억나지 않지만, 사실 '메멘토'의 이야기 자체는 간단하지 않나. 그 간단한 이야기를 역순으로 편집하여 영화를 만든 것인데, 그 정도 이해하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메멘토' 를 시작으로 '인셉션', '인터스텔라'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가 굳이 안 그래도 될 이야기를 괜히 꼬아서, 필요 이상의 진입 장벽을 형성하는 듯한 연출이 맘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인셉션' 은 보다가 너무 재미 없어서 완전히 꿀잠을 잤을 지경이었다. 나는 아무리 재미 없는 영화도 웬만해선 끝까지 보는 사람인데, 인셉션은 정말 못참겠더라.. 아직도 안보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볼 일 없을 듯 하다.

  이런 나의 선입견 때문에 나는 '다크나이트' 시리즈도 한동안 안보고 버티고 있다가 우연히 '배트맨 비긴즈' 를 보고, 내가 왜 이 영화를 안보고 있었을까 라고 엄청 후회했다. 다크나이트를 계기로 크리스토퍼 놀란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거두기로 했다. (여전히 그닥 좋아하는 감독은 아님)  

 

  영화 '덩케르크' 의 이야기는 참 간단하다. 2차 세계 대전 초, 프랑스 덩케르크에 고립된 영국의 육,해,공군이 살아남는 이야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답게 이 영화는 해변에서는 일주일이야기고, 바다에서는 하루의 이야기고, 하늘에서는 한시간의 이야기다. 이를 교차 편집하여 어김없이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는데, 워낙 이야기 자체가 간단하여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아이맥스로 봐야한다고 하여 아이맥스로 봤는데,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정말 영화 보는 내내 숨막히는 느낌이었다. 특히 마지막 쯤에 토미 (핀 화이트헤드) 가 기름 둥둥 뜬 바다에서 손붙들린 채 바다 속을 질질 끌려다니는 장면은 나까지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전장의 한 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비록 미학적으로 훌륭한 장면을 만들고 예술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아니지만,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세계를 착실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는 감독이란 생각은 들었다.


아쉬운 점.


1. 한스 짐머 음악이 좋은 건 알겠다. 하지만, 너무나 Too much 였다. 음악 없는 시간이 런닝타임 동안 단 10분도 안될 듯. 사운드에 기대어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건 연출자로서 좀 게으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와 '랜드 오브 마인' 과 비교를 해보면 내가 말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랜드 오브 마인' 쪽이 훨씬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2. 영국 국뽕 지겹다....(내가 요즘 영국 소설 & 영화 너무 많이 보긴 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민간 어선들이 군인들 구하러 오는 장면은 너무 전형적이라 실소가 나왔고, 한편으론 내가 이런 애국심 유발하는 영화 진짜 질색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너무 냉소적인 사람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소개되는 영국 감독들 영화 대부분 다 과거 자기네들이 잘나가던 시절 이야기인 것도 좀 문제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과거로 자위하는 거 음.. 자국 문화 발전에도 좀 별로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에드거 라이트' 감독 같은 사람 너무나 소중한 존재. '베이비 드라이버' 완전 기대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추천한다.


1.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무거운 아이맥스 카메라 들고 촬영한 보람이 있다. 영화 다 보고 나면, 나도 덩케르크 해변에 있었던 것처럼 기진맥진해질 정도다. 


2. CG 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감독이라, 모든 소품, 엑스트라가 다 진짜인데, 보는 재미가 만만찮다. 그의 장인정신은 높게 사줄 만하다. 


3. 전쟁 영화인데도, 잔인한 장면 하나도 안나온다. 요즘 전쟁영화들이 필요 이상으로 훼손된 신체를 전시하는 것 같아 불만이었는데, 이 영화는 그런 거 전혀 없다. (나는 아직도 어떻게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가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는지 이해가 안가는 사람 중 하나임. )


4. 상큼하고 귀여운 청년들 많이 나온다. ㅋㅋㅋ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아래 사진 참고.



P.S 1. 주인공 Fionn Whitehead 인터뷰를 보니 이 영화 찍기 직전까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로 카페에서 접시닦다가 어느 날 갑자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주인공으로 떡하니 발탁되었단 인터뷰 보면서 참... 될 놈은 뭘해도 된단 생각했다. 처음에 덩케르크 시내에서 토미가 총도 없이 막 쫓기는 장면 보면서, 애가 엄청 몸이 가벼워 보이고, 날렵하게 잘도 뛰어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우 하기 전에 브레이크 댄서도 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선호하는 얼굴인 듯. 크리스찬 베일이랑 분위기 뿐 아니라 얼굴까지 거의 똑같이 생겼다.


P.S 2. 해리 스타일스가 아이돌인지 전혀 몰랐다. 연기 진짜 잘하던데??


P.S 3. 스핏파이어가 하늘에서 싸우는 부분 너무 멋있어서, 내가 사람 죽는 전투장면 보면서 이렇게 멋지단 생각해도 되는 것인가... 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파일럿 역 맡은 톰 하디랑, 잭 로던 겁나 멋있다! 특히 위 사진에서 제일 오른쪽에 있는 잭 로던. 바다에 추락해서 헬멧 벗는데 너무 금발 미남이라 극장에서 혼자 띠요요오옹 하면서 눈이 휘등그레졌다. ㅋㅋㅋ 


P.S 4. 스파이 브릿지에서 소련 스파이로 나온 아저씨가 민간 어선 선장님으로 나오셔서 반가웠다. 스파이 브릿지에서 연기 너무 잘하셔서 난 진짜 소련 분인 줄 알았다. 근데 순수 영국 분이셨다.


P.S 5. 블로그에 리뷰 쓰면서 웬만하면 ㅋ 같은 거 안쓰기로 했는데 에라이 모르겠다. 어차피 나 혼자 보는 거, 다 무슨 소용이랴. 앞으로 그냥 막 쓰기로 했다. ㅋ


사진출처-Daum영화


인터스텔라도 2014년에 본 영화인데 빼놓고 어제 일기에 안써서 짧게 쓴다.
이 영화는 2014년에 내가 본 영화 중 최악 3위 안에 든다.
로마 위드 러브 보다 더 싫었다. 로마 위드 러브는 아이 엠 러브 에 나왔던 잘생긴 이태리 남자배우라도 나오지. 심지어 이 영화는 그런 재미조차 없다!!
난 남들이 좋다고 하면 무조건 싫어하고 보는 사춘기 소녀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대체 왜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 도저히.
메멘토 때 부터 눈치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필요이상으로 영화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다.
메멘토 봤을 당시 LA 컨피덴셜을 본 직후였는데 두 영화를 비교했을 때 LA 컨피덴셜이 백배는 더 재밌었다. 영화는 LA 컨피덴셜 수준으로 복잡해도 충분히 설득력있고 철학도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관객이 이해하는데 불편함이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복잡하면 안된다는 거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집에서 보려다 재미없어서 중간에 꺼버린 인셉션과 동급으로 재미없었고, 심지어 앞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라면 그냥 안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시각효과는 인정한다. 특히 물로 가득찼던 첫번째 행성 묘사가 좋았다.
다크나이트는 진짜 재밌었는데… 베트맨 시리즈가 유일하게 내가 좋아하는 놀란 감독의 영화가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