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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9 호밀밭의 파수꾼 을 다시 읽고.

  겨울이 되면,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이 되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가끔 생각난다. 시기가 딱 그러니까. 


  난 요즘 유행하는 예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건 내가 시대 분위기에 편승한 삶을 살아오진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만약에 응답하라 2002 같은 드라마가 나온다면, 그 때 당시 월드컵에 미쳐 있었던 한국 사회와 환희 같은 걸 주로 다룰 것이라 생각한다. 모여서 응원하고 그런 거. 하지만, 나는 2002년에 단한번도 거리 응원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안한 건 아니다. 반발감이 특별히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노력해도 흥분이 되지 않았다. 딱 20살이었는데도 말이다. 경기 있다고 빨간 옷을 입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탈리아 전에서 안정환이 골을 넣었을 때도 (물론 나도 기뻤지만) 내 주변 사람들 처럼 방방 뛰고 껴안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일부러라도 소리 지르고 막 기쁜 척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강제적이지 않은 것에 까지 일부러 사람과 섞이려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그냥 평소 나처럼 내 기쁨을 표현했다. 

  또 생각나는 게 16강전 경기 중 한경기가 있던 날이었던 거 같은데, 나는 자취방에 와서 탈수기능이 고장난 지하의 공용 고물 세탁기를 저주하며 베란다에서 혼자 빨래를 짜고 있었다. (그 빨래들은 나중에 결국 냄새나서 다시 빨 수 밖에 없었다.) 빨래를 짜면서도 지금 대한민국에서 혼자 베란다에서 낑낑대며 빨래 짜고 있는 사람은 나 하나 밖에 없을거다.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난 그때 20살이었다. 

  

  이렇게 태생적으로 시대 분위기와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다행히 그 증세가 심각하지 않아서, 그럭저럭 밥값 하며 살고 있지만 때때로 조직에 완전히 섞이지 못하는 성향 때문에 스스로가 너무 답답하고 불쌍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미치도록 우울하고 외로워지기도 하고.


  이 책이 모든 청소년들에게 애독서 혹은 필독서가 되어야 하는 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렸을 때 나처럼 '나는 왜 다른 애들처럼 즐겁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서른 넘게나이 먹어서도 그냥 나이만 꼬박 꼬박 먹은 체, 미성숙한 나같은 어른에게도 아직도 이 책은 유효하다. 


  앞으로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이 책이 생각나고 또 읽게 되고, 또... 또 위안 받으면서 이 시기를 외롭게 보낼 거라 생각한다. 아줌마가 되어도 할머니가 되어도, 홀든 콜필드를 보며 울적해졌으면,  그리고 가엾고 이렇게도 착한 콜필드가 나랑 참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