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백수

일상 2010. 5. 23. 15:24
28살답지 않게 나 도저히 못하겠다고 대책없이 관두고 나서 집에서 푹 쉬고 있는데도 혓바늘이 돋았다.
이 큰 몸에 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참 불편하고 혓바늘이 나면 먹을 때 불편하고 정말 사람이 참 나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티끌만큼도 다치면 안되는거다. 너무 살기 불편하니까.
요즘에는 일어나서 커피 내려 먹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다. 엄청 큰 잔에 한잔 가득 마시는데 난 이상하게 커피 마시다가 마지막에 한모금 정도 남으면 그 커피는 안 마시고 싶다. 그래서 그냥 버린다. 왜 그러지. 아메리카노는 식어도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말이다.
회사를 관둘 때 후배가 컵을 사줬다. 내 바로 밑에 후배가 팀회비를 관리하는 역할이라서 관둘 때 선물도 내가 골랐는데 커피원두랑 비비크림을 사달라고 했다. 원래 쓰던 비비크림이 있었는데 샘플로 받았던 비비크림이 내 피부에 더 잘 맞았다. 그렇다고 한참 남은 비비크림을 놔두고 또 사기는 돈 아까워서 그 비비크림이랑 집에 있으면서 내려마실 커피 원두를 사달라고 했다. 그리고 후배도 선배 선물 뭐살까 망설이고 있다고 하여 콕 집어서 컵 사달라고 했다. 일단 후배가 사준 컵은 엄청 크고 화사해서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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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250g 짜리 원두를 내려 먹다 보니 꽤 오래 마시다가 저번 주에 새로운 원두를 샀다. 베트남 원두라는데 스타벅스나 커피빈 원두의 반가격 밖에 안해서 샀는데 맛이 괜찮다. 예전에 먹었던 일본꺼 ucc 원두보다 맛과 향 모두 더 좋다. 이거도 뭐 한 한달정도 먹겠지.
그나저나 커피 전문점에서 사오는 원두는 더 대량으로 싸게 들여올텐데 최소한 2000원씩 받으니 얼마나 남는 장사야. 역시 물장사를 해야 하는 것인가!!
내가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으면서 부터는 스타벅스나 커피빈 가서 도저히 아메리카노는 못 시켜 먹겠다. 일단 집에서 실컷 마시고 있고, 너무 싸다는 생각에서... 근데 뭐 일부러 조금이라도 비싼거 먹자 하고 시키는 바닐라 라떼나 카페모카도 원가는 싸겠지?
하지만 난 쪼잔하게 원가 따지면서 커피 마시고 싶지 않다. 난 커피를 사랑하니까 커피한테는 무한 애정을 배풀기로 했다. 뭐 그렇다고 내가 고급입맛인 것도 아니고 티오피 칸타타 같은 커피도 좋아하고 커피우유도 좋아하고 커피 아이스크림도 좋아하고 맥심 모카골드도 가끔 마시면 그렇게 맛있더라. 사랑해요 카페인. 나는 카페인의 노예;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나에게 있어 블로그의 의미는 뭘까? 집에 있으면서 자연히 컴퓨터 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는데 처음에 내가 인턴넷에 혼자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21살 여름방학 부터 인거 같다. 아닌가? 20살 때 부터 인가? 어쨌든 그때는 다 개인 홈페이지 였기 때문에 더 썰렁했다. 오는 사람은 딱 두명이었다. 그래도 근성있게 일기를 계속 썼다. 그러다가 잠깐 네이버 블로그를 했다가 너무 사람이 많은 거 같아서 그것도 관두고 티스토리도 한두번 주소 바꾸고 다 지웠다가를 반복하다가 여기에 정착했다.
보다시피 여기 블로그도 아마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5명 이내? 하루에 아마 나 혼자만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할 건데 나는 지치지 않고 블로그를 하고 있다.
요즘 보면 블로그에다 광고 달면 돈도 준다는 거 같던데, 지금 백수다 보니 푼돈도 아쉬운 입장이라 알아봤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고 내 블로그가 인기 블로그도 아니고 왠지 순수성을 잃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누군가에게 나 좀 알아달라고 블로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인기 블로거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뭐 내가 그럴만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어렸을 때 내 꿈은 원고료 받아서 돈 버는 사람이었다. 크크크. 세상에는 나보다 책을 백배는 더 많이 읽고 백배는 글을 잘쓰고 기발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아주 예전에 알았기 때문에 진작에 관뒀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어떤 식으로든 내가 뭔가를 쓰고 있다는 것에 위로받고 싶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 블로그에 쓰다 보면 찌질한 내용도 많지만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도 있고. 반성도 꽤 많이 한다. 내 자신에 대해서. 가끔은 이놈의 블로그에 너무 시간을 오래 뺐기기도 하지만.
그런데 왜 난 왜 그렇게 어렸을 때 부터 냉소적이었는지 모르겠다.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기도 했지만, 뭐 내 노력의지도 부족했다.
그리고 내가 20살 이후로 제일 꾸준히 해온 짓은 홈페이지든 네이버 블로그든 어딘가에 열심히 일기 쓴 거 밖에 없다. 그래서 더 애착이 생기는 지도 모르겠다.

p.s 오늘 류현진 김광현 빅매치에서 만약에 류현진이 진다면 난 오늘 잠을 못 잘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야구 카테고리에 글이나 하나 써볼까. 으흐흐

내가 쓰는 사무실 컵

일상 2008. 2. 21. 15:19
지다님께서 올리신 글 보고 갑자기 나도 내 컵을 소개하고 싶어서 이렇게 급 포스팅!

난 밥을 먹자마자, 컵을 쓰자마자 바로 설거지 하는 깔끔한 성격이 아니라 자취할 때도 자기전 딱 한번 설거지를 했는데 하루종일 집에 있다보면 가장 헤프게 쓰게 되는 것이 바로 컵 이었다. (여담이지만 저번에 친구가 새언니 성격 진짜 드럽다고 밥 먹고 설거지도 안해놓고 상도 안 닦아놓는다고 하는데 솔직히 좀 놀랬다. 원래 밥 먹자마자 설거지 하는건가..싶어서.. ; 친구네집 놀러갔을 때도 친구가 밥 먹자마자 설거지 바로해서 놀래고.)

그래서 난 혼자 살면서 컵을 진짜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손잡이 떨어지고 깨지기도 많이했다. 근데 손잡이 떨어진 컵은 그냥 뭐 쓰는데 문제 없어서 청승맞게 손잡이도 없는 컵 대충 쓰고.. 그랬다. 근데 난 손잡이 떨어진 컵은 그냥 써도 이빠진 그릇에 밥 먹기는 죽어도 싫다. 저번에 친척언니네집에서 한달정도 얹혀 살 때 그 언니네 집 밥 그릇 중 이 안 빠진 그릇이 하나도 없었다. 맘 같아선 그냥 사고 다 갖다 버리고 싶었는데 사주는 것도 건방지고 남 살림에 신경쓰는 것 같아서 참았다.

우리집에는 엄마가 시집올 때 사온 그릇이 아직도 많은데, 난 엄마한테 '엄마 안 쓰는 그릇 나 시집갈 때 그냥 가져간다. 모자르는 것만 살거야.' 라고 말했는데.. 거의 진심이다. 별로 그릇 욕심이 없다.
우리 엄마는 국그릇, 밥그릇, 접시 같은 것엔 나와 마찬가지로 관심이 전혀 없는데 유독 반찬그릇 욕심이 많다.
그릇은 아니지만 또 특이할만한 점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쓰던 수저 젓가락을 아직도 사용한다는 거. (어린이 용이라 젓가락도 짧고 수저도 작지만 그냥 쓴다) 이것 역시 엄마가 시집갈 때 가져가랜다. 흐흐.

서두가  길었지만 내가 사무실에서 쓰는 컵은 바로 이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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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옷차림에 전혀 매치되지 않는 모자를 쓴 것처럼 어색해보이는 저 뚜껑은 예상하셨다시피 지 짝이 아니다. 그냥 어찌어찌 하다보니 딱 맞길래 같이 사용하고 있다. 이 컵은 원래 2개가 한 세트인데 한 개는 자취하다가 깨졌다. 저기에 커피도 마시고 우유도 마시고 차도 마시고 그런다. 그리고 내가 퇴근하기 전 꼭 하는 일은 컵 설거지 해 놓기다. 근데 사무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세미가 너무 불결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개인 수세미를 하나 사놓고 싶은데... 요즘에는 너무 더러운 생각이 들어서 그냥 손을 깨끗하게 씻은 후 손에 세제 묻혀서 컵을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