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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2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 4

이제서 새삼스럽게 올리기 좀 민망하지만 일본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우리가족은 그래도 명절인데 어디 가야하지 않겠냐 싶어서 예술의 전당에 갔다.

우리 친척들은(특히 친가) 명절이 되어도 가족들끼리 복작보작 모이거나 몇시간을 걸려서라도 귀향 하는 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들 성격이 비슷비슷해서 꺼려하는 분위기랄까? 혹시 만나도 딱 점심한끼 같이 하고 말지 그 집에서 자고 먹을 것 해먹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명절증후군도 없고 우리가족 역시 명절 연휴는 연휴 내내 늘어지게 잠자고 쉬고 그러는거다. 그렇다고 친척들이랑 원수지고 사는 것도 아니고 다만 성격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 엄마는 처음에 이런 게 다들 너무 차갑게들 지내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 했다는데, 솔직히 난 이게 훨씬 합리적이고 좋다고 생각한다. 20년 넘게 이런 집안 문화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친척들이 다 둘러앉아서 음식하고 TV 보고 얘기하고 하는게 왠지 끔찍하고 싫다. 얼마나 불편해.;;

우리가 갔던 날 예술의 전당에서는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 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칸딘스키라. 전시회 제목만 보면 칸딘스키 그림이 엄청 많을 것 같지만 그냥 러시아 거장전 이라고 하는 게 나을 뻔 했다. 다른 작가들 그림이 훨씬 많았다.

생전 처음 보는 러시아 그림을 보니 러시아에 한번 가고 싶어졌다. 여러 작가들이 각기 다른 그림을 그렸음에도 모든 그림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음침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고흐 그림처럼 태양이 작열하는 느낌이 나는 그림은 거의 없었다. 여름을 그리고 아무리 화려한 색을 썼어도 약간 어두워 보였다. 단순한 난 러시아 춥긴 진짜 추운가보다. 이런 생각을 했다.

저번에 미국애들이 러시아를 도저히 눈뜨고는 못봐줄 정도로 싫어하는 이유는 러시아한테 문화적 열등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작가로만 봐도 그렇다. 톨스토이, 푸쉬킨,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 안톤 체홉♡ 을 비롯한 러시아의 쟁쟁한 작가들과 비교해본다면 솔직히 뼈속까지 미국인이라 할 수 있는 굉장한 작가가 누가 있나. (그리고 미국애들은 '백경'을 굉장한 문학작품으로 포장하던데 난 읽으려다 너무 재미 없어서 포기했다) 음악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영화의 이해 같은 입문서를 펼쳐보면 러시아 감독이 많으니까. 거깃다 나 역시 러시아 하면 왠지 닥터 지바고 생각나고 왠지 낭만적일 거 같고 그런데 미국 하면 과장하기 좋아하는 놈들. 깊이 없는 놈들. 심지어 뿌리 없는 놈들. 이런 생각만 든단 말이다. (인디안이나 흑인 각 민족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볼 때)
아 미국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미국 애들이 스타워즈에 죽고 못사는 것은 미국인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미국만의 설화나 이야기가 없고 그 자리를 스타워즈가 대체해서라는 주장도 어디서 봤다. 미국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건 그들만의 특이한 정서가 없기 때문아닐까? 또한 난 미국이 그렇게 죽고못사는 스타워즈도 재미가 하나도 없던데. 돈주고 보라고 그래도 시간 아까워서 보기 싫을 정도.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러시아의 정서가 고스란히 그림에 담겨져 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
내가 가장 좋았던 그림은 바로 밑의 그림인데 이미 몇가지 색을 안 썼고 형태도 매우 간결하지만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허해지고 쓸쓸하고 그랬다. 그래서 엽서도 샀는데 불행히도 난 작가이름도 그림이름도 벌써 기억이 안난다. 집에서 블로그 하게 되면 작가명하고 이름도 붙여 놓겠다.;;겨울과 관련된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이 죽일놈의 아이큐)
그 전시장에서 봤던 인상적인 문구 는 (정확하진 않지만) '나쁜 평화가 뜻있는 전쟁보다 항상 낫다.'(러시아 속담) 라는 문구다. 전쟁 그림 위에 붙여져 있던 문구인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혹시 더 궁금하시다면 http://www.2007kandinsky.com 을 방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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