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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결혼식날

일상 2013. 10. 21. 00:38

  오늘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수원 경기도청 옆에 있는 예식장이었는데, 대중교통으로 2시간이 넘게 나와서 차를 끌고 나섰다. 생각보다 길도 하나도 안 밀려서 나는 예식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영동고속도로 밀린대며...)

  친구를 보니 행복해보였다. 싱글벙글에다가 심지어 친구도 친구 엄마도 아빠도 아무도 안 울어. 크크크. 나 그렇게 전혀 안 우는 결혼식은 처음 본 것 같네.

  밥도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난 뷔페가 아니라 갈비탕이 나와서 행복했다. 예식장 뷔페가서 두접시 이상 먹어본 기억이 없다. 완전 배고파서 허겁지겁 멋었다. 오늘 결혼한 친구와는 워낙 오래된 친구라 그 집 식구들도 다 알고 지낸다. 결혼식을 계기로 오랜만에 친구 동생들도 보고 친구 어머니도 보니까 반가웠다. 친구의 여동생이 오히려 울고, 또 친구의 남동생까지 얼굴 시뻘개져서 울더라. 하지만 친구와 친구의 어머니는 전혀 눈물 한방울 안보이셨다. 멋있으신 부모님과 친구. 

  친구는 아마 엄청 행복하게 살 것이다.

 

  밥을 먹고 또 친구와 인사를 하고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왔는데 머리속이 온통 백지장 이었다. 아직 내비게이션이 내 위치를 못잡고 있는데 뒤에서는 늦게 간다고 빵빵댔다. (어떤 아저씨는 옆에 와서 창문 내리고까지 뭐라고 했어. 젠장 그게 뭐라고 할 일인가. 내가 여자라서 그렇게 한마디 한 거 같은데 난 단지 조금 느리게 갔을 뿐, 사고날 뻔 하지도 않았다고. 더 웃긴 건 내 앞에 에쿠스도 똑같이 나처럼 길 몰라서 늦게 갔는데 그 아저씨한테는 한마디 못하더군? 더러운 세상!!) 

  가만 보면 난 운전을 못하는 것도 못하는 거고, 또 아예 방향감각도 전혀 없다. 그러다보니 운전이 재미 없나봐..  정말 주차장에 들어올 때 어느 차선을 타고 왔는지 조차도 기억을 못하는 건 좀 심각한 것 같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기억이 전혀 안났다. 딱 한시간 반 전에 왔던 길인데도. 

  결국 난 내비게이션이 내 위치를 잡을 때 까지 엄한 수원 시내를 우회전 했다 좌회전 했다가 하면서 괜히 돌아다녔다. 크크크크. 저번 송도 갔을 때도 당최 어느 방향인지 감을 못잡아서 옆에 비상등 켜고 내비 위치 잡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번 사건으로 건물로 들어올 때 대충 어느 방향으로 왔는지 정도는 기억해야 한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거라도 기억했으면 그 반대 방향으로 나가면 되는 거니까.

 

  집에 와서 생라면을 부셔 먹으며 야구를 봤다. 난 엘지트윈스를 응원했는데 장렬하게 패배했다. 화가 나는 한편, 기아 타이거즈는 7등 해서 이런 꼴 안봐도 되니까 참으로 좋구만. 하고 생각했다. 젠장!

  메이저리그도 내가 응원하는 팀마다 포스트시즌에서 패배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팀은 크게 좋아하는 팀이 안생겨서 난 무조건 스몰마켓 팀을 응원한다. 예를 들면 뉴욕 양키즈 vs 템파베이 레이스 이렇게 붙으면 템파베이 응원하고, 오클랜드 vs 센프란시스코 붙으면 오클랜드 응원하고 이렇게.

  오클랜드 응원했는데 지고, 디트로이트 응원했는데 또 지고.

  한국 시리즈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두 팀이 붙으니 재미도 하나도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보긴 하겠지만.

 

  야구 보고 나서 낮잠도 아니고 밤잠도 아닌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동안 잠을 잤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손톱 발톱을 손질했는데, 난 손톱 발톱 손질하는 게 참 좋다. 손질이 다 끝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청결한 여인이 된 기분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청결한 나는 이제 잠을 청해야지.

 다음주는 목요일에 휴가를 냈다. 때문에 훨씬 덜 우울한 일요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