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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27 크리스마스와 내 생일 2

작년 크리스마스 당일에 뭘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 아마 올해와 비슷했나보다.

24일에는 회사에서 좀 시달렸다. 쓸데없는데 삘 꽂힌 어떤 사람 때문에 계속 시달려서 평소보다 두 배는 피곤했다.

저번 회사에서도 그렇고, 이번 회사에서도 그렇고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어느 회사나 회사의 윗사람들은 본인들이 직원들에게 준 것이 엄청나게 큰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들이 준 것의 효용 가치가 직원에게 1 밖에 안 되는데 10을 준 것 마냥 행동하고, 직원들도 10만큼의 고마움을 표현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제발 그런 짓 좀 그만 했으면 하는 생각만 든 24일이었다.

일을 간신히 업무 시간 내 마치고,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친구와 수다를 떨고, 생일 선물을 받아왔다. 친구의 마지막 항암치료가 끝이 났다. 항암 끝에 오는 괴로운 몸의 변화를 한번 더 견뎌 내야겠지만, 이제 1월부터 친구는 머리카락도 나고, 항암도 안 받아도 된다.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마지막 항암치료를 끝내다니 정말 장하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푹 쉬었다. 24일에 생각보다 많이 시달렸는지 잇몸이 다 상했다. 집에 있으면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싶었는데 잇몸 때문에 그러질 못해 우울했다.

저녁쯤에는 엄마와 이마트에 갔다. 이마트에서 내 케익도 사고 오랜만에 마트 구경을 했다.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틀어주는 겨울왕국을 보며 이마트에서 사온 칭따오를 마셨고, 맥주에 먹으려고 산 수제 소시지를 먹다 잠이 들었다.

먹자마자 잤더니 속이 부대껴 다시 일어나서 밤 1시까지 쓸데없이 스마트폰 보다가 크리스마스가 끝이 났다.

26일에는 커피가 떨어져 용인 친구네 집으로 원두를 사러 갔다. 친구네 카페에서 1년만에 만난 다른 친구와 회사 얘기를 했고, 성남의 동생보고 카페로 오라고 하여 걔를 태워서 인천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는 부모님과 동생의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들으며 초를 껐다. 남동생과 떨어져 사니까 사이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동생이 연봉 올랐다고, 선물을 비싼 거 사준다고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20만원 내외의 어떤 물건을 사야 제일 보람차고 즐거울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 남동생은 나보고 스마트 워치 사라는데, 그건 전혀 사고 싶지 않고.

그리고 오늘 내 생일은 역시 엄청나게 추웠다. 12 27일 내 생일의 추위 신화는 오늘도 깨지지 않은 것이다. 안 춥다가도 내 생일만 되면 엄청나게 추워진다.

오늘 몇 명의 친구들에게서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래도 고마웠다. 요즘에는 소셜 미디어에서 남의 생일을 다 알려줘 기억할 필요 없지만, 그래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준다는 거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내일은 아침에 영하 9도라는데, 3일 쉬고 출근하려니 우울하다.

회사를 너무 많이 옮겨 다닌 탓일까? 이제 회사에 거는 기대 자체가 없다. 어딜 가도 괴로울 것이고 답답할 것 이다. 그러니 그냥 군말 말고 다녀야지 싶다.

어제 친구랑 얘기하다 알게 된 건데, 지금 회사에 온 지 아직 반년도 되지 않았다. 6개월도 안된 거 치고 잘 하고 있는데, 내가 너무 실수 하나에 절절 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스스로 칭찬해주고 너무 위축되지 않기로 했다.

아까 어떻게 입어야 내일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심사숙고하여 두꺼운 옷을 골라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다음주에는 2015년이 끝이 나고, 난 한 살 더 먹는다. 내년에 올해보다는 나아질 거라 믿는다. 그렇게 되도록 다른 해보다 조금 노력도 해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