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사 선생님.

일상 2010. 3. 15. 23:32
지금 회사를 관두면서 제일 안타까운 건 회사 주변의 치과와 가정의학과를 못간다는 사실이다. 두 병원 모두 여자 의사선생님이 진료하고 계신데, 가정의학과 의사 선생님은 사려 깊어서 좋고 치과 의사 선생님은 열라 쿨해서 좋다.
지금 치과는 내가 이제까지 다녀본 중 최고의 치과라 칭하고 싶다.
내가 치아에 들인 돈을 다 합치면 못해도 천만원 이상은 될 거다. 가장 많이 치료비용으로 지불했던게 360만원이니까 말이다. 이건 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지만, 보통 모유를 먹지 않은 사람들이 치아가 약하다고 하던데 나도 그래서 치아가 약한걸까?
원래 아기가 태어나서 몇 시간내 모유를 물리지 않으면 그 뒤로는 이미 우유에 익숙해져서 모유가 몸에 훨씬 좋음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모유를 거부한다는데 내가 딱 그 케이스였다. 썩을 한림대학병원 산부인과 같으니라고. (지금도 내 몸이 허약체질인 건 다 모유를 안먹어서라고 내 멋대로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치과 한번 갔다하면 백만원 정도의 견적은 우습게 나오는 내가 최고라 칭할 정도면 정말 최고인거다. 오늘 진료 예약이 되어있다는 문자가 오길래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혹시 토요일에도 진료 하시나요? 하고. 우리집에서 한시간 반이나 걸리지만 퇴사 후에도 토요일 시간을 내서라도 지금 의사선생님께 내 치아를 맡기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No" . 야간진료도 전혀 하지 않으신댄다.
가끔 욕심 많은 의사선생 때문에 고생하는 간호사들을 많이 봤는데 서울 한복판에 치과를 떡하니 차려놓으시고 주말 근무 야간 근무 전혀 안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내가 좋아하는 치과 선생님이야' 했다.
저번 금요일에는 점검을 받으러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전에 치료했더너 앞니가 다시 썩어서 다시 해야 한다고 하셨다. 견적은 140만원.
그런데 내가 치과에 가면서 느끼는 건데 거기 의사선생님도 간호사들도 유난히 나한테 친절하다. 생각해보니 진짜 나만큼 고분고분한 환자도 없다. 깍아달라는 소리도 전혀 해본 적 없고 치료합시다 하면 하고 맙시다 하면 안한다. 뭐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게 다 그 의사선생님에 대한 신임 때문이지만 말이다. 아래 읽어보면 알겠지만 난 싸게 치료하면서 얻은 약간의 피해의식 같은 게 있다.

치과 의자에 누워 항상 정해진 순서대로 마취주사를 놓고 드릴로 이를 갈고 있는데 이제까지 나를 치료했던 치과 의사 선생님들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먼저 중학교 3학년 때 갔던 인천에 있던 ㅂ 치과.
우리 삼촌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난 버스 타고 전철타고 가야 하는 그 치과에 갔다. 작고 낡은 치과였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 치과 선생님은 나중에 간호사가 의사가 성추행 했다고 재판까지 가서 돈 꽤나 물어줬댄다. 우리 엄마 아빠 말로는 쌍방과실 같다고 했다. 그런데 그 ㅂ 치과 의사가 내 치아를 다 엉망으로 고쳐놓는 바람에 작년에 그거 때문에 꽤나 고생을 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ㅊ치과 의사 선생님이 도대체 왜 이렇게 치료해놓았는지 모르겠다며 가슴이 아프다고까지 하셨다. 나쁜 ㅂ치과 의사. 그런데 이 ㅂ치과 의사의 불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새삼 치과의사가 돈을 무지하게 잘 버는구나 생각을 했던 사람이었고 땅도 꽤 있고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일본 여행을 가던 집이었는데 그 의사의 부인이 무리하게 투자를 하다가 "감옥" 신세를 지게 되었다고 했다. (전과자가 된 것) 물론 남은 돈은 ZERO. 충격적이긴 했지만, 뿌린대로 거둔거라 생각했다. 그 의사선생님네 집 애들이랑 놀아주고 그랬는데 그저 애들만 불쌍할 따름이다. 또 그 집을 보면서 깨달은 건 돈 날리는 건 순간이라는 거다. 치과에서 버는 수입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는데 더 얼마나 돈을 벌려고 하셨던걸까?

대학교 때 방학 때 내려가서 정읍에서 다니던 ㅎ치과.
치과 의사선생님이 유난히 피곤해 보였다. 그 치과 의사 선생님은 흔히들 말하는 개천의 용 이었다. 시골 가난한 마을에서 치과의사가 되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알고 계시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 치료를 조금이라도 싸게 치료하느라고 등골이 휘는 중인게 내 눈에도 보였다. 대학교 때 까지는 엄마 아빠가 치과 비용을 내 주셨기 때문에 ㅂ치과도, ㅎ 치과도 모두 난 그 치과에 가기 전서부터 치아당 최소 5만원씩은 깍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내 치아 상태가 좀 불량한 것도 난 비용을 깍아 치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돈이 아닌 이상 난 부모님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여하튼 그 치과에 갔다하면 시골에서 올라온 60세 이상 노인들이 바글바글 했고 난 치료 한번 받으려고 1시간 이상은 우습게 기다렸다. 하지만 싸게 치료 받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대학교 겨울 방학이 2달인데 정말 2달 내내 치료를 받았다. 한 번에 다 치료할 수 있는 것도 밀린 환자들 때문에 한번에 치료를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난 따질 수 없었다. 왜냐면 난 싸게 치료하기로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 서러워) 여하튼 그 의사선생님은 당연히 나에게 친절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집의 형이 약간 정신병을 얻어서, (박정희 시절 고문으로) 부모님, 자신의 가족, 형네 가족 까지 혼자 다 비용을 대고 있다고 했다. 개천의 용이 보통 괴로운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 무거운 삶의 무게여~

역시 대학 때 다녔던 정읍의 ㄱ 치과.
이 치과 역시 우리 엄마가 일하고 있는 병원 원장이 친구라고 해서 싸게 해준다고 해서 갔다. 가는 길이 ㅎ 치과 보다는 수월해서 괜찮았다. ㄱ 치과에서는 지금 다시 치료해야 하는 앞니 두 개를 치료 했는데 내 앞니가 조금 벌어진 편이라고 그것도 의술을 이용해서 붙여주셨었다. 부모님이 내 벌어진 앞니를 볼 때마다 심란했는데 진짜 다행이라고 한 100번을 이야기 하셨다. 이 ㄱ 치과의 의사는 해당 병원의 간호사와 심각하게 바람이 나서 결국 의사의 본 부인이 그 간호사를 산부인과에 데려가서 낙태까지 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의사와 간호사의 사랑이 뜨거웠는지 그 둘은 헤어지지 않았는데, 결국 의사의 부인이 초강수를 뒀다. 그 의사의 부인이 맞바람을 핀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의사는바람을 피워도 부인이 바람이 피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나보다. 결국 그 의사는 충격적이게도 병원 안에서 목매달아 자살을 해버렸다. 자신의 재산 (집 병원 모두) 을 깡그리 다 처분하여 버렸고, 보험료도 이미 다 처분하고 그 의사의 부인 앞에 남은 돈은 정말 단 한 푼도 없었다고 한다. 소설같은 이야기 이지만 진짜였다. 그 재산을 어떻게 처분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간호사한테 간 거라면 이건 정말 천인공노할 일 아닌가. 그런데 ㄱ 치과의 의사나 그 부인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전혀 없었을까. 솔직히 여자가 바람피기로 마음을 먹으면 더 쉽다는 건 어디서 봤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자한테는 모성애라는 게 있는 건데 왜 그러셨을까 싶다. 내가 만약에 남편이 그렇게 미웠으면 난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아빠와 비교해서 그래도 떳떳한 엄마로 끝까지 남았을 거 같다. 남편이 밉다는 이야기를 하니 생각난 건데 영화 조이럭 클럽에서는 남편이 너무 미운 나머지 자신의 자식을 죽이는 여자도 나온다. 남편이 가장 가슴아파할 일이 무언가 생각하다 목욕시키던 자신의 아들을 익사 시켜 버리는데, 그 장면 보면서 정말 섬뜩했다.

지금 다니는 서울의 ㅊ 치과.
의사 선생님께 웬만하면 질문을 안하는 나는 어제도 별 말 없이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치료를 받는데 의사선생님이 노래를 흥얼 거리셨다. 그러면서 지금은 내가 발라드가 내 취향인 거 같지만 대학 때는 하드락만 들었다고 간호사와 말하는 걸 엿들었다. 메탈리카 퀸 앨범 다 가지고 있고 믿기지 않겠지만, 나도 20대 때는 미니스커트도 곧잘 입었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맨날 마스크를 쓰고, 머리도 질끈 동여매고 화장기 없는 얼굴이지만, 내가 보기엔 꽤나 미인이신데 너무 겸손하신 걸. 아. 근데 진짜 아쉽다. ㅊ 치과. 내가 다닌 치과 중 가장 마취주사 안 아프게 놓는 치과였는데!

어제 치료 다 끝내고 상담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민망한 꿈의 주인공인 회사 동기님께서 프로야구 개막전 티켓을 구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얏호!!! 두산베어스 좌석 가서 봐야할 지도 모르지만 신난다.

할부가 쌓이네.

일상 2009. 1. 26. 18:22
우리회사가 2009년 1월 들어 자꾸 안한던 짓을 하여 1월에 다른 때 보다 월급도 더 많이 받고 심지어 이번 설연휴때 28일도 붙여서 쉬게 해주었다. 우리 회사 갑자기 미친 거 아닐까?
아 그리고 난 정말 싫어하는데 퇴직금도 중간정산하여 줬기 때문에 2009년 1월은 태어나서 돈을 최고로 많이 벌어봤다. 혹자들은 목돈 들어와서 퇴직금 중간정산을 반기지만 이건 조삼모사 아닌가? 관둘 때 결국 한 푼도 못받는 거 아냐. 아 치사해.
오늘 친척 오빠한테 들은 건데 조만간 회사 퇴직금도 회사관리가 아니고 금융기관 관리로 넘어가는 법이 추진중이랜다. 이거 완전 반길일 아닌가? 퇴직연금 형식으로 간다는데, 더 좋을지 아닐지는 두고봐야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런 치사한 중간정산은 없어지지 않을까?

입사하여 2009년 1월을 제외하고는 월급은 매달 1원 단위까지 같았고 (때문에 월급여 명세서는 아예 확인도 안함) 창립기념일, 선거일 조차 쉬지 않았던 회사에서 돈이 더 나오고 28일까지 붙여서 쉬게 해주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닌가!
원래 회사 게시판은 전혀 방문하지도 않고 공지사항도 관심갖지 않는 나는 절대 사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웬걸?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말할 때도 설마 하고 아예 기대도 안했다. 그래서 기쁨 두배)
그런데 돈을 조금 더 받으면 뭐하나  인센티브는 1원 한푼도 남지 않고 치과로 다 들어가는데. 퇴직금은 치과에 모자라거 조금 남겨놓고는 다 그냥 예금으로 넣어버렸다.(나 좀 잘한거? 크크크)

잠깐 내 치과 치료에 대해 말하자면 내 어금니는 다 금으로 때웠는데 그 금으로 때운 것도 잘못되어 결국에는 오른쪽 왼쪽 끝에서 두번째 어금니는 그냥 금으로 씌워야 하고, 앞니 씌운 건 너무 오래되서 교체해야 된댄다. 거의 한 3월까지는 치과를 다녀야 할 듯 싶은데 근무시간 중에 치과가는 걸 어찌나 눈치를 주든지 치사하고 드러워서 그냥 퇴근후에 가고 있다. 그래서 피곤하다. 치과 간다고 얘기하면 아무도 대답을 안해. 뭐 어쩌라고. 에휴. 이렇게 일해야 되나 싶고. 돈 드는 것도 서러운데 피곤한 몸 이끌고 밥도 못먹고 치과가서 누워서 마취주사 맞고 있다보면 인생무상인데 요즘에는 일하는 거 보다 차라리 마취주사 맞고 금니 뜯어내는 게 더 좋아지려고 한다.

예전에 대학생때 블로그 할 때는 사람들이 뭐 샀다고 자랑해놓는 포스팅 볼 때마다 참나 재수없어. 하고 욕 했는데 어느 새 나도 뭐 샀다고 자랑질 하는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그냥 돈 쓴 거 자랑한다고 욕하던 대학생때가 나았다. 그렇다고 대학생 때가 마냥 행복했던 건 또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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쨌든 들뜬 마음으로 지른 물건들이 요즘 완전 많은데, 사진으로 찍지 못한 것으로는 아빠 잠바가 있다. 엄마 옷도 사주고 싶었는데 그건 못했고, 동생은 1박2일 외박 나왔는데 그냥 돈으로 줬다. 엄마 옷은 봄 되면 사드리겠다. 저번 가을 때 하나 사드렸으니.. 그리고 이거 가지고 언급하면 나 정말 나쁜 딸 되는데 생활비도 요즘은 꽤 드리니; 헐. 이러다 마이너스 될 듯.
아 그리고 위 사진에 없는 것이 또 있는데 어제 백화점 가서 겨울 코트랑 치마를 샀다. 난 체구에 비해서는 골반과 허벅지가 꽤 굵은데 이건 단지 체구에 비해서인 건지 결국 어제도 나한테  딱 맞는 치마는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나이 들어서 이제 옷 고르기도 귀찮아서 맨날 가는 매장만 간다) 조금 큰 거 입고 거울 보니 서글퍼지기도 하고 무슨 품의 방정한 초등학교 선생님 같았다. 쳇. 그리고 어제 산 코트에서는 크게 아주 크게 무리를 해서 그것도 결국 3개월 할부로 샀다. 대신 살 안찌워서 그 옷을 죽을 때 까지 입겠다.;
결국 난 어제 백화점에서 단숨에 적립금이 엄청 쌓여버렸다. 그 정도나 돈 썼는데 백화점에서는 고작 키친타올4개 줬다. 아 근데 어제 내가 간 중 백화점에 사람이 최고 없더라. 다 귀향했나보다.

저번주에 연말정산 때문에 국세청에서 내 카드사용내역을 뽑아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봉에 비해 쓴 돈이 엄청나서 나 이번에도 꽤 환급받을 듯. 헐. 아 쉬고 가면 연말정산도 해야 하는데 많이 귀찮다. 어차피 연휴내내 할 일도 없는데 그거나 계산해봐야지.

이 죽일놈의 3월.

일상 2008. 3. 25. 15:36

회사에서 너무 바쁘다.
블로그 하고 싶은데 딴 짓할 시간이 없다.
일본여행 갔다온 것도 사진 올리고 싶고, 휴가 때 별 일 없었던 것도 쓰고 싶고 또 은근 변화된 요즘 심경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은데 업무시간 내내 주어진 업무만 하기에도 벅차다.
아.. 업무시간 내내 일만 했더니 삶이 피폐해지고 있어.
뭐 이렇게 바쁘냐. 응? 대체 왜이리 바쁜거야!!!! (정답없는 절규)
3월 되니까 2월보다 한 2배는 더 바쁜 것 같어.
4월 되면 좀 나으려나? 응? 좀 나아야지. 설마 이게 원래의 업무 강도인 건 아니겠지? 누가 좀 아니라고 말해줘.

P.S 오늘 점심시간에 치과 가서 마취주사를 3방이나 맞았다. 어찌나 강력한지 아직까지도 마취가 다 안풀렸다. 그리고 더 우울한 건 오늘 치료비로 60만원이나 지불했다는 거. 태어나서 할부 처음 해봤다.


설레임.

일상 2008. 3. 19. 11:48

3주 연속 우울한 금요일을 맞을까 두려워서 금요일에 휴가를 냈다. 어제 얼마나 눈치를 보며 휴가를 냈는지 모른다. 저번에는 다른 팀 부장이 쟤는 왜저렇게 일찍 퇴근하냐고 뭐라고 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려왔다. 그 얘기 듣고 진짜 열받았다. 님이 뭔상관?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이런 때일 수록, 나는 바빠도 휴가내고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일 없으면 일찍 퇴근하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연한 의지로!
정말 두려운 소문은 따로 있다. 나 그 소문이 진짜면 앞뒤 생각치않고 관둬야지 했는데 나 그럴 수 있을까? 아.. 아니야. 그 소문이 진짜면 관둬야지 어떻게 일해? 그건 인권침해야.

뉴스를 통해 금요일 날씨를 확인하니 비도 안오고 화창하댄다. 재작년 그러니까 24살 때 친구랑 종로 인사동 일대를 놀러다녔던 기억이 났다. 오전 11시쯤 만나서 저녁까지 먹고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왔는데 아마 4월 말 정도였지. 24살 봄은 진짜 잔인했다. 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유일하게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나들이가 그 나들이다. 서울은 평일 낮에 보면 한가롭고 이쁘기까지 한 도시다. 저번에는 친구랑 남산, 명동, 경복궁 등등 완전 관광코스로만 하루종일 놀았던 적이 있는데 어찌나 유익하고 기분이 좋은지 다른 사람들한테도 마구 추천하고 싶었다. 특히 남산은 케이블카가 있어서 올라가는데 힘들지도 않고 올라가서 보면 또 기분이 극락이고. (뭔가가 극락이다. 라는 표현은 친구가 쓰는 표현인데 벌써 옮아서 나도 사용하고 있다)

이번 휴가에도 나랑 놀아줄 친구는 24살 4월 말에 놀아줬던 친군데 우리 사진도 그때처럼 찍기로 했다. 엊그제는 그 때 찍은 사진을 다시 보여주면서 우리 완전 늙었어. 나이 왜이렇게 쉽게 먹냐. 라고 했는데.. 얼굴이 완전 애띠고 심지어 지금에 비해선 해맑기까지 한거다. 서글퍼졌지만 그래도 그땐 즐거웠고 그럼 된거지. 어제 마을버스 타고 오면서 이번 주 휴가 낼 생각을 하니까 요근래 들어 최고로 가스이 쿵쾅 거리는 게 아닌가. 휴가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이런다. 아.. 재밌겠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서울시청앞 분수대도 이제부터 다시 가동한대고, 잔디에 새싹은 좀 돋았나? 아 신난다. 요즘 내 일상에 너무 뭔가가 없었다. 맨날 퇴근 후 바로 집으로 와서 씻고 어떻게든 10시 반 이전에 취침하겠다는 일념하나로 살아온 3월이여. 점심시간에 청계천 가서 나는 오늘 일 한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며 직장인들 약올려야지. (그래봤자 나도 직장인이지만) 원래는 월요일에 쉴수도 있고 월요일에 쉬는게 나한테 훨씬 유리하지만 이번주 금요일도 안쉬었음 분명히 또 우울했을거다.

아 군대가서 아직도 훈련받고 있는 동생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부대로 배치될 것 같다. 키 175 이상만 간다는 소문도 있고, 그냥 군인보다 훈련 두배 행군 두배 라는 소문도 있다. 우리 엄마는 어디서 그렇게 안좋은 소문만 듣고 오시는지. 내무반도 일반 군인과 다르게 10명 밖에 안 쓰고 월급도 무려 4만원이 많댄다. 거기서 많이 하는게 헬기 에서 줄타고 내려오는 거라는데 이거 생각하니까 블랙호크다운에서 블랙번인가? (블랙호크다운을 5번 넘게 봐놓고 그거 하나 모른다. 하핫) 그.. 반지의 제왕에서 꽃미남 아. 이름 기억안나. (결국 네이버에서 찾았다. 올랜도 블룸!) 하여튼 그 놈이 헬기가 흔들려서 땅에 떨어지고 의식불명 되는 게 생각났다. 고작 생각난게 이런 불길한 거라니! 우리 엄마가 대령으로 제대한 삼촌한테 여기 어떤데냐 물어봤더니 요즘 군대 죽을만큼 훈련 안시킨다. 다 할 수 있을만큼 시키는거다. 라고 말씀하셨댄다.  근데 그것까진 좋은데 삼촌은 왜 마지막에 엄마한테 기도 많이 해야겠다는 말을 덧 붙이신건지 원. 그 말에 우리 엄마는 다시 심란해지셨다.

휴가를 이틀 앞두고 있는 수요일. 오늘도 불길하게 일이 없다. 그리고 나 일하기가 너무 싫다. 오늘은 특히 싫은걸. 좀있다 점심먹고 치과에서 스케일링 받기로 했는데 아프면 어떡하지. 제대로 된 이가 거의 없고 금니도 엄청 많은 나는 치과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너무 많다. 설마 스케일링 하다가 또 뭔가를 발견해서 견적 100만원 입니다. 하는 건 아니겠지. 무사히 스케일링 받고 오늘도 결연한 의지로 될 수 있는 한 빨리 퇴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