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탐색전

일상 2012. 8. 2. 23:42

저저번주 주말 저번주 주말에는 앞으로 내가 다닐 회사를 출퇴근할 것인가 알아보러 혼자 길을 나섰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가장 뜨거운 시간에 돌아다니려면 물을 중간중간 마셔줘야 한다고 하기에 나는 물통에 물도 넣어서 자주자주 마셔서 탈수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나시에 반바지에 편한 신발을 입고 한번 왕복을 해봤는데 출근하는 길은 넉넉잡아서 2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자취는 전에 말한 여러가지 이유로 하기 싫고, 운전도 하기 싫고. 퇴근하는 길은 1시간 30분이면 될 거 같고.

사실 2시간까지는 안걸릴 수도 있는데 그 회사가 전철역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고, 더욱 큰 문제는 그 버스가 거의 30분에 한대꼴이여. 택시도 하나도 안잡히는 곳이고. 일산은 도시지만 고양은 전혀 도시가 아니고 산좋고 물좋은 완전 시골 분위기였다. 그 동네 택시기사 말로는 그냥 콜택시를 부르라는데 매일 매일 콜택시 부르는 것도 곤욕일 것 같고 고민이 많지만 일단은 그냥 2시간 걸려서 출근하는 걸로 정했다. 뭐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버스오는지 알 수도 있고, 언제 오는지 알 수 있으면 기다릴 수 있어. 그리고 요 며칠 내가 대충 출근시간대 버스 오는 시간을 검색해보니 최대로 기다리면 20분기다리는데.... 흠. 뭐 전철역 안에 의자도 있던데 그때 독서하면 못기다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버스가 금방 오면 1시간 30분도 가능하니까 최악은 아니다. (지나친 합리화인가 흐흐)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 회사 출근이 9시 30분까지다. 예전 충무로까지는 8시30분까지 출근이어서 6시 50분에는 집에서 나섰다. 지금 이 회사는 버스를 20분 기다린다고 쳐서 2시간 걸려도 7시 20분 쯤에 집에서 나가면 되니까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운전을 해서 다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3주전 토요일에 바로 운전대를 잡고 백화점에 갔었다. 옆에 동생을 태우긴 했지만 갈 때도 무사히 잘 들어가고 주차도 잘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왔는데 밤이고 비가 오니까 차선이 하나도 안보이고 차선을 못 바꿔서 모르는 길로 네비게이션 말만 들으면서 긴장하면서 운전하고 오는데 뒤에 있던 마티즈가 우리집 차를 심하게 받았다. 빨간불에 정차하고 있던 우리집 차를 그냥 와서 냅다 받은 것이다. 보니까 약간 졸음운전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선 그렇게 황당한 사고를 낼 리가 없었다. 나는 엄청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차에서 내려보니까 뒤의 마티즈는 범퍼가 완전히 다 망가지고 헤드라이터도 다 튀어나오고 거의 폐차 직전이었는데 우리차는 범퍼만 찌그러지고 말았다. 나랑 동생은 목에 좀 충격이 있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도 아무 이상이 없는 상태. 보험처리 해서 검사도 하고 우리집 차도 다 수리를 하고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운전 중 아무 잘못 안했는데 사고가 나고보니, 고속도로에서 이렇게 사고가 나면 얼마나 크게 사고가 날 것이며 나같은 초보가 무슨 고속도로 운전이냐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 결국 그 사고 이후로 운전 왕복의 꿈을 접고 대중교통 왕복으로 노선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주말동안 두번의 경로 탐색을 해보다 보니 어떤 길이 제일 빠른 건지도 알겠고, 나름대로 최선의 출퇴근 루트를 찾은 것 같다. 두번 왔다갔다 해보니 아예 못갈 동네는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가려는 회사는 지금 있는 대학교에서 교수님 소개로 들어가는 회사인데, 뭐 그렇다. 나는 소위 말하는 낙하산이다. 난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내 힘으로 알아서 살아왔다. 학연도 없고 지연도 없고 우리 집안이 유력인사도 없고 하니까. 그리고 어느 누구의 도움도 안받고 주목받지 않는 삶을 살다보니 오히려 난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더 불편하고 날 좀 가만히 내버려뒀음 좋겠다는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렇게 누군가의 큰 힘으로 취업에 성공하다보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 이런 길이 내가 뚫었던 난관(?)에 비한다면 정말 쉽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 취업에서는 바보같이 말도 안되는 소리 늘어놓는 1분 자기소개도 안했고, 어떻게든 날 뽑아달라고 사정하는 뉘앙스의 면접도 안해도 되니 덜 굴욕적이었다.

한편으론 그래도 2년 동안 내가 헛수고를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2년 동안 지금 있는 대학교에서 일을 제대로 안했다면 교수님도 날 그 곳에 취업시켜주지 않았을 거다. 근데 난 정말 실수하지 않으려고 엄청 열심히 노력하면서 일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취업하게 되는 거니까. 괜찮은 거 겠지? 


그래도 여러가지 마음의 결정을 굳히고 나니 맘이 편하다. 덕분에 살도 1키로 쪘다. 흑흑. 입맛도 다시 돌아오고. 이제 나 다음으로 올 후임에게 인수인계만 제대로 해주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일했던 자리가 딱 2년이 정해진 계약직이라 그런지 사람 뽑는 게 쉽지가 않다. 거의 한달째 알아보는데도 안오네. 빨리 뽑혀서 인수인계 해주고 맘편히 휴가가고 싶은데, 그래도 날 추천해주신 교수님 봐서 마지막까지 마무리 잘 짓고 새로운 직장으로 가고 싶다.



혼자 사는 상상

일상 2012. 7. 19. 18:21

나는 대학시절을 혼자 보냈다. 안 친한 사람들에게는 친척언니와 살고 있다 혹은 친구와 살고 있다고 뻥을 좀 쳤다. 왜냐면 내가 혼자 살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내 방을 드나드는 것이 너무도 싫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데 하루 종일 갈 데 없는 날은 정말 곤욕이었다. 난 특히나 작은 방에 살았기 때문에 하루종일 그 작은 방에 갇혀 있으면 내 마음까지 덩달아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혼자 번화가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이 애인이나 친구와 재밌게 웃고 떠드는 걸 보면 더 우울해졌다. 그런데도 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다 뿌리치고 살았으니 참 미련했다. 아니지 그냥 이건 내 성격이지...

대학 때는 혼자사는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기대를 감당하기 좀 힘들었다. 이건 정말 내 입으로 담고 싶지도 않은 표현이지만,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말하겠다. 남자들은 혼자사는 여자친구의 집을 돈 안드는 모텔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친구가 혼자 산다고 하면 이야 좋겠다. 하다가도 결혼할 여자는 혼자 살았던 여자는 꺼려진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면 정말 화가 났는데 나는 그런 미친 마초들의 사고방식에 굴복하여 혼자 안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으니 나도 참 못난 거 같다.

직장을 구하다보니 인천에서 출퇴근 할 수 있는 곳이 워낙 한정적이라 웬만하면 자취를 안하려고 노력 중인데 어쩔 수 없이 자취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아 정말 진심으로 인천은 시청, 종로, 여의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멀다.

나는 솔직히 혼자사는 것이 너무도 싫다. 외롭고 자기 전에 무섭고. 겁이 많은 나는 예전 집에서 혼자 살 때도 옆에 각종 공구들을 두고 잤는데, 솔직히 강도가 들어온다고 해서 내가 그 공구로 뭘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그랬다. 이쯤되면 강박증인건가.  

운전을 해서 왕복을 해볼까 하다가도 낮에는 하겠는데 비오는 밤에 내가 운전을 해서 왕복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깜깜하고, 내동생은 오빠가 아니어서 그런지 걔가 다닐 직장이랑 좀 멀더라도 누나 혼자살기 위험하니까 같이 살고 니가 왕복하라고 했더니 자기는 죽어도 싫댄다.; 우리 부모님은 직장만 되면 그냥 무조건 어디든 가서 자취하라는 주의고. 내동생은 경기 남쪽으로 나는 경기 북쪽으로 엄마아빠는 인천으로. 나랑 동생 모두 결혼 안했는데 집이 경기도 인천 지역으로만 3개로 나뉘게 생겼네.  

대중교통으로 편도 2시간이 걸린다면 어떻게든 자취하는 게 맞는 거겠지? 1시간 30분 정도만 걸려도 얼마든지 왕복할 수 있는데. 왕복4시간은 할 자신이 없으니.  

내가 원하는 통근거리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최적의 시나리오겠지만 지금봐서는 어림도 없어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서울 공화국이 맞나보다. 서울에서는 경기도 남쪽 북쪽 어디든 직통 버스로 갈 수 있는데 인천에서 직통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아 이래서 사람은 서울에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내가 가는 회사도 서울에만 살면 꽤 가깝게 갈 수 있는 곳인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