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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04 아직도 좋은 Happy together.

  어렸을 때 아주 잠깐 영화 평론가를 꿈 꾸었지만,딱히 정말 이 사람의 팬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영화 감독은 없다.

  하지만, 어렸을 적 내 감수성 발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감독이 누구냐 묻는다면 그 사람은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왕가위 감독일 것이다. 특히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중국어 원제는 춘광사설) 이 3개 영화를 접하지 못했다면, 내 중고등학교 시절은 얼마나 황폐했을까?

  오늘 우연히 위 사진을 봤다.

  저 곳은 해피투게더에서 아휘(양조위)와 함께 일하던 장(장진) 이 니 슬픔을 묻어주고 오겠다고 하면서, 아휘가 울며 녹음한 녹음테이프를 들었던 곳 아닌가. 아래  유투브 트레일러에서 1분 좀 넘으면 그 장면이 나오는데... 이 사진을 보니 또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는 기분이 들었다.

  Happy together 가 퀴어 영화라고는 하나, 주는 메세지는 딱 하나다. 한국 포스터에 있던 문구가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 였던 거 같은데, 그 포스터 문구를 쓴 사람이 아주 정확히 봤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딱 그거다.

  큰 스토리도 큰 사건도 없는 영화인데다, 왕가위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화면에 까이따노노 벨로소 를 시작으로 프랑크 자파, 피아졸라, 이름 모를 탱고까지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누군가 보면 이게 영화인가 뮤직비디오인가 착각할 수도 있는 있는 영화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는 내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것을. 

  그렇지 않다면, 저 사진 한장에 아직도 15년이나 지났는데도 이렇게 가슴이 두근 두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Happy together 노래 가사는 언제들어도 참 좋고, 영화 내용 때문인지 이 버전의 Happy together를 들을 때마다 어쩜 이렇게 울컥한지.

* 참고로 저 등대는 아르헨티나에 있는 우수아이아 라고 한다 오늘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