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야 할 일.

일상 2008. 5. 4. 14:09

난 드디어 작년 7월의 사건에서 벗어난 것 같다. 평생을 못 벗어날 줄 알았는데 역시 시간이란 참 정직한 것이다. 이렇게 10개월만 지나면 될 것을 난 왜 더 빨리 헤치워버리지 못했을까. 물론 벗어났다고 해서 그 때 내가 받았던 충격과 공포 그리고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대단한 것인거라도 된 양 엄살부리고 과장하지는 않게 된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에 내가 왜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었을까? 부끄러운 과거다. 부끄럽든 안 부끄럽든 어쨌든 과거일이 된 지금 이 상황이 난 정말 즐겁다. 이제 그 일은 내 심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어렴풋하게 느끼고는 있었다. 내가 이렇게 끈질기게 괴로워하는 만큼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나는 이 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거라고. 그래서 마음껏 괴로워했고, 그 괴로운 감정을 멈추려 하지도 않았고 일부러 잊어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내가 괴로워 해야 하는 양이 정해져 있다면 찔끔찔금 오랜 시간이 걸려 없애는 것 보다는 단 시간에 깔끔하게 끝내버리고 싶었다.
이제서야 이야기 하지만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그래도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이 나한테 전혀 모르는 사람 대하듯이 귀하에게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정신이 온전할 수 있으랴. 물론 그런 대접을 받아도 싸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에 수긍하니까.

거짓말을 약간 보태자면 난 오히려 이런 일이 2007년 25살의 나에게 발생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
살면서 한번은 남자 때문에 흉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한번 흉해졌다고 해서 다음번에 두번 흉해지고, 또 세번 흉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번 흉해지고 나면 깨닫는 바가 크고, 동일한 상황이 닥쳤을 때 그 끝에 대한 예상이 명료해지기 때문에 바보가 아닌 이상은 자신을 흉칙하게 만들면서 까지 똑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만약 23살에서 25살까지 그런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고 30살이 되어서야 똑같은 행동을 했어봐라. 그건 25살 여자가 흉한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22살 쯤이었으면 훨씬 더 좋았겠지만, 뭐 25살도 나쁘지 않다. 이로써 나는 앞으로 다시는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 전체로 볼 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럴 일은 벼락이 내리 꽂혀 우리집이 홀랑 다 타버릴 확률보다더 더 희박하지만 만약에 다시 연락이 닿는다면 그 사람을 만날텐가? 라고 묻는다면 한 달전만 해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만나기 싫다. 를 넘어서 만나든 말든 난 아예 상관이 없다. 또 그 사람이 나한테 한 말이 다 진실이라면 그 모든 진실을 다 알고도 나만큼 그 모든 것을 상관없어하는 여자가 흔할까? 물론 없지는 않을 거다. 사람한테는 그래도 연분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정말 흔치는 않을 거다. 흔치 않다고 이렇게 내가 말은 했지만, 만약 벌써 그런 여자를 그 사람이 만났다고 해도 뭐 난 아무 상관이 없다. 그 사람 인생이고 나는 영원히 그 사람 인생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 그 사람이 나한테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는만큼 나 역시도 마찬가지니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앞으로 그만큼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나?
음.. 이것 역시 한 달 전만 해도 대답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예. 라고 말할 수있다. 단, 그럴만한 자격이 되는 사람을 좋아하겠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난 작년에 그 사람한테 했던 것의 100배 이상은 더 집중하고 위해줄 수 있다. 난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내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라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지도 모르지.

다만 이 일로 인해 난 아마 앞으로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쉽게 다가가지는 못할 것 같다. 아무리 나한테 관심이 있는 남자라 하더라도 내가 먼저 다가갔다가 도망가버리면 어떡하나 라는 두려움 때문에 난 관망하거나 일백퍼센트의 확신이 없다면 섣불리 행동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최소한으로 나를 지키키 위한 본능적인 행동 뿐이다. 또 내가 이래야 상대방도 내가 싫어지지 않을거고 더 편할 테니까. 과거의 나는 나도 괴롭지만 상대방도 그만큼 괴롭게 만들었으니까. 소심해 졌다는 표현보다는 현명해 졌다는 게 더 적당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이 소중한 만큼 내 자신도 소중해져야 한다. 나도 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야만 그게 가능한데 내가 했던 건 나만 그 사람이 죽도록 필요하고 상대방에게 난 어떤 특정한 순간에만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언제나 떠나지 않는 사랑도 아닌 뭐라 이름을 붙이기도 애매한 그런 것이었다. 거기엔 짝사랑이라는 말도 너무 과하다. 상대방 말한마디에 바벨탑 꼭대기에 올라간 듯 기뻤다가 또 다른 한마디에 지하 천연 암반수 150미터 아래로 쳐박혀 버린듯 우울한, 그런 드러운 기분을 반복했으니 내가 미칠만도 하지. 이젠 그 사람때문에 날 비하하지도 않을거고 이 일에 있어서만큼은 죽을 때까지 내 입장만 변호할 거다.

이러니 저러니 내가 구구절절이 말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이제 과거 일이고,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거다. 겉으로만 봐선 이런 내 심경의 변화를 눈치 챌 수 없겠지만, 난 앞으로 2008년 내내 미친 듯 내 자신을 축하하고 축복할 거다. 그래서 그런지 난 요즘 다시 태어난 것 같고 왠지 기분이 째진다.


생일축하합니다.

일상 2007. 12. 27. 09:20
저는 1983년 12월 27일 오전 11시 반쯤
(호적등본상에 따르면) 강원도 원주시 개운동 미상번지 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농촌에서 1년 중 최고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이맘때는 먹을 쌀이 있어서 하루 세끼 다 챙겨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런 논리로 아버지는 제가 제일 좋은 때 태어났다고 합리화 시키시지만 원래는 1년 중 가장 춥고 힘들 때 태어난거죠. 그것도 강원도에서.

원래 저는 1월 10일 쯤 태어났어야 하는데 그냥 일찍 나와버렸다고 합니다.
저는 못내 아버지를 원망했습니다. 그래도 호적에 84년으로 올려주지. 라면서.

덕분에 저는 주민등록 생일도 실제 생일도 12월 27일 생입니다.

축하해주세요! 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