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생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1.26 비애 9

비애

일상 2008. 1. 26. 00:32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지만,
인간으로서 필연적으로 느끼는 외로움을 맞대하면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 건지 막막하다.
단순히 말하는 애인이 없기 때문에 친구가 없기 때문에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르다.
이런 외로움은 내가 처음으로 구구단을 외울쯤때도 어렴풋이 느꼈던 것으로 이유는 전혀 없는 순도 100%의 비애다.
이유도 없기 때문에 해결책도 없고 당분간은 그저 이러고 있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안다.  
저번에 박완서 소설 중에서 어렸을 때 마루에서 서서 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물이 줄줄 흘렀다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한 적 있는데,
8살 때였나 9살 때였나 혼자 놀러 나간 날, 산 뒤로 해가 기울기 시작해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광경을 바라보는데 그 자체가 갑자기 너무 슬퍼서 눈물만 뚝뚝 흘렸던 경험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그 나이 때부터. 그리고 지금 26살이 된 지금까지도 잊을만 하면 고개를 쳐드는 이 감정은
어차피 안될 걸 알기 때문에 정신없이 그 감정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결국에는 자기 전 혼자 훌쩍 거리며 우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버리는 그런 감정.
그렇게  울다가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스스로가 가증스러울 정도로 내가 언제 울었냐는 듯.
원래 하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하고 또 그냥 그런 하루가 끝나버리는.

하지만 아무도 모르겠지.
나 조차도 외면하고 싶어 발악하는 그 끝도 없는 외로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