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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19 8/15~16: 1박2일 청평 휴가 2

우리집이야 항상 그렇긴 한데, 요즘 경기가 안 좋은 걸 절감하는 요즘이다. 우리 엄마는 원래 하시던 일 이외에 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가끔, 좀 고민이 되는 게... 난 어차피 아직 시집도 안갔고 부모님 사정도 내가 뻔히 아는데,.. 과연 내가 번 돈을 어디까지 드려야 하는 것인지,

내가 그냥 아예 우리집을 다 책임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들고 그런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 엄마의 우울함고 짜증이 좀 심해지셨었다. 이해는 하지만, 나도 힘들었고.

 

그런데 청평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이틀... 우리 엄마는 아직까지도 기분이 많이 좋다. 나도 기분 좋고.

벌써 3년전인가... 영화 10도를 오르내리던 어느날 이모들이랑 2박 3일 정도 부산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그때도 정말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많이 좋이지셨었다.

그 때 엄마가 우울하실 땐 여행이 특효구나 하고 깨달았다. 내년에는 우리 아빠 환갑인데, 큰 맘먹고 제주도 갈까 생각 중이다.

 

우리 아빠도 나 중학생 되서야 어쩔 수 없이 생업때문에 운전을 하셨었고,(그 때까지도 우리집에는 차가 없었다!!) 동생도 운전을 한지 얼마 안됐고, 내가 운전 실력이 구리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엄마는 인천으로 올라온 뒤 운전대 아예 놓으셨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로 그냥 우리는 춘천행 ITX 를 타고 청평으로 갔다. 열차는 무지 쾌적했고 딱 50분 동안 펼쳐지는 바깥 풍경도 예뻤다. 우리나라에서 기차를 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 산과 들은 아기자기 하고 귀여운 맛이 있다. 절정의 건강한 초록빛 나무들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됐다.

또... 그런 생각도 했다. 전세계에서 터널 뚫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최고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전철이든 기차든 강원도 가까워져서 그런지 굴이 엄청 많이 나왔다.

기차타고 무지하게 밀려 있는 국도를 보면서 엄청 보람도 느꼈다. 여행은 역시 기차 여행이지!

 

인터파크에서 대충 예매한 펜션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고, (다른 사람한테 추천도 할 수 있을만큼) 아침고요수목원이랑도 가깝고 전라도 산골짜기에서 봤던 그런 좋은 계곡은 아니어도 작은 계곡도 가까웠다. 계곡에 발을 담궜는데 발이 시려워서 오래 못 들어가 있지 못할만큼 차가웠다. 그러데 아침고요수목원은... 사실 수목원이라기 보단 그냥 거대한 산책로 같은 느낌이었다. 식물이 별로 볼 게 없었다.(입장료는 8천원씩이나 하는데!!) 다음에는 원예 수목원 말고 진짜 나무 많은 수목원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수목원이 크지 않은데도 산속에 있어서 그런지 공기가 정말 좋았다. 나 원래 그런 거에 엄청 둔한데.... 거기 가보니 인천이 얼마나 삭막하고 살기 나쁜 곳인지 새삼 느꼈다. 내가 이제까지 들이마시고 내뿜었던 건 공기 같지도 않은 공기였구나 하는 생각을 할만큼. 또 펜션 물이 어찌나 좋은지 머리를 그냥 샴푸로만 감고 린스도 안했는데 머리결이 갑자기 비단결이 되었다. (엄마 아빠도 모두 머리결이 좋아졌다고 하셨음) 심지어 요즘 트러블 때문에 난리난 내 피부도 하루만에 훨씬 좋아져서 왔다. 아빠가 궁금해서 펜션 사장님께 여쭤보기까지 하셨는데 지하수를 끌어다가 쓰는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찬물은 또 얼음물 처럼 차갑다. 나 참... 물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 건 또 처음 느껴봤다.

 

청평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펜션까지 갔는데, 기사님이 정말 친절했다. 한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 건 별로 큰 게 아니라 그런 작은 것인거 같다. 우리 아버지가 젊은 시절 청평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어서 그 때 얘기를 기사님이랑 많이 하셨는데, 청평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역사부터 지리까지) 우리가 가는 펜션 위치가 엄청 산 골짜기고 거기서 바깥으로 나오려면 빈 차로 나오실 것 같았는데도, 어찌나 친절하셨는지 감동 받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청평음식은 훌륭한 편이 아니었다. 이건 우리 집이 워낙 맛의 고장 전라도 여행을 많이 해봐서 높은 기준을 갖게 되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근데 정말 전라도에서는 고민 안하고 그냥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도 폭풍 감동을 받고 나왔는데...  (먹으러 언제 전라도 가고 싶단 소망만 품고 있다. 항상 크크크)

 

이건 딴 말인데, 난 식당에서 주인이 말 많은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먹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말하면 대체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들어간 닭갈비집 사장님이 말이 무지 많았다. 하긴 생각해보니 난 미용실 같은데서도 말 계속 시키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가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신기해. 여하튼 그 집 사장님이 추천해서 막국수까지 먹었는데, 막국수는 정말 심각했다 맛집 좀 알아보고 갈껄 싶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맑은 공기 콧속으로 펑펑 넣어주고 짧게 머무르면서 가족 사진도 많이 찍어서 어제 인화도 맡겼다. 엄마 아빠가 정말 별 거 아닌데도 어찌나 신나하시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여름에도 항상 먹고 사느라 바뻤다. 엄마 다니던 직장은 공휴일도 못쉬었는데, (많은 공휴일 중 며칠만 선택해서 쉴 수 있고 그랬던 것 같다) 여름 휴가 같은 게 있을리 만무했다. 어린이 날도 못 쉬셨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어린이 날에는 엄마가 어디 못가는 대신 김밥만 싸서 우리끼리 밥 먹게 해주시고 그랬었는데.. 참 바쁘게 살아온 것 같다. 우리집. 이제부터라도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크게 돈도 안드는데 가끔 이렇게 여행도 가고 그래야겠다.

 

그나저나 4일동안 회사 안가다가 가려니까 우울한 마음이 정말 큰 파도가 되서 내 마음을 덮치는 느낌 이구나. 우울하지만, 그래도 꽤 재충전된 느낌이고, 내가 회사를 안다니면 이런 여행 같은 것도 못갔을테니까 너무 우울해하지 말아야겠다.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사온 "란타나" 라는 이름의 화분. 저 중 한개는 남동생의 여자친구 선물용 으로 산건데, 우리 아빠가 손수 화분에 옮겨 심어주셨다. 동생이 휴가 내내 여자친구 얘기를 너무 많이 했다. 뭐 그럴 때긴 하지만. 나보다 능력있는 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