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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끼리의 첫 인상

일상 2014. 5. 26. 00:35

어디서 그런 글을 봤다. 여자들이 최고 공들여 화장할 때는 남자 만날때가 아니라 싫어하는 혹은 평소 샘나는 여자 만날 때라고. 그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나 역시도 가끔 무언의 경쟁관계 같은게 있는 여자를 만날 때는 화장도 공들여 하고 옷도 신경써서 입고 하니까.

대학 시절에는 돈이 워낙 없어서 나는 항상 남루했다. 그런 상태에서 바로 계약직으로 일을 했고 넉넉치 않은 월급에 옷을 사입을 돈도 없었다. 그런데 같은 사무실 내에있는 잘 차려입고 점심시간 때 몰래 담배나 피워대는 똑같이 계약직인 여자애들 둘이 나를 노골적으로 따돌렸다.

그러다, 어느 날 면접볼 때 입었던 치마에 새로 산 블라우스 같은 걸 입고 화장을 좀 하고 렌즈를 끼고 간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 모습을 본 뒤로 걔네들은 나한테 친절해졌다. 그러면서 같이 점심을 먹자는 거다. 내 예전 겉모습으로는 같이 점심 먹으러 나가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차려입고 오니깐 같이 다닐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언니 왜 맨날 이렇게 안 입고 다니세요. 였다.

두번째 오래 일한 사실상 내 첫직장에서는 제일 친한 후배가 그런 사심은 없는 애라 그냥 될대로 입고 다닐 때도 있고, 금요일이면 가끔 잘 입고 다니고 이런 걸 반복했고 따돌림 같은 건 당한 적이 없었다.

세번째로 일한 대학교에서는 아마 내 직장 역사 사상 다신 없을 따돌림을 받았다. 그걸 주도한 게 누군지 뻔히 알고 있다. 대학교에서 일하는 여자들 대부분이 졸업해서 학원강사나 단기로 일을 하다가 과사무실에서 조교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나 같은 경우야 멀쩡한 직장 때려치고 와서 일했던 거고. 그 사람들 입장서는 내가 싫을 수도 있었던 게, 대학교 업무는 회사 업무에 비하면 나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처음에는 좀 애도 먹고 가끔 교수들 비위 맞추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업무 자체로만 보면 정말 쉬웠다. 난 어느새 거기서 유능한 조교가 되었던 것이다. 크게 노력도 안했는데.

내가 일했던 단과대학에서 내가 이러 저러 하게 했다고 말했고 단과대학행정실에서는 다른 과에도 내 수준을 요구했고, 그러면 거기 여자들은 왜 걔는 그렇게 일을 해서 다른 사람 피곤하게 만드냐고 여기 저기 내 흉을 봤다고 한다.

근데 위에 말한 대놓고 날 따돌린 여자가 알고보면 참 불쌍한 여자로, 생각해보면 나는 그 여자가 갖지 못한 걸 상당 부분 갖고 있는 편이었다. 난 속상하고 내가 왜 다커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하는 마음에 울화통이 터졌지만, 그냥 그게 그 여자가 나에 대한 질투심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생각하기로 했다. (이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그 여자가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관두고 그 다음에 왔던 사람이 조교에게 인수인계를 하는데 자기가 나를 싫어한다 말을하며 그래도 얘가 옷을 예쁘게 입고 다닌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아마 그게 그 여자 맘에 제일 맘에 안들었던 모양이다.

위에 말한 것과 거의 똑같이 행동했던 여자 애 두명이 고등학교 시절 있었다. 나는 인천에서 전라도 시골로 간 전학생이었다. 전학생이 항상 그렇듯 나는 전교생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친한 고등학교 친구의 말에 의하면 내 흰 피부 덕분에 도시 애들은 다 저렇게 하얀 건가? 하는 말을 자기네들끼리 한창 했다고 한다. 1학년 때 전학 갔을 때 2학기 내내 내 말에 사사건건 (난 그때 우울증이라 하루에 몇마디 말도 안하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시비를 걸던 애와 2학년~3학년 2년동안 적대감을 드러낸 또 다른 1명.

난 그 때 얘네들이 왜 그러나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걔네들 역시 그게 나에 대한 질투의 표현이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황송할 따름이다. 나 따위에 질투감을 느끼다니.

이 얘기를 하는 건, 이번 주 학원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인데...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주말반에 복귀하셔서 난 그날 결혼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신청했다. 내가 항상 앉는 자리 맞은 편에 3주 연속으로 같은 사람이 앉았다. 나도 영어 발음 구리지만, 그 여자는 자신감도 있고 열심히 해보려고는 하는데 발음이 정말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여자였다. 알고보니 부산에서 올라온 여자였는데, 부산 사투리의 뉘앙스가 영어에도 미묘하게 있었다.

난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또 그런 학원에 있는 여자들과는 잘 얘기하고 웃고 떠드는 편이다. 그 여자분과도 잘 얘기하고 그랬는데, 내가 결혼식 때문에 다른 때와 다르게 좀 차려입고 학원갈 때 잘 안하던 화장까지 갔는데 뭔가 날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다르고 자꾸 내 신경을 긁는 얘기를 하는거다.

주제가 미래의 계획 같은 거였는데, 선생님은 회사에서 승진하고 싶냐 이런 질문에 대해 대화하라고 했다. 그래서 난 그 여자에게 나는 승진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승진이 어떻게 보면 더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이니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랬더니 그 여자는 대뜸 너는 쉬운 일만 하면서 평생 살고싶어 하는구나. 이렇게 말을 하는거다. 내가 그건 아니다. 나는 나중에 결혼해서도 할 수 있으면 계속 일하고 싶고, 만약에 직장 내 책임감과 일 그만두는 것 중 택하라면 난 책임감을 택할 거다. 말을 했는데 그랬더니 또 대뜸 근데 책임감은 싫다며? 이렇게 또 영어로 되 묻는 거다.

그 여자 공무원으로 일하던데, 나같이 일주일 5일 중 4일은 초과근로하는 사람이 정시 퇴근한다는 그 공무원한테 너는 평생 쉬운 일만 하기 원하는구나. 라는 소리를 듣다니! 그 사람들이야 말로 평생 쉽고 똑같은 , 그저 안정감이 좋아서 공부하고 시험본 사람들일텐데.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별것도 아니었는데, 난 어제 문득문득 그 여자 얼굴이 떠오르며 기분이 나빴다.

이 모든 게 다 나의 과대망상일 수도 있지만, 난 평생 여자들 사이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류의 여자들 대충 알고 있다.

여자애들은 대체 왜그럴까. 회사에서도 그렇다. 뭔가 남자한테 인기끌만한 요소를 갖춘 여자들 (대부분 애교부리는 여자들) 한테는 어김없이 보기 안좋다는 둥 여우라는 둥 말을 한다. 그리고 남녀가 모인 자리에서 자기보다 관심을 더 받는 여자에게는 미묘하게 싫은 티를 낸다. 난 정말 영어학원에서조차 이런 기분을 느낄지는 몰랐다.

그 여자가 나한테 더는 짜증나게 안하는 단 한가지 방법이 있다면 아마 내가 그 여자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알리는 거겠지. 그 여자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보다 어릴거라 생각한다. 위에 말한 부류의 여자애들 상대방 여자가 자기보다 나이 한살이라도 많은 걸 알면, 즉 자기가 나이에 있어 남자들 앞에서 우위라 생각하면, 대부분은 그때부터 무지 친절해 지니까. 하. 정말 왜들 그럴까.

왜들 그럴까. 이성의 관심을 통해서만 삶의 활력을 얻는 여자들, 자기가 쉽게 여길 수 있는 사람과만 친구관계로 지내는 여자들, 또 친구 만들 때 조차 겉모습을 따지는 여자들이... 인정하기 싫지만 꽤나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뭔가 싫고 껄끄러운 여자들 만날 때 마다 기를 쓰고 화장하고 옷을 챙겨입고 그러나보다. 아예 무시를 못하는 나도 걔네들과 같은 부류인걸까. 설마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