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rnal Sunshine 을 보고

위로 2014. 1. 12. 23:29

 

 

  어제 친구랑 맥주를 마시면서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 야 넌 만약에 지금 사귀는 남자가 있는데, 갑자기 옛날 첫사랑이 연락해서 보자고 하면 나갈거야?"

  친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응." 이라고 대답했다. 나의 경우는... 나 역시도 대답은 "응" 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아니"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겠지?

  나는 일단 왜 연락했는지 너무 궁금해서라도 나가볼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 뭐 둘다 상상만으로 끝내는 거지 뭐. 둘다 남자친구가 없으니 하는 상상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 둘은

  "야 남자들이 첫사랑 못 잊는다고 하잖아. 우리 둘은 그래도 공평하다. 남자도 첫사랑 못잊고 있을거고, 우리도 어차피 못 있으니까." 라고 말하며 둘이 크크크크크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난 또 두번째 질문을 했다.

  " 너 아직도 첫사랑 핸드폰 번호 기억해?" 그 질문 후에 우리 둘은 문득 깨달았다. 드디어 그 전화번호를 까먹었다는 사실을. 서로 "야야야 드디어 까먹었네. 우리가 인지도 못하는 사이에 까먹었네~~" 이러면서 서로 놀라워했다.

 

  부평에 새로 생긴, 8천원에 맥주 두잔을 먹을 수 있는 어제 우리가 갔던 그 가게는 문 밖으로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때문에 사장으로부터 우리를 내쫓으라는 특명을 받은 것이 틀림없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어찌나 당장 나가라고 무언의 압박을 해대는지 우리 둘은 결국 거기까지만 대화하고 서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친구는 전철을 타러가고 나는 버스를 타러 갔고, 운좋게 나는 바로 온 버스에 앉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머릿속에 그 남자의 번호가 띠리롱 하고 떠오르는거다. 잊은 줄 알았던 그 번호가. 그래서 친구에게 카톡으로 그 번호를 찍어 보냈다. 그랬더니 내 친구도 그 남자 번호를 띡 직어서 보내는 게 아닌가. 그리고 우리 둘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를 보냈다.

 

  이렇듯, 거의 십년이 다 되어가는 이 지겨운 감정에서 참으로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렇다보니 모든 예술이 사랑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 아무리 남녀간의 사랑 역시 화학작용의 일부라고 해도 말이다.

 

  "그대 나의 슬픔이 되어 주오." 라는 가사도 있듯,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 까지 포함하는 것 같다. 그 사람을 때문에 슬퍼했던 것 까지 모두 다. 웃기는 말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또 어쩌면 사랑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고. 기쁘고 즐거운 사랑이 끝나고 권태기가 오고 이별이 와도 그 사랑으로 인한 감정은 죽을 때까지 아마 없어지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 사람이 밉든 싫든 미련이 없든 있든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도 Eternal 이라는 단어가 붙은 거 아닐까.

 

  이터널 선샤인은 앞서 영화 원데이 감상평에서 말했던 그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던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인데 개봉당시 보고 싶었지만, 영화를 보면 더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 보류해뒀던 영화였다. 그러다 용기를 내서 봤는데, 일단 시나리오가 독특했다. 이 시나리오라면 미셸 공드리 감독이 아니어도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또 Beck 이 만든 영화 음악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s 가 영화 분위기와 기가 막히게 잘 맞는다. 또 짐캐리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다시 한번 알게되는 영화다. 도저히 에이스 벤츄라 마스크를 찍었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진지한 연기에 깜짝 놀랐다.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우리나라 홍보 문구가 딱 맞는 영화다. 사랑할 사람은 결국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사랑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자기 과거 사랑의 비극적 결말을 알고 다시 과거로 다시 돌아가도 결국은 또 다시 그 사랑에 빠져들게 될 것이 틀림이 없다.

 

http://youtu.be/WIVh8Mu1a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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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벼랑위의 포뇨 글씨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쓴 거랜다. 집이랑 포뇨 그려놓은 것 봐. 완전 귀엽네.

12 월 초에 동생이 휴가를 나왔었다. 2박3일이라 휴가라고 말하기도 뭐한데. 흐. 원래 부대앞에 엄마아빠가 데러러 갔는데 이번에는 같이 나오는 사람이 많다고 전철타고 오겠다고 하여 마중을 안나갔다. 근데 전철타고 오며서 저 포스터를 봤던 모양이다. 동생이 휴가 나왔을 당시는 아직 개봉을 안했던 때라 어둠의 경로로 봤다. 개봉하면 다시 영화관 가서 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보고 있네. 아 스크린에서 만화를 보고 싶어.
미야자키 하야오 요즘 만화에는 항상 훈남이 한명씩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5살짜리 꼬마 밖에 안나온다. 그게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고 스토리는 정말 간단 명료하다.
난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늘 걷는 장면을 스크린으로 보고 솔직히 말해서 눈물을 찔끔 흘렸더랬다. 다시 말하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 원작소설은 내가 어렴풋하게 추구하는 연애에 대한 모든 것 이라고 말해도 좋을만큼 좋아하는 소설이니까. 그래서 그런가 스토리를 너무 많이 생략해서 내동생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중에서 최고 구리다고 평가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진짜 좋았다.
이번 포뇨를 보고 또 느낀 건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연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데 정말 특출난 재능이 있다는 거다. 무슨 히말라야나 아라비아 사막같은 거대 자연이 아니고 그냥 일본 어귀의 작은 시골 풍광도 아 자연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라고 느낄만큼 표현을 잘 해내는데 보고 있다보면 감격스러울 지경이다. 이번에 그런 힘을 느낀 장면은 역시 포뇨가 파도 타고 소스케 쫓아가는 장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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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뇨 캐릭터가 맘에 들어서 핸드폰 줄이라도 살까 했는데 다 품절이다. 쳇. 그리고 엔화가 요즘 너무 비싸서 그런지 비싸기도 엄청 비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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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역시 이런 모습의 짐캐리가 좋아.


짐캐리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짐캐리 나온 영화를 너무 안챙겨본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난 짐캐리가 좋다. 특히 저런 코메디 연기 하는 짐캐리.
일본 같이 여행갔던 친구를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본 영화인데 친구는 영화 속 짐캐리 캐릭터가 너무 짜증나고 싫댄다. 난 재밌고 좋았는데.
영화는 보는 내내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웃기다. 특히 짐캐리가 강연회 간 게 최고 웃겼다. (예스! 예스! 노맨! 노맨!)
조금 가슴아팠던 건 마스크에서 보았던 그 팽팽한 짐캐리가 아니고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짐캐리라서. 하긴 마스크 나온 게 나 초등학교 때니 그럴만도 하지.

이렇게 성의없는 리뷰 마무리.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