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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0 민망한 꿈

민망한 꿈

일상 2010. 3. 10. 12:31
언제부턴가 3월에 눈이 오는게 당연시 되어버렸다.
눈이 많이 왔길래 오늘도 지각이구나 했는데 역시 15분 가량 지각을 했다.
대방역에서 갈아타느라 전철에서 내렸는데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때문에 불편한 건 불편한 거지만, 눈 내리는 모습이 진짜 이뻐서 새삼 감탄했다.
올해는 눈만 왔다하면 전철이 연착되는데 동인천역에서 타는 용산행 직통은 5분만 연착되어도 미어 터지는데 오늘은 거의 10분가량이 연착되다보니 엄청 미어터졌다. 그런데 뭐 저번 1월 달 교통대란을 맨몸으로 버틴 나에게는 하찮을 뿐. 으흐. (고수의 여유)
그런데 오늘 전철에서 좀 황당한 일이 있었다. 출발역에서 전철을 탄 나는 무사히 앉아서 모자쓰고 눈감고 자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나한테 묻지도 않고 엄청 큰 자신의 가방을 내 다리위에 척 하니 올려놓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선 그 큰 가방에서 여러가지 화장품을 찾으면서 비비크림 바르고 파우더 바르고 아이섀도 바르고 뷰러로 속눈썹 올리고 이 모든 과정을 계속 하시는거다. 그 사람 많은 가운데서 그것도 서서. 나한테 올려놔도 되겠냐 물어봤으면 싫은데요. 하지도 않았을 거 같은데.
서서 화장 하시는 건 그렇다 쳐도 아니 조용하게 앉아 있는 사람 무릎에 쌀포대만한 가방 내려놓으시는 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물론 사람이 엄청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 쳐도 최소한 양해는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나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묵묵히 그 아줌마 가방을 무릎위에 올려놓은 채로 구로까지 왔다.(그 아줌마가 구로에서 내림) 그렇다. 내 성격이 이 모양이니 그 아줌마도 그걸 알아보고 그러셨겠지.
난 이른 시각에 전철을 타다보니 전철 안에서 화장 하는 여자들 모습을 자주 보는데, 보통은 그걸 굉장한 비매너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실제로 화장하는데 10분 정도 걸린다고 쳐도 아침의 10분은 엄청난거다. 오늘 본 아줌마처럼 다른 사람 무릎위에 가방 올려놓고 화장 하는 거 아니면, 난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고싶지 않다. 내가 전철 안에서 화장을 못하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한테 비매너라고 생각해서 안하는게 아니고, 화장을 하다보면 왠지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래서 난 그냥 회사와서 화장한다. 화장이라고 해봤자 비비크림만 바르는 정도지만.

어제는 전에 여기에도 썼던 유일한 남자 회사 동기랑 서울역까지 같이 갔다. 그 분은 수원이고 난 인천이니까. 전철안에서 그 분이 올해 두산 베어스 시즌권을 샀는데 바뀐 마스코트 때문에 카드가 다시 왔다. 두산 베어스 이번 캐릭터 프랑켄슈타인의 곰 버전이다. 구리다.  우리회사 진짜 어이 없는 회사다. 다 일러 바쳐 버릴거다.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별 일 없이 헤어졌는데 문제는 그날 밤이었다.
그날 밤에 그 분이랑 키스하는 꿈을 꿨다. 이게 뭡니까.헐.
어쨌든 내가 평소 때 겉모습이 베트남 사람 같아서 베트콩이라고 혼자 별명까지 지어놨는데. (실제로 회사 처음 입사한 사람은 저쪽 동남아쪽에서 와서 취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국말 해서 엄청 놀랐다고) 아침에 출근해서 골치 아픈 문제 때문에 짜증나 있는 상탠데 뭐 필요한 게 있다며, 나 있는 곳으로 오셨는데 왠지 죄책감이 느껴졌다.
뭐 나 혼자만 아는 문제 가지고 부끄러워할 필요까진 없는 거지만, 아무리 꿈이라지만 너무 느낌이 생생했다. 아. 나 미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