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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09 다 개소리

다 개소리

일상 2012. 5. 9. 23:42

사람이 태어나서 부모님께 지극한 사랑을 받다 보면 자기 혼자서 옹아리를 하다가 말도 하게 되고 걷게 되고 뛰게 되고 친구도 사귀게 되고 공부도 하게 된다. 그렇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태어나서 필요한 건 진짜 비틀즈 노래 가사처럼 사랑 밖에는 없는 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말을 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두 발로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준 것도 아니지만, 사람은 지극한 사랑을 받다보면 안가르쳐 준 것도 다 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난 그걸 알기 때문에 내가 평생동안 고민하고 시달려온 문제에 단 한번도 시달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성공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한다. 

알면서도 그런 인간들을 보면 심사가 뒤틀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왜냐면 난 그렇게 착하지 않기 때문이다.난 겁내 찌질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 책을 사서 읽고, 그런 사람 강좌를 찾아가고 하는데 난 솔직히 그런데서 나오는 말은 다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 말대로 돌아가는 세상이었다면, 이 세상에는 소설도 없고 시도 없고 그림도 없고 노래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난 오늘 단 한번도 부족함이 없이 살아온 것 같은 사람에게서 충고를 들었다. 물론 그 사람은 부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나름대로 노력해서 자기의 것을 쟁취하고 자기의 위치를 구축했지만, 난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그 사람은 깊은 좌절과 실패의 쓴 맛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으니까, 그 정도는 느낄 수 있다. 

사실, 남에게 충고를 쉽게 한다는 게 그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 "어쩔 수 없는" 이라는 말이 핑계나 변명이 아닌,  진짜 실패의 유일한 이유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면 그 "어쩔 수 없는" 상황때문에 무너지는 부모님을 단  한 번이라도 지켜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남에게 충고를 남발할 순 없을 것이다.

다가오지도 않을 일을 겁내는 건 그 일이 얼마나 괴로운 지 알기 때문이지 겁이 많아서가 아니다.

또, 그런 괴로움 앞에서 대범하게 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괴로움을 모르는 거지 남들보다 잘나서가 아니다.

진정한 상실감을 맛본다면 지금 날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마 그 사람은 평생 그럴 일이 없을거다.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나 또한 이렇게 태어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