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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9 강박 시리즈: 주류 강박 2

  회사에서 강남 "병"에 걸린 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나중에 결혼하면 저 지경이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그 분이 하는 말을 들으면 전혀 공감이 안되다가도, 저게 행복한걸까? 하고 어느새 약간은 수긍하게 될 때도 있는데 그 때마다 마음이 서늘해진다. 강남에 살면서 자식을 서울대 보내는 것이 최상의 행복이라고 믿는 그 분을 보면 뭔가 주류 강박에 걸린 사람 같아 보이는데, 그 분을 그렇게 만든 건 부모님 이겠지. 그 분이 본인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말하는 걸 들을 때 마다, 정말 대책없는 속물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물론 그 분 자체만 놓고보면 악의 없고 좋은 분이지만, 대부분 강남 사람들이 저런 생각 하면서 사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무서워 질 때도 있다. 정말 다른 행성의 사람 같아 보인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이 내가 만약 평범한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했다면, 그러니까 자세히 말하면 이름 들으면 아는 대학에서 나와서 회사 들어가서 착실히 돈 벌고 서른 쯤에 결혼해서 애들 학원 보내고 남편은 대기업 다니고 이런 평범하지만 어찌보면 허황된 삶에 대한 의지를 모두 다 져버리고 차라리, 어렸을 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거나, 아니면 정말 전문적 음악 오타쿠의 길을 걸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을 좀 한다.

  그래서 난 나중에 자식이 공부 말고 다른 데 더 재능이 있는 것 같고, 정말 평생 열의를 가지고 할만한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으면, 내 생각하지 말고 니 하고 싶은 거 계속 해보라고 할 거다. 부모가 되면 욕심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게 내 작은 꿈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지도 못하는데, 난 뭔지 알았는데도 실천을 못했다.

  이 나이에 장래 희망이라고 하면 뭐 하지만, 또 하나 나의 작은 꿈이라고 한다면, 

  난 나이 들어서도 새로운 좋은 음악이 나오면 좋아하고, 좋은 책이 나오면 읽고 싶어졌으면 좋겠고, 젊은 사람들이 하는 농담에도 크게 웃을 수 있고, 같이 대화하는데 막힘이 없었으면 좋겠다. 또 내가 아는 사람이 일반적인 대한민국 사람들의 기준에서 볼 때 철없는 행동을 하겠노라 선언해도 비웃지 않고 진심으로 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병환의 수준으로 까지 보이는 주류에 대한 끝없는 집착으로, 또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주제에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그 자부심 하나로,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그저 딱한 병신 취급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정말 진절머리가 나고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