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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 교회.

일상 2010. 7. 6. 00:11
내 방은 불을 꺼도 밝다. 우리집 바로 앞에 있는 교회 지붕이 엄청 높은데 거기에 덕지 덕지 붙여놓은 조명이 어찌나 강한지 내 방까지 들어올 정도다.
원래 우리도 그 교회를 다녔다. 가깝기 때문이었다. 자리도 텅텅 비어있고 실내는 또 어찌나 어두웠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그 교회는 망했다. 교회에 망한다는 표현을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교인이 너무 없어서 교회를 다른 곳에 임대하면 망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후 그 교회는 대공사를 시작했다. 꽤 오랜기간 공사를 하더니 새로운 교회가 떡하니 들어왔다. 새로 들어온 교회는 소위 사이비라고 말하는 교회였다. 교주가 있고 그 교주가 죽고 그 교주의 부인을 믿고있는 교회였다. 나는 가족들이 교회를 다니니까 이정도 알고 있는 건데, 아마 전혀 모르는 사람은 똑같은 교회인 줄 알지도 모르겠다.
그 교회가 들어온 후 대대적인 전도 행사를 맨날 하고 있는데 예전에 난 한번 낚였다. 수영을 갔다가 집 앞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대학생 쯤으로 보이는 애들 3명이 다가와서 동아리에서 나왔는데 자기들이 만든 UCC 가 괜찮은 지 봐달라는거다. 몇 분 안된다고 하기에 난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네들 노트북을 열어서 보여주는데 그 동영상은 자기네 교회의 정당함을 주장하는 동영상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걸 보다가 피식 하고 웃었더니 왜 웃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저 여기 교회 어떤 교회인 줄 충분히 아는데요. 저는 안 믿어요. 라고 말하고 와버렸다.
그랬더니 어떻게 알고 계신거냐고 물어보면서 날 붙들었다. 다행히 때 맞춰 신호등 파란불이 들어와서 건너서 다행이었다.
그 뒤로 그 교회는 매일 낮에는 매실물을 타서 나눠주고 있는데 그걸 받아서 마시는 사람들에게 저희가 저 교회에서 나왔다. 한번 꼭 와라. 라는 멘트를 붙이고 있다.
며칠전에도 역시 그 교회 사람들이 나와서 전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어떤 아줌마에게 그 교회 사람이 다가가서 종이컵에 들은 차를 주는데 그 아줌마가 그 차를 바닥에 다 버리고 나서 종이컵을 교회 아줌마에게 주는 거다.
그 정도로 심하게 하는 사람을 난 처음 봐서 많이 놀랬다.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 사이비 교회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난 좀 짜증이 났지만, 교회가 생긴 후 거기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생각보다 멀쩡해서 뭐 그렇게 나쁘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정통 기독교라고 주장하는 교회 중에서 엄청난 헌금으로 교회나 짓고, 장사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차라리 교주를 믿는 이상한 종교라도 헌금으로 좋은 일을 한다면 정통 기독교보다 못한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기독교 종사자들이 많다보니 평소 종교에 좀 관심이 있는 편인데, 내가 지금 이야기 한 게 기독교의 영원한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인 것 같다.
교회에 태어나서부터 계속 다녔지만 온갖 나쁜 짓만 하고 교회가서 맨날 회개하여 용서 받은 사람. 교회를 안다니고 교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다른 교리를 믿는데 평생을 봉사하고 배풀다가 죽는 사람.
둘 중에 과연 누가 좋은 사람일까?
교회 말대로라면 좋은 사람이라도 교회를 안다니면 죄를 받는다고 말하는데 그건 말도 안된다. 차라리 예수님 하나님으로 장사하는 교회 종사자들이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뭐 성경이라는 건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진짜로 신이 있다면 그 정도는 판단하실거라 믿는다.
음료수를 다 버린 아줌마는 아마 집앞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 아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아예 종교를 혐오하는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집앞 교회가 사이비라고 해서 난 그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걔네들이 믿는 교리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