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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3 KTX 타고 정읍 다녀오기. 2

오랜만에 조금 여유가 있어서 그 때 얘기를 쓰고 싶어졌다.
그 날 아침 9시도 안되었는데 문자가 하나와서 보니까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금요일이었는데 난 정말 깜짝 놀라서 안절부절하다가 우선 KTX 표를 예매해서 토요일에 내려갔다.
이건 하루 이틀 느끼는 건 아니지만, 전라도로 가는 길은 경상도로 가는 길에 비해서 정말 척박하기 짝이 없는데 KTX 역시 전라도쪽은 복선이 아니라 시속이 채 300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읍까지 가는데도 2시간 10분이나 걸린다. (부산이 3시간인데 비한다면 엄청 오래걸리는 시간) 뭐 무궁화 타면 3시간 반에서 4시간 걸리니 1시간은 빠른거니까. 뭐 아무리 그래도 난 전라도 특유의 분위기 정말 좋아한다.

KTX는 듣던대로 과연 좌석과 좌석사이 자리가 좁았다. 잠을 좀 자다가 그 안에 있던 철도공사 잡지를 보다가 하니 정읍역에 도착을 했다.
내가 고등학교를 나온 곳이고 20살 이후로는 절대 발도 들여놓지 않았던 곳인데 다시 가봐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시골모습 그대로였다.
택시를 타고 친구한테 갔는데 의외로 의연한 친구 모습에 놀랐다.

문제는 내가 25살 때 절교한 애가 한명 와 있었던 건데, 나는 사실 시간도 꽤 지나서 가서도 그냥 얘기할 일 있으면 얘기하고 잘 지냈냐고 물어볼 요량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걔는 그게 아니었나보다.
생각해보면 걔랑 나랑 절교하게 된 큰 계기도 어찌보면 내 탓이 더 큰데, 난 예전부터 그냥 그 애의 행동과 마음가짐이 너무 이해가 안되던 터라, 그냥 사과도 안하고 그대로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예전부터 말을 하지만, 난 그냥 정말 친한 사람 몇만 내 곁에 두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고, 안그러려고 노력해도 난 내가 싫어하고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여지없이 어떤 식으로든 그걸 티내는 사람이라 25살이 아니었면 26살에 아니면 27살에라도 걔랑 나랑은 절교를 했었을거다.
난 아무 생각없이 당연히 걔가 와 있긴 하겠지 하고 갔고, 고등학교 같이 졸업한 애들은 어차피 같은 테이블에 앉을테니까 마주보게 앉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냥 인사하고 그래야지. 하고 갔는데 세상에. 걔는 나한테 아직도 안좋은 감정이 남아 있는지 (크크 하긴 당연한건가) 아예 날 쳐다도 안보는게 느껴지는 거다.
원래는 셋이서 같이 고등학교 동창이라 셋이 잘 어울렸는데 그때 아버지 돌아가신 친구와 나는 아직도 사이가 좋고, 나랑 절교한 애랑도 내 친구는 사이가 좋고 그래서 결국 그 자리에서 만난 건데, 뭐 유치하게 저렇게 티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고등학교때 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셋이서 그럭저럭 잘 어울리던 모습이 아득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난 노골적으로 날 거부하는 사람이 있는 자리에 버티고 앉아있을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라서 한 2시간 앉아있다가 결국  쫓겨나듯 그 곳을 빠져 나왔다.

내 친구는 그 때 이후로 고향에서 안 올라오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깨달은 진리는 기쁨은 나누면 2배 고통은 나누면 반 이라는 말은 다 뻥이라는 거다. 기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괴롭고 고통스러운 건 솔직히 말해서 당사자 아니면 그 누구도 같이 공감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감은 커녕 아마 이해하지도 못할 거고, 만약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본인에게 돌아오는 불이익만을 생각하지 고통의 당사자에 대한 배려나 안쓰러움 등은 절대로 안중에 있을 수가 없다. 이건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공감도 안되고 이해도 못하는 제3자의 입장에서 어줍지 않은 위로라고 몇마디 해봤자 당사자에게 무슨 위로가 될까? 위로를 받는 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난 그냥 혼자 괴로우면 혼자 그 문제를 해결 하거나 해결이 안되면 시간이 오래 지나서 잊거나 그 둘 중 하나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진리라고 믿다보니 난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남들이 흔히들 하는 위로의 한마디를 잘 못하겠다.(오히려 안친하면 가식적으로 할 수 있겠지만 친하기 때문에 더 안되는 거 같기도 하다) 그때 친구한테 가서도 별 말 못하고 그냥 왔다.

그런데 정말 친한 사람이라면 이런 건 진짜 필요한 것 같다.
나도 그런 적이 있지만, 사람이 너무 괴로우면 일시적으로 평소의 성격과는 많이 다른 모습과 표정 행동을 할 수 있다. 친한 사람이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의 이상한 그런 행동과 말 표정 말이다. 가끔 나도 내 주변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서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그냥 그런 모습에 대해서 크게 반응하지 않고, 곁에 있어주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나 역시 내가 이상해졌을 때 그냥 묵묵히 아직까지도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최고 고마운 것 같다. 또 그냥 그 때 얘기에 대해서도 모르는 척 얘기 안하고 그러는 거 말이다.
내 나름의 이런 철학으로 그 친구한테 연락도 잘 안하고 이러고 있지만, 그 때 이후로는 그 친구를 생각할 때 마다 마음이 좋지가 않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나한테 계속 집에 가라고 무언의 어택을 가했던 절교한 애한테는 하나도 안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