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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사랑

일상 2015. 5. 25. 16:02



부처님은 정말 아름다운 때 태어나신 것 같다.
운동장소를 고등학교 운동장으로 바꾸면서 자유공원에 예전보다 뜸하게 왔다.
마지막으로 왔을 땐 새싹도 볼 수 없었는데 지금은 꽃이 피고 나무들도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공원에 올라오다 보면 양 옆으로 단독주택들이 많다. 단독주택 문 앞에 내놓은 화분들을 구경하는 게 내 취미다. 예쁜 곳에 심어져 있진 않지만, 주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그런 소박한 화분들에게 아침마다 물을 주고 보살피는 주인이 나쁜 사람일 리 없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레옹에서 레옹이 식물을 끔찍하게 아끼는 걸 보면서 이 남자가 사랑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남자임 을 알 수 있듯 말이다.
우리집도 햇빛이 잘드는 집이라 화분이 꽤 많은데 죽어가던 식물이 봄되니 거짓말같이 살아나고 꽃까지 피워내는 걸 보면 별것도 아닌데 마음이 찡하다.
엊그제는 구청에서 우리집앞 초등학교 길가의 장미가지들을 통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전기톱으로 다 잘랐다.
통행을 방해하는 것이 꽃이라면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길을 찾았을텐데… 그렇게까지 해야했을까.
횡단보도 앞에서 잘려져 말라가는 장미 꽃봉오리들을 보자니 가슴이 아팠다.





오른팔 날개 뼈 쪽이 너무 아파서 어제는 침대 이불도 제대로 못 폈다. 한글날 한의원 근무하면 아무래도 가서 피 좀 뽑고 침 맞아야할 것 같다.
침맞기 싫어서 어제 거금 7만원주고 중국마사지도 받았는데, 역시 피뽑고 부항하는 거 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구나.
어제 킬러스 콘서트 가서 실컷 재밌게 놀고 와선 오늘 오랜만에 자유공원을 좀 걸으러 나왔는데, 

갑자기 내 인생이 너무 재미 없는 거 같아서 우울해졌다. 

하루하루 신난다 하면서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냐만, 왜 나는 이렇게 어렸을 때 부터 외롭게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그랬듯 역시 사람에게는 살고 싶은 의지와 죽고 싶은 의지가 항상 있는건데, 

나 같은 경우는 사실 뭘 이루려고 사는 것도 아니고, 하루 하루 살고는 있는데 뭐 열심히 사는지는 모르겠고. 그렇다. 다들 이런건가. 

(아무리 그래도 프로이트 이론은 토나와 싫다. 저런건 처음 발견하고 학문으로 만든 걸 보면 천재는 맞지만.)

 

나는 해야하는 일만 하면서 살기 때문에 지금 죽어도 크게 여한은 없다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죽으면 우리 엄마아빠가 무지 슬퍼하겠지만, 내가 계속 살아서 뭘 이뤄야겠다 하는 그런 게 따로 없다보니.

그냥 가끔 있는 이런 공연, 여행, 친구와 차한잔, 아니면 혼자 산책 이렇게 간단한 아주 작은 사건에 의지하면서 살아내면 되는건가.

그래도 자유공원에서 양말까지 벗고 가을 바람도 맞고 하니 조금 위안이 되는구나. 

내려 가는 길에 있는 펀칭머신에 200원 넣고 한번 치고 싶은데, 오늘은 아마 그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 못하겠다. 혼자 아무거나 잘하는 줄 알았는데 길에 있는 펀칭머신을 혼자 치는 건 못하겠네. 아직 멀었다. 그 옆에 두더지도 재밌는데. 평일에 혼자 산책 나오면 적막한 거리에 그 기계에서 두더지가 "안녕하세요." 끊임없이 녹음된 인사를 말하는데, 그 소리가 울려 퍼지면 웃기면서도 뭔가 스산한 기분이 들곤 했다.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데 어쩌면 그렇게 충실히 인사를 계속 하는지. (쓰고보니 나 좀 미친 거 같네)

아주 시간이 오래 지나면 그 두더지 인사도 그리워 지는 날이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