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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31 골드스타
  2. 2015.06.16 일기 폭발

골드스타

일상 2015. 7. 31. 01:21

여름을 좋아한다. 이번 여름은 열대야가 없어서 그런지 살만하다. 낮에는 엄청나게 덥지만, 뭐 그것도 여름의 매력이니까 나는 좋다.
학교 사무실 에어컨이 골드스타인데, 성능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 5년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골드스타 에어컨과 함께 시원한 여름을 나고 있다.
이번주부터 양산도 쓰기 시작했다. 양산쓰면 아줌마되는 기분이라 작년까진 안썼는데, 학교에서 한낮에 다른 건물 가는 게 보통일이 아니라 나도 굴복했다. 양산은 이제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오랜만에 클래지콰이 1집을 들었다. 첫번째 트랙 You never know 를 2004년에 들을 때 어떤 사람을 생각했다. 2015년이 된 지금 나는 또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또 그 가사에 공감했다. 언제쯤 나는 기다리게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했다. 다시 말하지만 확신 없는 기다림처럼 사람 미치게 하는 건 없다.
2주 전에는 운전해서 천안까지 갔다. 밤 12시에 천안에서 인천까지 올라오면서 내가 또 바보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뭘 바라고 간건지 한심했다. 이제 완전히 끝내자. 생각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기다리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서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도 모르게 기다릴 수 있다. 이러다 슬쩍 잊혀진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운전한 이후 경기도 벗어나본 건 처음이었는데 50km를 지나니 차안에서 혼자 좀이 쑤쎠서 혼났다. 100km 이상 가는 운전은 앞으로 웬만하면 지양해야겠다.
천안은 나름 1호선도 닿는 곳인데 한산한 소도시 느낌이 물씬 났다. 인천보다 운전하기 편했고, 좀 심심해보여도 살기 좋아보였다.
전 회사에서 겪은 일을 빨리 극복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충격이 컸던건지, 작은 일에도 골똘히 고민하고 의심하게 되고 그런다.
매일 눈을 뜨면 아직 살아있구나. 하고 그냥 산다. 5년 뒤에도 이 상태면 그냥 죽기로 했다. 죽지 않고 살아야하니까 살아야할 이유같은 걸 찾는 게 2015년 8월부터 12월까지 내 숙제다.


일기 폭발

일상 2015. 6. 16. 23:47

1. 며칠 전 용인 사는 친구에게 야 난 너 없이 못살 것 같다. 고 고백했다. 고등학교 때 전학가서 졸업할 때 까지 유일한 친구였던 걔가 만약 내 인생에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자기를 이렇게 사랑하는걸 알면 무서울 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을 고백하니 별안간 기분이 좋아졌다.

2. 예전에는 알아서 괴로울 진실은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여장을 하는 평소에는 멀쩡한 남편이나 누가봐도 잘난 남자친구이지만 알고보니 과거에 심한 학교 폭력의 가해자 였거나, 나한테 엄청 잘해주는 상사인데 알고 보니 속으론 나를 완전 바보 취급하고 있거나… 뭐 이런, 진실이지만 잔인한 것들은 죽을 때 까지 모르는 게 행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진실이 아무리 잔인하다고 한들 그걸 전혀 모르는 것만큼 잔인하진 않은 것 같다.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고 그 아픔을 넘고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올 때 훨씬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진실이 무척 실망스럽지만 오늘 밤은 꿀잠을 잘 수 있겠지. 뭔지 왜그랬는지 이젠 아니까.

3. 희망하던대로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 내가 첫직장 다니면서 하던 실수를 거의 똑같이 하고 있는 사람을 보니 안타까워 미칠 것 같다. 그렇게 살면 전혀 남는 게 전혀 없다고 자꾸 충고를 하는 나를 보며, 그 때 어른들 말이 대부분은 맞는 말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중 이다. 엄청나게 늦었지만.

4. 내 정신건강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건 일기 쓰기다. 이렇게 나의 어두운 면을 말할 곳이 없었다면, 난 정상적인 대한민국 시민으로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과 불만이 참 신기한게 이 곳에 쓰는 순간 내 마음과 뇌에서 빠져나간다. 덕분에 이 일기장에는 우울하고 슬프고 불만투성이의 나만 기록되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이 일기장에 있는 내가 진짜고 학교에서 웃고 떠드는 나는 가짜인걸까 고민했다. 일기장에서와 실제가 다르니 가증스러운 것일까 하는 그런 순수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어둡고 우울한 내 모습이 없다면 밝고 상냥한 나도 존재할 수 없는 거니까 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지는 건 무의미한 것 같다.
일기에 재수없는 나를 기록하고 가둬 놓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5. 내가 운동을 너무 싫어해서 하나님께서 일부러 발을 다치게 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발이 아파서 뛰지 못하니,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내 체력이 허락하는 데 까지 뛰고 손가락 발가락에도 심장이 달린듯 쿵쾅쿵쾅 온 몸에 열이 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지금 내 발 상태를 봐서는 완쾌란 없을것 같지만…만약 다시 마음껏 뛰게 된다면 삼라만상이 소중할 것 같고, 누구에게든 관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