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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패한 이유.

일상 2009. 11. 6. 19:55
수요일에는 대학 때 친하게 지내고 지금도 연락하는 언니가 시간되냐는 문자가 왔다. 마침 아무 약속도 없고 일찍 끝내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만났다. 퇴근 후 평일에 뭔가 하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데,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언니가 거절하기도 뭐했다.
그런데 나가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엄청 재밌었다.
언니와 이야기 하다가 또 몇년전의 내가 떠올라서 곱씹고 있는 중이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 제대로 되지 않은 첫번째 이유는 (뭐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상대방이 내가 맘에 안든다거나, 끝까지 걸렸던 뭔가가 있었겠지만) 불평불만을 너무 많이 해서. 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당시의 나는 항상 즐거울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당연한거 아닌가. 날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당사자가 날 괴롭게 만드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잖아. 그런데 그 불평 불만을 은연중에 쏟아냈으니 잘될리가.그리고 뭐 생각해보면 많이 꼬질꼬질 했던 거 같다. 예쁘게 좀 하고 다닐 걸.
그런데 당시의 나는 꾸미고 다닐 돈도 없었다고. 어쨌든 뭐 불평불만이 첫번째 이유같긴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바로 외모와 관련된 이유도 50% 이상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난 정말 진심이지만, 내가 그 사람 말대로 엄청나게 불행해지더라도 곁에 있으면서 불행해지고 싶었다.
위험한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망한 거 같다.
낳아준 부모님 생각은 안하고 저런 생각이나 했으니.

그런데 난 아무래도 저 때 상처가 많이 컸던 거 같다. 정식으로 사귀지도 못했으면서 아직도 이러고 있는거 보면 찌질해서 어디 내놔도 부끄럽고 쪽팔리지만, 현재까지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없어도 그만 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의 9할 이상은 아직도 저 사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무리 발버둥을 쳐봤자, 사랑받을 수 없었던 그 절망감을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다.
그 두려움이 날 아직까지 이렇게 만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고 좋은 사람을 지금 만날 수 있을까? 글쎄. 오히려 사랑 받을 수 없다는 절망감만 더 심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냥 내 결론은 난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런 저런 모든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 뿐. 어쩌랴. 지금 난 이런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