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행복했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2.01 1.5 배 길었던 주말

1.5 배 길었던 주말

일상 2013. 12. 1. 23:21

  금요일에는 오후 반차를 냈다. 저번에 이태원 약속을 취소하신 분이 미안하다고 공연을 보여준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 맘이 많이 상하긴 했지만, 회사 와서 이야기 하고 나서 다시 맘이 풀린 상태였는데... 내가 너무 기분 나쁜 티를 냈나? 하는 생각에 오히려 미안해졌다. 

  공연이 7시 30분이라 그 전에 시간을 보낼 거리가 필요해서 예술의 전당에 가서 전시회를 봤다. 난 사진 전시회는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잘 안보는데, 원래 우리가 보려던 전시가 12월 12일 시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매표소 가서야 알게 되어 하는 수 없이 마리오 테스티노? 라는 패션 사진기자의 전시회를 봤다. 

  입구에 마돈나의 Ray of Light 앨범 표지가 있어서 반가웠다. 같이 왔던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전시회를 봤는데 전시회 사진이 재밌긴 했는데 문제는 너무 작품의 수가 부족하다는 것 이었다. 입장권 적정가는 8천원 정도? 사진이면 파일 받아서 프린트해서 걸어놓기만 하면 되는건데 그렇게 작품의 수가 부족할 수 있는 것인가!! 

  공연은 아직도 이름 잘 못외우는 푸에르자 부르타 라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나와서 하는 춤과 퍼포먼스가 섞인 공연이었는데,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가서 다음에 어떤 장면이 나올 것인지 보는 재미가 있었다. 총소리가 나올 땐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연극이나 뮤지컬 처럼 대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저 동작과 행동은 무슨 의미일까 해석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 공연 티켓 값 비싼 것 같은데 다시한번 좀 미안해지고 있다. 

  사실 이날 반차 내고 했던 일련의 것들보다 그 분과 여러가지 이야기 한 게 재밌었다. 난 솔직히 둘이 처음 이렇게 오랜 시간 보내는 건데 어색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동 중에 차안에서 카페에서 했던 여러가지 이야기가 다 재밌었다. 이 분이 관두시더라도 다시 봐도 즐거울 것 같다. 외국으로 가신다니깐 볼 날도 별로 없겠지만 말이다. 


  토요일에는 첫직장의 귀여운 내 유일한 후배를 만났다. 정말 내 그지같았던 첫직장 생활에서 가장 큰 성과는 아마 후배를 알게 된 것이리라. 어쩌면 이 후배랑 친하게 되려고 그 직장 생활을 한 것이라는 생각도 가끔 할 정도니까 말이다. 약간... 고등학교 친구 같은 느낌이다. 

  이 후배를 만나고 느낀건데, 난 나랑 약속 끝나고 다른 스케줄이 없는 사람들이랑 친한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가끔 그런 사람들 있다. 나 만나고 또 저녁 늦게 다른 약속 있는 사람들. 이상하게 그런 사람들이랑은 친해지지가 않는다. 

  요즘 직장 생활에서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힘든 게 있었는데, 후배의 직장 생활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직장 생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배가 너무 너무 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 나 혼자만 힘들다고 그만둘때도 못내 죄책감 같은 게 있었다. 아직도 그 회사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죽어라 하고 있는 게 보여서 안타깝고 집에 와서도 내내 속상했다. 

  후배가 훨씬 더 좋은 회사르 이직해서 지금 연봉 2배 받으면서 일했으면 좋겠다.  


  토요일에만 할 수 있을 법한 전시회, 공연 을 금요일에 보고나니, 주말이 한 3일쯤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번 주말에는 책도 1권 읽었고, 영화도 보고. 정말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보낸 것 같다. 읽은 책과 영화 둘다 만족스러워서 언젠가 여기에 또 쓰려고 한다. 9월에 다녀온 여행 후기도 다 못쓰고 있는 주제에 맨날 이런 다짐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