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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25 영화-룸/이미테이션게임 단평


  워낙 끔찍한 내용이라, 볼까 말까 망설이던 작품이었는데 보길 정말 잘했다. 마음착한 여고생이었던 '조이' (브리 라슨) 는 낯선 남자를 따라갔다가 비좁은 방에 감금된다. '룸'에 갇혀 7년 내내 성폭행을 당해야 했던 '조이'(브리 라슨) 와 그녀가 겪은 고통의 증거이자 유일한 삶의 이유인 아들 '잭' (제이콥 트렘블레이)이 세상으로 나와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다. 

  조이가 겪은 일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는내내 울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끓어오르는 분노만을 유도하진 않는다. 대신 인간이 어느 정도의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지, 또 어떻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갖게 되는지 그저 그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필력이 짧아 도저히 더 쓰진 못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내가 느낀 감동은 엄마가 아프셨을 때 전철에서 성경을 읽고 울었던 감동에 맞먹는 것이었다. 종교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안나오지만 이 영화를 감히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이 영화는 정말 성스러운 영화라고. 영화보고 내 삶을 구원받은 느낌이었다.


P.S  감동과 슬픔을 쥐어짜내는 연출을 안하는데도 불구하고, 내용 자체가 워낙 슬프기 때문에 나는 영화 후반부에는 거의 통곡에 가까울 정도로 울고 말았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내가 그렇게 심하게 울어버린 이유의 팔할은 잭을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 때문이다. 정말... 얘는 천재다. 문자 그대로 천재. 연기 천재! 대사 톤 하며, 눈빛, 행동 정말.............. 어떻게 그렇게 잘할 수가 있지? 마지막에 강아지 "셰이무스"를 보고 밝아지던 그 표정과 병원에서 퇴원한 엄마를 향해 달려가던 그 모습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이상하다. 난 이 영화가 왜이렇게 좋은 지 모르겠다. TV 에서 하면 무조건 끝까지 보게 된다. 볼 때마다 어떻게 '알렌 튜링' 같은 사람이 어떻게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딴 대우를 받았는지 기가 막히고, 또 한편으론 가슴이 미어진다. 영화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대사로 말해버리는 다소 촌스러운 연출이지만 그런 연출조차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EBS에서 해주길래 결국 끝까지 또 보고 말았다. 다시보니, 알렌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영화를 완성시켰다고 표현해도 좋을만큼 연기를 탁월하게 잘했더라. 셜록으로 너무 유명세를 타서 셜록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는 셜록과 전혀 다른 이런 역도 멋지게 잘 해낼 수 있는 배우다.

  독특한 그의 저음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 도입부에서 그의 독백을 듣다보면 그야말로 영화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도저히 사람들과 섞일 수 없는 다소 거만한 성격이면서도 자기가 옳다는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 끝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천재, 알렌 튜링은 그러나 안쓰럽게도 자살로 쓸쓸히 삶을 마감하고 만다. 이 모순적 삶을 살다간 알렌 튜링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정말 잘 연기했다.

  대단한 사람이 평생 외롭게 살다 자살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사랑하게 되리라곤 극장에서 처음 볼 땐 미처 몰랐다.


사진출처-Daum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