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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일상 2009. 11. 11. 12:09
저번 주 일요일에는 팔자에도 없던 응급실에 갔다왔다.
11월 1일 이었는데 그 때가 생리를 할 때쯤이었지만 생리통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면 난 평소 때 별로 생리통이 없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때 난 생리를 안하고 있었다. (여기 혼자 블로그 한다고 별 말을 다쓰는구나)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생리시작하기 전 통증이었던 거 같다.
아침에 배가 아파서 깼는데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어도 그 배가 아닌거다. 그런데 점점 그 통증이 심해지니까 엄살이 심한 나는 너무 아프다고 난리를 쳤다. 너무 아팠다. 정말. 그냥 장염 이런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괴로움. 아파서 식은땀이 그렇게 많이 나보기는 처음이었으니까.
결국 우리집과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솔직하게 말하라면서 여러가지 물어보고 또 정말 끔찍한 검사를 하더니 다 정상이라고 했다. 비용은 10만원 넘게 나왔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서 링겔을 맞았을 때 사실 모든 통증은 가라앉은 뒤였다. 일어나자마자 물한모금 못 마시고 와서 배도 고프고, 링겔 주사도 불편하고 다른 나보다 더 아픈 사람도 많은데 점점 민망해졌다. 그 링겔 진통제라고 했는데 정말 효과가 직빵이었다.
빈속이라 타이레놀 안 먹었는데, 다음부터는 그냥 빈속이어도 타이레놀 먹고 응급실 안 가기로 했다.

내가 간 응급실은 외상은 없는 사람들이 가는 응급실이었는데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가고 들어오고 그랬다. 내 맞은 편 젊은 남자 둘은 한명은 산소마스크 하고 한명 역시 산소마스크 하고 숨을 제대로 못쉬는데 불쌍해보였다. 특히 어린 남자애는 귀엽게 생긴 애였는데 윗층에서 담당 의사가 내려와서 수능 꼭 봐야 하는 거냐고 묻고 수능 못볼 것 같다고 말하더라. 원래 많이 아픈 애고 주기적으로 오는 애 같았다. 그 아이 부모님은 수능 안봐도 전혀 상관없다고 말을 하면서 걱정스럽게 걔를 쳐다보고 옆에 있는 산소마스크 낀 남자애는 꽤나 건장해 보였는데 얼굴이 사색이 되서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거기가 신종플루 거점병원이라 얘기하는 거 들으니까 신종플루 확진 환자들도 많던데, 난 현재 멀쩡하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어린 애들 응급실 이었는데, 원래 시끄럽고 뛰어다니고 그러는 게 정상인데 걔네들도 아프니까 축 쳐져서 엄마한테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발견한 건데 걔네들은 의사가 그냥 가까이 가기만 해도 엉엉 울었다. 그동안 얼마나 당한 게 많았으면.
아픈 건 너무 싫다. 아프면 성격이 이상해질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정말 의도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용납하기 힘든 성격이 될 수 밖에 없을 수도 있겠지.
난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다 감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들어선 아니다. 난 나중에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신체 건강한 남자 만나고 싶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역시 그런 사람들이 착하고 편하고 좋다. 여러 고생을 해봤으면, 속이 깊어지고 남을 이해할 수 있는 이해심이 깊어진다는 건 거짓말이다. 고생 안하고 잘 자란 사람이 오히려 더 남을 배려하고 남들에게도 허용적이고 그런 경우가 많더라. 뭐 이제까지 봐온 바로는 그랬다. 그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가까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렇다.

어쩔 수 없이 여러검사를 하고 결국 딱히 원인을 못찾고 오는데 의사가 나중에 산부인과나 가보라고 했다. 다음달에도 생리 오기전에 이렇게 생리통이 심하다면 가야하나. 사실 한번도 안가봤는데.
이제까지 생리통때문에 고생했던 친구들 심정 다 이해한다. 정말 배 아픈 것 때문에 손끝 발끝이 다 아파보긴 처음이었다. 매달 그런다고 생각하면 오마이갓. 그건 아니겠지 설마.  
가을이 깊어가고 겨울이 시작되려고 하는데 난 벌써 봄이 그립다. 으아.. 나 겨울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