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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2 산시로, 유리문 안에서 - 나쓰메 소세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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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로

나쓰메 소세키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얼마전에 산시로를 다 읽었다. 해설부분을 보면 이광수도 이 소설을 읽었다고 써 있다. 이광수 하면 내 친구가 해줬던 일화가 생각나는데 이광수가 친일을 조금 했지 않나. 그래서 김동인이 이광수네 집에 와서 형 그냥 자살하라고 그렇게 하면 후대 사람들이 형을 기억해줄거라고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단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광수는 자살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읽은 책에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러나 그의 삶에 대한 집착은 남다른 것이었다." 이렇게 써 있어서 완전 웃겼다는. (그 필자는 이광수가 죽었음 했나보다)
산시로를 읽은 이유는 요 전에 읽었던 그 후의 바로 앞 이야기라고 해서였다.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후 남자주인공의 대학생 시절 이야기 쯤으로 생각하면 쉽겠다.
산시로의 첫 부분은 뒷장이 너무 궁금해서 못견딜 정도로 재밌다. 이 책의 첫 부분은 산시로가 구마모토에서 도쿄로 공부하러 상경하는 부분부터 시작을 한다. 산시로가 기차를 타고 가는데 히로시마에 사는 어떤 여자가 아이 장난감을 사러 간다며 기차에 탄다. 중간에 산시로가 여관에서 묵으려고 내리는데 그 여자가 따라 내린다. 그리고선 여관까지 같이 들어와선 목욕하러 가는데 등 밀어드릴까요? 라고 해서 산시로가 놀라며 거절, 심지어 산시로 옆에서 드러누워서 같이 자기까지. 이불이 하나 뿐이라 처음 보는 여자와 함께 누워 있는데 이때 산시로가 한 행동은 그 여자와 자신이 누워있는 이불의 경계를 손으로 착착착착 세워서 선을 만들어 놓는 것 이었다. 흐흐흐.
"아무일 없이" 하룻밤이 지나고, 여자는 기차를 타는 산시로에게 마지막에 "당신은 참 배짱없는 분이군요." 라고 말을 하고, 산시로는 얼굴이 붉어진다.
산시로의 성격과 처지를 이 에피소드 하나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준 나쓰메 소세키는 역시 멋쟁이. 그런데 산시로의 고향 구마모토 말이다. 작년 여름 휴가 때 한 번 간적이 있던 동네다. 지금도 구마모토는 1930년에 만든 것 같은 전차가 다니고 거리에 사람도 몇 명 없는 깡시골이던데, 웬지 완전 반가웠다. 외국 소설인데 내가 아는 곳이 나오니까. (이런 경험은 처음이야~)
또 내가 이 책 읽으면서 공감했던 건 대학교 때문에 도시로 올라와서 겪는 산시로에 심리상태인데, 내가 올라와서 공부하겠다고 올라와서 엄마한테 땡깡도 못 부리고 외롭고 힘들긴 하고, 그렇다고 뾰족한 수도 없고 고등학교 때랑 달라져가는 심리상태에 좀 혼란스럽고 그런 하여튼 허한 감정에 감정이입 해버렸다. (그 부분은 바로 아래에) 이래서 역시 소설이 좋다.

산시로가 가만히 연못 수면을 응시하고 있으려니까 커다란 나무가 몇 그루인가 물 속에 비치고 그 속에 푸른 하늘이 보인다. 산시로는 이 때 전차보다도 도쿄보다도 일본보다도 멀고 또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그 느낌 속에 옅은 구름과도 같은 외로움이 온 몸으로 퍼져왔다. 지금 노노미야씨의 지하실에 들어가 홀로 앉아 있는 듯한 적막감을 느꼈다. 쿠마모토의 고등학교에 있을 때도 이보다 조용한 타츠타야마에 오르기도 하고 달맞이 꽃만이 온통 피어있는 운동장에 눕기도 하며 완전히 세상을 잊은 듯한 기분이 든 적은 몇 번인가 있다. 그렇지만 이런 고독감은 지금 처음으로 느꼈다.   ----p.23

책 자체에 대해 불평을 말하자면, 설명 같은 거 제대로 써 있는 건 좋은데 예전 사회과부도같이 무겁고 번떡거리는, 수성펜을 사용할 시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무거운 종이라 출퇴근 시간에 들고다니느라 무거워서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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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숲

나쓰메 소세키가 지병으로 죽기 직전에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놓은 산문집. 글씨가 아주 큼지막하고 생각보다 무지하게 얇아서 빨리 읽힌다. 난 그냥 Yes24 에서 유리문 안에서를 치고 맨 위에 있는 책을 샀는데 사고 보니 이 책 디자인에 돈을 많이 들인 책 이었다. 저 표지에 있는 사진이 표지에 인쇄된 게 아니라 표지 바로 안에 인쇄가 되어 있는거고 검정색 표지는 저 사진이 보이도록 구멍이 뻥 뚫려있다.
그런데 왜 이 책 내용과 전혀 관계 없는 저 그림이 들어가 있는 지 모르겠다. 소금호수라고 하던데. 차라리 이 산문집과 정말 관계 있는 나쓰메 소세키가 실제로 집에서 보았던 유리문 밖 풍경을 보여주든가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뭐 가볍고 재밌었으니까 참는다.
나쓰메 소세키의 인생철학이나 불행했던 어린 시절 등이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 책을 덮고나서 첫번째로 생각나는 건 나쓰메 소세키가 키우던 강아지 이름이 핵토르 였다는 것 이었다.;;; 강아지 이름을 핵토르로 지은 것을 말하면서 핵토르는 아킬레스에게 끝까지 맞서 싸우다가 죽은 뒤 시체가 말에 매달린 뒤 질질 끌려갔다는 일화까지 소개해주시는 센스.
어쨌든 강아지한테 핵토르라고 이름 지어준 걸 보면 역시 나쓰메 소세키 아저씨는 그 외모에 부응하는 꽤나 귀여운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람된 말이지만 난 나쓰메 소세키 아저씨 귀엽게 생기신 거 같어;;)

'그 후' 를 읽고 관심이 폭증하여 사놓은 나쓰메 소세키 책이 아직 몇 권 더 있는데 어서 읽어야겠다. 생각보다 하루에 책읽는 시간이 매우 적어 일년에 읽는 책의 양은 안습수준. 그렇다고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 억지로 읽는 건 싫고.
지금 읽는 건 '도련님' 인데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산시로' 와는 달리 엄청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