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밤 회사 회식

일상 2009. 11. 2. 15:05
금요일에는 회식을 했다. 요즘에는 금요일에는 회식 안하는 분위기라던데, 난 차라리 금요일이 좋더라. 평일 때 늦게까지 회식이나 야근 하고 다음날 출근하려면 죽을 맛이기 때문이다. 회식이나 야식이나 싫기는 매한가지고 그나마 주말을 위로 삼아 기꺼이 참을 수 있다. 금요일이라고 해봤자 약속도 없고, 아무리 금요일이라고 해도 난 약속없이 집에 들어가는 게 좋지 어쩔 수 없이 약속 생기고 피곤하게 집에 들어가는 건 싫다.(내 주변은 이런 나의 상황만 이해해주는 사람하고만 친하므로 자주 만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
오늘은 월요일. 주말이 앞으로 구만리구나.
가끔 보면 난 주말은 엄청 기다리는데, 세월이 가는 것에 대해선 슬퍼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주말은 엄청 기다려지지만 2009년의 끝이 오는 건 싫다. 벌써 november 다. 뒤에 "ber" 자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1년 끝난 거 같고 슬프던데 이제 11월. 아... 고등학교 졸업한 지가 언젠데 11월만 되면 왜 아직도 수능날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난 수능을 11월 7일에 봤는데 평소 운 없기로 소문난 나이니만큼 엄청 추운 자리에 배정되서 덜덜 떨면서 시험을 봤다.
금요일 회식 주제는 우울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게 되는 회사 생활이 왜 이렇게 우울한가 더 즐거운 회사생활을 위하여 아이디어를 내보자. 하는 것 이었다. 이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라는 건 직장 생활 하는 사람은 알지 않을까? 저번에 블로그 하면서 썼던 말 중에 지다님이 하셨던 말 중에 명언이 생각났다. 천국도 직장 사람과 함께라면 싫다는 말. 크큭. 옳타 옳타 하면서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생각해보라고 하니... 그래도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보나마나 흐지부지 될 거 뻔하다.
사람들은 뷔페를 좋아하는데 (근데 뷔페 라는 거 부페 인지 뷔폐 인지 햇갈려서 네이버에서 사전 검색했다 큭) 난 별로 안 좋아한다.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귀찮고 난 한가지 제대로 된 거 먹고 싶지, 여러가지 고만 고만 한 거 먹기 싫어서... 빕스 갔는데 거기서 제일 맛있었던 건 튀긴 감자였다. 고기는 이상하게 별로 안 땡겨서 안 먹었다. 저번 주 신체 검사 했는데 일생 일대의 몸무게가 나왔다. 내 일생의 최대치 몸무게를 훨씬 갱신한 수치였다. 밤마다 옥동자 먹고 밥먹고 옥수수 먹고 감자먹고 했더니 살이 찌는구나.
예전에는 칼로리 보면서 뭐 사먹는 여자애들 보면서 뭐 저렇게 세상을 복잡하게 사나.. 하면서 욕했다. 그러면서 오늘 점심 때 편의점 가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나마 살 덜 찔 거 같은 두유를 구입하였다. 과연 덴마크 요구르트나 내가 최고 좋아하는 덴마크 우유에서 나온 카페모카보다 칼로리가 낮았다.
오늘 아침부터 하드렌즈가 말썽이다. 저저번주 금요일에 휴가 냈을 때 안과를 갔는데 정확한 시력을 재려면 2주동안 하드렌즈를 빼야 한다기에 그냥 그대로 왔다. 다시 맞춰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꽤 부담스러운 액수인데 이렇게 내 눈에서 말썽을 일으키면 문제가 많지.
지금 내 눈에 하얀색 엄청 큰 눈곱이 낀 것처럼 보이는데 이 렌즈를 빼면 하나도 안 보이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끼고 있다. 내일 부터 그냥 안경 끼고 이번 주 토요일에 그냥 안과가보자. 내가 가는 안과는 너무 정직해서 탈이다. 그냥 그 자리에서 하드렌즈 맞추겠단 사람한테 시력이 정확치 않으니 2주 후에 오라니. 저번에 갔을 때는 렌즈 잘못으로 눈 아픈거 같다고 새로 하고 싶다고 하니까 렌즈 잘못 아니고 안구건조증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약만 처방해줬다.
11월 첫 근무일. 역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심란하다.

월요일 아침

일상 2007. 11. 26. 17:07

1. 12월 22일 동지전까지는 밤이 점점 길어진대지만 오늘 아침은 좀 심했다. 난 6시 50분에 집에서 출발하는데 저번주까지는 먼동이 터오는 새벽이었는데, 오늘 새벽은 완전히 밤이었다. 밤. 가로수등도 다 켜져있고 하늘도 어두운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까만색 이었다.
아.. 오늘부터는 매일 이렇게 밤 같은 때 출근해야 하는건가 싶어서 좀 우울해졌는데 무언가를 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항상 '잠' 이었던 내가 새벽에 이렇게 걷고 있다는 거 자체가 신기하고 심지어는 대견했다. 회사앞에 도착했을 때는 8시 20분 이었는데 8시 20분인데도 해가 떠있질 않고 어두컴컴했다. 아무래도 오늘 새벽이 밤 같았던 건 오늘 날씨가 특이해서 그랬던거지 밤이 길어지기 때문만은 아니었나보다.

2. 6시 50분에서 단 1분이라도 늦으면 7시 08분 직통을 타는데 무리가 따른다. 우리 집 앞에서 가는 버스는 딱 1개 빼고 모두 역을 거쳐 가기 때문에 버스가 안와서 속 썩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면 버스들이 우회전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절대 변하지 않는 이 교통체계가 문제다. 내가 건너자마자 버스들은 우회전을 하고 난 항상 30미터가량을 버스와 달리기를 한다. 저번에 달리기를 하지 않고 그냥 걸어갔다가 전철 놓치고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했다. (우리회사는 지각 3번 하면 시말서 쓴다) 그 이후로는 구두를 신 건 무릎이 아프건 옷이 불편하건 무조건 뛴다.
오늘 아침에도 역시 열심히 뛰었는데 내가 버스를 타려고 문앞에 서는 순간 버스기사가 문을 닫더니 스피드를 내며 그냥 출발해버렸다. 빌어먹을 버스운전기사. 그건 명백히 나를 약올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쳇.
도대체가 인천광역시 버스 운전기사들은 승객기분나쁘게하기실습을 하는건지. 급정거 급출발 급커브 난폭운전을 위한 지덕체를 고루 갖췄다. 인천 버스를 타면서 세계 최초로 버스로 드레프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두번 한 게 아니다.
아침에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하루종일 꼬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 한껏 쫄았는데 다행히 현재 5시 15분까지는 아무일 없었다. 오바.

3. 화요일이다. 오늘 출근길에는 휘엉청 밝은 달을 보았다. 이제 난 밤에 출근해야 하나보다. 어제 아무일도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집에 가기 전에 공포에 떨었다. 아.. 나 진짜 무서워서 일을 할 수 가 없다!

4. 출근을 위한 셋팅이 제대로 되었든 안되었든 난 6시 50분에 현관문을 나서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르면 입어야할 겉 옷, 머플러, 엠피쓰리, 가방 등등을 줄줄이 손에 들고 그냥 나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려서, 걸어가면서 옷을 입고 머플러를 두르고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장갑을 끼고 가방의 지퍼를 잠근다. 그 중 가장 신경쓰는 것은 엠피쓰리 음악 고르기다. 매일 고민하는데 새벽에 제일 잘 어울리는 곡은 역시 the verve 의 bitter sweet symphony 다. 어제는 새삼스럽게 그 곡이 너무 좋았다. 좋은 건 원래 알고 있었지만 원래 좋아했던 것의 한 100배 정도는 좋게 들렸다. urban hymns 는 명반 중의 명반 중의 명반이다. 진짜로. sonnet, this time 등등의 노래가 어제따라 귀에 쏙쏙 박혔다.


5. 제일 신경쓰는게 음악고르기라면 매일 아침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전철안에서 쉽게 잠들까 하는 거다. 부천역 전에 잠이 들어주면 좋으련만 아직까진 무리다. 예전에는 한숨도 못자다가 노력끝에 이제 잠드는 법을 터득했다. 우르르 몰려서 내리는 신도림역에서 잠을 깨지만 단 10분 간이라도 잠을 자면 몸이 가뿐하다. 신도림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2호선에 직장이 있지 않음에 항상 감사드린다. 매일 매일 노력해서 눈을 감고 5분안에 잠들고 말테다.

6. 원래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야외활동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이틀 연속 야외활동을 하고 출근했다가 그 주 목요일때는 피곤해서 죽을 뻔 했기 때문에 하루로 제한을 한 것이었다. 저번에 동기 남자애 아는 누나가 '주말에 쉬어야 주중에 일할 수 있어.' 라면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단 얘기를 들었는데. 이 얼마나 명언이냐. 어찌되었든 난 이번주말에 이틀연속으로 실내활동=집에서 놀기 만 했는데.. 슈퍼도 안가고 이틀연속 바깥에 안나갔다. 나중에는 좀 지겨웠지만, 월요일 아침에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놀랍도록 가벼운 이 육체! 정말 몸이 가뿐했다.
이러면 안되지만 이 개운함에 매혹되어버릴 것만 같다.;;

7. 화요일쯤 되면 정말 막막하다. 일주일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수요일에는 스트레스가 정점을 치고 목요일 저녁 때는 내일이 금요일이다. 라는 희망으로 충만하여 퇴근을 한다. 엊그제 말했지만 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 '퇴근' 이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건 당연히 '출근' 이지. 킬킬킬.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출근'을 좋아하고 '퇴근'을 싫어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8. 화요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가길 바란다. 나와 날 아는 모든 사람들도. 저는 이제 점심 먹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