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7.25 아침이 싫어요. 2

아침이 싫어요.

일상 2008. 7. 25. 08:51
대학생때 하는 거 없이 마음이 허하고 외로울 땐 잠들기 전이 참 힘들었다. 그냥 좀 외롭고 어디에 전화도 좀 하고 싶고 영화 보고 싶기도 하고 자다가 일어나서 일기 쓸까 하다가 냉장고 열어서 물 좀 마시다 결국 CD Player 를 틀고 천장만 바라봤다. 아 그때만 해도 mp3 파일 보단 CD player 로 음악을 훨씬 많이 들었는데. 여름 밤에 누워서 듣는 음악은 참 좋았다.
참 팔자 좋은 시절이었다. 내가 그렇게 누워서 한 생각이라곤 고작......다른 각성한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심각히 고민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 생각은 정말 하잘 것 없는 것들이었다.
외롭긴 했지만, 난 그냥 그 한시간 남짓한 시간이 너무 좋았다. 학교에 가기 싫음 안가도 되고, 공부 하기 싫음 안해도 되고. 가진 자 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 아니었을까. 뭐 돈은 하나도 없었지만, 내가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 하나는 오지게 많았으니까. 돈까지 있었음 좋았겠지만, 그냥 시간 많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좋았다. 그 시간을 뭔가 더 보람차게 써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하질 않았는데, 어렴풋이 내 인생에 언제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냐.. 싶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그 허송세월의 댓가로 난 내가 있기 싫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요즘에는 잠드는 건 크게 문제가 안된다. 씻고 머리 감고 누우면 거의 다이렉트로 잠이 드니까.
문제는 아침이다. 아침. 아침에 눈을 뜨면 약 10초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밤에는 아무 생각이 없고, 오히려 드라마 보고 11시에 하는 시덥지 않은 프로그램 보면서 웃기도 하는데, 우와... 아침에는 정말 답이 없다.
나의 기상시간은 5시 50분. 6시까지 세수하고 밥먹고 맨날 똑같이 전철타고 오는데, 전철에서 실컷 자다가 내릴 때 되서 일어나서도 약 5초간 아. 죽고싶다. 는 생각. 원없이 잠을 못자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그냥, 별 건 아니지만 직장인 되면서 부터 생긴 차이라면 차이라서.

오늘은 월급날. 닥치고 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