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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4 지퍼 단속 4
  2. 2008.02.13 메모의 기술(?) 5

지퍼 단속

일상 2011. 6. 24. 11:43

   나는 운동할 때 지인 앞에서는 도저히 못 입는 후줄근한 반팔티에 인터파크에서 산 9천원 짜리 줄무뉘 고무줄 반바지를 입는다. 그 헬쓰장 내에서 내 옷차림이 제일 후줄근 한데 뭐 어때 아는 사람도 아닌데. 그리고 보통은 체육관서 입은 그 옷차림 그대로 운동화까지 신고 집으로 온다. 진짜 좋은 헬쓰장은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내가 가는 헬쓰장은 옷도 안주고 샤워시설도 무지하게 후졌다. 흡사 수용소 샤워시설 같은 샤워시설. 수영장 사람들까지 같이써서 어찌나 밀리는지 가끔 아줌마들끼리 싸움난다. (내가 먼저 줄 섰는데 왜 끼어드냐 왜이렇게 오래하냐 등등) 열라 후진 에어컨 하나 있고, 거기에 대형 선풍기 하나 있는 열악한 시설에서 운동하다보면 땀이 비오듯 흐르는데 난 그냥 땀 닦고 집에와서 샤워하면 몸이 노곤노곤하다. 그 상태로 야구보고 잠들면 딱이다. 
   그런데 엊그제는 헬쓰장에서 집까지의 그 짧은 거리 조차 도저히 못 입고 갈만큼 후즐근한 티셔츠라서 갈아입기로 결정했다. 운동을 다 하고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왠지 엄청 시원하니 기분이 좋은거다. 아까는 이것보다 안 시원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깨달았다. 내 원피스 옆의 지퍼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하게 열려 있다는 것을.
  운동 후라 더워서 속바지도 벗고 원피스 안에 정말 브래지어 팬티만 입었는데 옆구리를 통해 내 브레지어 허리 팬티까지 시원하게 공개하고 거리를 활보한 것이다. 다행히 한 5분만에 깨달았다. 체육관 앞에 아저씨들이 유난히 날 쳐다본다 싶었는데 그게 다 그 내 지퍼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 아저씨들 이후로는 거리에 사람이 없었지만, 난 정말 쪽팔렸다.
  차라리 바지 지퍼 열린게 나을 뻔 했다. 옆구리 지퍼를 열고 다니다니. 친구가 롱블라우스 옆지퍼 열고 버스정류장까지 갔다는 얘기 듣고 엄청 웃었는데 나도 별다를 바가 없었다. 걔는 브래지어만 공개했지만 난 팬티까지 공개했다고 아오. 저번에는 친구만나러 나가다가 정류장에서 내가 노브라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집으로 간 적도 있다. (동생 군대에 있을 때  면회 가려고 아빠차 타기 직전에 노브라임을 깨달은 적도 있었음)
   사실 내 몸매는 노브라로 티셔츠를 입어도 원피스 옆구리 지퍼를 훌렁하게 열고 다녀도 전혀 야하지 않다. 그렇다해도 난 너무 쪽팔렸다.  

메모의 기술(?)

일상 2008. 2. 13. 16:36

1 26일에 오랜만에 신촌에서 친구를 만났다. 다른 선배도 동감하는 바 중 하나가 요즘에는 남자 만날 때보다 (근데 나 남자 만날일도 없지만) 여자 만날 때 겉모습에 더 신경이 쓰인다. 뭐 내가 쟤한테 기죽지 말아야지 이뻐보여야지 그런 수준을 다 떠나서 그냥 나랑 걸어다니는 거 자체가 꺼려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솔직히 말해서 친구가 이뻐 보임 샘나기도 하고.;; 흐흐.


겨울이 시작되면서 거금 20만원을 주고 원피스를 구입하고 딱 한 번 입고 안 입었던 원피스까지 챙겨입고 나갔더랬다. 뭐 사실 입을 일이 없기도 했다. 외출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다보니. 입고 나갔다가 낮 온도가 영상 8도 이상이 되기 전에는 다신 치마를 입지 않으리 결심했다. 그 다음 이튿날 까지 기침 나고 콧물 흘리고 고생했다. 아니 다른 여자들은 도대체 이런 날씨에 어... 치마를 입고 다니시는 건지!!! 난 온몸이 지방질인데도 이렇게 추운데.

 

신촌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현대백화점 가서 구경하다가 모자를 하나 샀는데 일명 탕웨이 모자다. 기회가 되면 사진 찍어 올리겠지만, , 계 마지막 장면에서 탕웨이가 썼던 모자랑 모양이 거의 비슷한데, 모자 안달린 코트 입을 때 하도 추워서 샀다. 살 때는 어후. 이거 쓸 수 있으려나? 했는데 어찌나 잘 쓰고 다니는지. 대만족 중이다. 새벽에 사람도 별로 없고 내가 추워서 쓴다는 데 뭔 상관.; 전철 탔을 때 다른 때와는 다른 시선이 느껴지긴 하지만. (대략 쟤 뭐야? 이정도?)

 

백화점을 구경하고 올리브영, 토다코사 같은 데서 향수도 뿌려보고 화장품도 구경했는데 거기서 우리 새해에는 좀 이뻐져야지! 하고 결심을 하면서 친구는 한번도 해본 적 없다는 ‘어두운 초록색아이섀도를, 나는 한번도 그려본적 없는 리퀴드 아이라이너를 샀다. 예뻐지기 위한 노력 치고는 너무 소극적이지만 말이다. 근데 결국 뭐 이럴 줄 알았지만 아이라이너 사놓고 한번도 안그렸다. 난 대학때 화장 기술이나 연마하지 당최 대학내내 뭐 했는지 모르겠다.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먹고 나가기 바빠서 색조화장은 꿈도 못꾸는데 아이섀도는 한 때 이상하게 여러 경로로 내 손안에 많이 들어왔다. 다들 싸구려고 얻은 것이지만, 심지어 금자씨에서 나왔던 빨간색도 있다. 근데 원체 내 눈 자체가 지방을 잔뜩 머금은 너무나도 몽골리안 스러운 모양을 타고 나서 아이섀도 해도 보이지도 않고 그런다. 아 다음 생에는 이목구비 뚜렷한 미인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하나님.

 

따뜻한 저녁을 먹고 차 마시고 친구가 나 서점 좀. 메모의 기술 좀 사려고.” 이러는 거다.

나는 막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어머 어머!!! 그런 책이 다 있어? 왠일이야~~”

난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 얘가 왜 그런 책을 사지?” 이러면서 잠시 심각해 하면서 망설였다.

그 다음 친구가 회의하면 도저히 어떻게 적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라고 말을 하기 전 까진 몰랐다. 그 책의 이름이 메모의 기술인 줄은.

부끄럽지만 난 그걸 애무의 기술로 알아들었다.

 

난 회의할 때 메모도 거의 안하고 대충 낙서나 하고 도대체 언제 끝나나만 생각하는데 메모의 기술까지 읽으면서 회의 내용을 메모한다니!

뭐뭐 하는 방법’ ‘뭐뭐 하는 기술’ ‘뭐뭐 해라이런 류의 책들 너무 싫은데. (괜한 심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