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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0 알면서도 좌절하는 진리.

엄마 아빠 모두 친척이 너무 많아서 어떤 친척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화과자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분이 먹는데는 큰 지장 없지만 팔기에는 좀 모자른 불량품들을 왕창 주셨다. 우리집이 언제 화과자 같은 고급 과자를 사 먹어 보겠는가. 모양도 아기자기 하고 선물용으로 나온거라 포장다 도 개별 포장이다. 냉동실에다 보관해놓고 야금야금 녹여서 퇴근하자마자 하나 까먹고 밥먹고 했더니 몸무게가 3키로나 쪘다. 이번 주말에 예전 살 빠졌을 때 산 치마랑 바지를 입어보니 일단 들어가긴 하는데 그 실루엣이 목불인견이 따로 없어서 앞으로 살 빼기 전 까지는 못 입을 것 같더라. 아직도 화과자가 많이 남았는데 그 뒤로는 한 개도 안 먹었다. 남주기는 아깝고 먹자니 살이 찌고.

학교 다닐 때는 자취를 해서도 있고 집이 원래 그닥 부자가 아니어서 좋은 옷을 입고 다니질 못했다. 그리고 내가 막 옷 입는데 센스가 있거나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막 입고 다니기도 했고. 맨날 싼 옷만 사서 입고 그랬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싼 옷은 정말로 딱 그 철 밖에 못 입더라. 옷을 오래 입기로 따지면 사실 인천광역시에서 1등이라고 자부할 수도 있을만큼 15살 때 산 코트를 아직도 입는 나이기에 앞으로 옷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사기로 했다. 이 말은 곧 좀 비싼 옷을 사겠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옷을 입혀 놨을 때 이쁜 몸매도 아니고 쇼핑 가도 옷을 입어보면 입어볼수록 좌절을 하게되서 요즘에는 쇼핑을 잘 안간다. 뭐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어서다. 내 몸에 꼭 맞거나 진짜 괜찮다고 생각하는 옷은 꼭 내가 생각한 금액의 50% 이상은 초과하는 옷들이었다.
그런데 저번 주 금요일에는 퇴근하는 길에 용산 아이파크 백화점에서 원피스와 스타킹을 사고, 주말에는 인터넷으로 옷을 3벌이나 지르고 말았다. 그것도 꽤 고가의 옷들로만. 왜이러지? 봄바람 들었나? 주말동안 산 물건 중 가장 맘에 드는 건 단연코 스타킹인데 은색 망사다; 망사가 검정 망사만 부담스럽지 색이 밝고 망사 구멍이 작은 망사 스타킹은 올 나갈 염려도 없고 죽죽 잘 늘어나고 좋더라. 대신 엄청 비싸다! 이탈리아제라는데 오래 쓸 수 있는거지? 3천원짜리 스타킹도 아까워하는데 3만원 넘게 주고 산 스타킹이 빨리 닳는다면 이거 눈물날 일이야.

우리회사가 다른 회사에 비해 좋다고 느낄 때는 옷을 편히 입고 다닐 수 있다는 걸 체감했을때다. 그게 그렇다 아무리 캐주얼 의류에서 비싼 걸 사봤자 정장 브랜드 비싼 옷에 비하면 새발의 피. 신발도 마찬가지다. 뭐 엄청 비싼 운동화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운동화가 아무리 비싸봤자 구두보단 싸다. 위에 주말에 산 옷들은 다 나와 어울리지 않게 꼭 구두와 신어야 하는 옷들이지만, 평소 때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오기 바쁜 인간이라 매일 매일 청바지에 운동화다. 난 원래 맘에 들면 끝끝내 그거 하나만 추구하는 편이라 겨울 내내 운동화는 작년 설에 오사카 갈 때 산 퓨마 검정 운동화를 신었다. 근데 봄이 되고 보니 완전 칙칙해 보여서 운동화를 하나 구입했다. 원래 관절이 안좋고 키도 작은 편이라 에어 들은 운동화를 찜 해놨는데 이번에 산 건 보라색 나이키 에어맥스. 아악 완전 맘에 든다!!! 원래는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했으나 귀찮아서 생략.

거창한 제목을 붙여놓고 또 쓰잘데 없는 일상사를 얘기하고 있지만, 이번주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서 할 필요도 없는 일을 하게 생겨서 우울해서 저런 제목을 붙여놨다. 매일 매일 하는 생각이지만 아무리 사람이 아가페 정신이 뛰어나도 내 몸이 불편하면 어쨌든 이기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걸 뼈져리게 느끼게 되고 항상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내가 내 이기심 때문에 남을 힘들게 할 경우에 내 자신에게 실망을 하게 되고 남이 지 이기심때문에 날 힘들게 할 경우 상대방에게 실망을 하게 된다. 실망을 하고 말고 할 가치조자 없는 인간일 때는 그래 니가 그렇지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쓸 데 없이 과대평가한 인간때문에 이번 토요일 같은 경우를 마주 대하고 보니 그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아... 항상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절실하게 느낄 때면 항상 힘이 든다. 그렇다고 그 사람한테 뭐라고 못하겠는게 나도 어차피 이기적이니까. 그냥 재수 옴붙었다 생각하고 눈 딱 감고 해야지 뭐.
아...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인간에 대해 실망한다는 말도 어떻게 보면 다 거짓말이고 그냥 당장 토요일에 그 인간 때문에 일하게 생기게 되니 내가 피곤해서 그런거다. 인간에 대한 실망이고 나발이고 그냥 주말에 일하는게 짜증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