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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기

일상 2016. 6. 14. 13:32

초등학교 2학년 때 시골에서 인천으로 갔을 때 애들한테 시골에서 왔다고 놀림을 많이 당했다. 촌스럽다, 쟤랑 놀기 싫다 는 말을 다른 사람 다 듣는대서 큰 소리로 말해 모욕감을 주는 애들도 많았다. 나름대로 친하다 생각했던 아파트 옆통로 사는 애는 어떤 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끈질기게도 날 괴롭혔다.
내 유일한 소원은 그 학교를 벗어나는 것이었는데 소원대로 대전으로 다시 전학을 왔다. 하지만 대전에서 조차 같은 아파트에 살던 (소위 잘나가는 애였던) 여자애는 하교길에 같은 방향인 나를 꼭 쫓아와선 내 뺨을 때리거나 발로 날 걷어차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행한 가정에 자란 그 애가 나와 친해지기 위해 저지른 행동인 것 같다.
걔가 스무세살 쯤 뜬금없이 연락해선 나보고 니가 제일 친한 친구였다고 말하는 걸 듣고 정말 놀라웠는데.. 내가 걔와 함께 있었던 시간 중 상당 시간은 괴롭기만 했는데 걔는 나를 자기와 가장 친했던 친구로 기억하다니. 다시 또 날 괴롭히고 싶어서 그런 가당치 않는 말로 나에게 다시 접근했을지도 모르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기억은 이렇게 판이하게 다르다.
하나님이 도와주신 건지, 나를 괴롭히던 애는 서울로 전학을 갔고, 평온하게 대전에서 중학교를 입학했지만 중3때 다시 인천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다행히도 난 인천으로 와서 공부도 예전보다 잘하게 되고 따돌림이나 폭행을 당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친구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인천으로 전학간 후 처음으로 친구 둘을 집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때 엄마가 간식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내 눈치를 보고 친구 눈치를 보시든지. 아직까지도 가끔 화가 나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그렇게 저자세로 잘보이려고 노력하실 필요 없었는데. 엄마가 그런다고 내 교우관계가 갑자기 좋아질 리가 없는데 말이다.
어린 아이들이 순수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어린아이들이라고 해도 무조건 순수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어린 애들도 어른과 똑같이 사람에게 잔인해질 수 있고, 어린 아이들도 어른 이상으로 인간 관계 때문에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누구나 어두운 기억은 있는 거고, 나 정도면 잘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우리들' 시놉시스를 보니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 글을 쓴다.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이젠 완전히 극복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
가끔 학교폭력이나 군폭력을 못견뎌 자살하는 사람을 보며 왜 부모님한테 말도 못하고 그리 죽느냐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난 그 심정 이해한다. 내가 남에게 당하고 있다는 말은 여간해서는 털어놓기 어렵다. 나 역시 아직까지도 초등학교 때 내 학교 생활에 대해 부모님께 한번도 말씀드린 적 없다.
시련을 피해갈 순 없고, 죽음을 택하지만 않는다면 끝내 극복을 못한다 해도 적응해서 살게된다. 다들 말을 안하고 내색을 안할 뿐.
아주 가끔 왕따 당하는 애들은 이유가 있어 당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무섭고 놀랍다. 내가 당하지 않았으면 좋을 일이지만, 당해봤기 때문에 최소한 나는 저딴 개소리 늘어놓는 인간은 안되었으니 헛된 건 아니었다.
어쨌든 지금은 난 현재 사회인으로 큰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