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

일상 2008. 8. 10. 01:34
난 가학적인 영화는 정말 싫다. 남을 괴롭히면서 학대하는 장면, 피흘리는 장면 등등은 아무리 거짓말이라고 해도 상상자체로도 너무 싫고 보는 건 더 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전쟁영화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적어도 서로 싸우면서 개인 대 개인간의 원한이 없고 서로 괴로워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전쟁영화의 핵심은 전지전능한 악 앞에서 무력한 사람. 의 모습을 얼마나 극대화 시키느냐 인 것 같다.
내가 본 전쟁영화 중 가장 철학적이었던 영화는 the thin red line 이다.
살려달라고 비는 일본 군인 얼굴이나, 전투 속에서 주인공이 괴로워하는 모습이나... 다 생생하다. 그 영화를 찍은 테렌스 멜릭은 영화 3편으로 거장 소리 듣는 감독이라던데 씬레드라인 이후로는 영화가 없고나. (아님 개봉을 안한건가)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전쟁이 났다. 그루지아와 러시아. 네이버에서 사진을 봤는데, 괴로웠다.
이라크전쟁을 봐도 그렇고, 난 가끔 전쟁 때문에 민간인 죽는 거 보면 평화시위에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근데 난 비관주의자의 탈을 쓴 이상주의자 라 그런지 이 세상에 그 전지전능한 악 이 없어질 것 같지가 않다. 더 우울한 건 난 악의 힘이 착한 힘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믿는다는 사실.

아는 언니 만나느라 중국 개막식은 못봤다. 무지하게 길었다드만.
몇몇 장면을 보고 나서 중국 개막식을 따라잡을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딱 한나라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북한. ; 헐. (전쟁얘기하다가 이게 뭔소리)
금요일에 만난 언니는 도쿄에서 1년가량 살았는데 일본뉴스에는 북한 뉴스가 빠지는 일이 없댄다. 그리고 일본인들 겁이 많아서 이번 연휴 때 한국가면 독도 문제 때문에 납치 될지도 모른다고 안갈거라고 말한다고..; 그러게 무서울 짓을 왜하나.

금요일에 그 언니는 오랜만에 날 너무 즐겁게 해주었다.
길 가다가 귀거리 사느라고 귀거리 보고 있는데 날아가던 새가 언니 손에 똥을 싸고 가버렸다.
그 새똥때문에 난 귀거리를 천원 깎았다. 그 귀거리 장사하던 청년 별로 죄송해할 일도 아닌데 미안했나보다. 언니는 그 청년 엄청 착하다고 나 새똥 맞았는데 웃지도 않았다고 말하며 물티슈로 손을 박박 닦았다. (물티슈도 그 청년이 준거)
놀라운 사실은 언니는 새똥 맞는게 벌써 4번째랜다. 이번 새똥은 별로 크지도 않고 냄새도 안나서 다행이라고 하는데 최고 심했던 새똥은 바로 까마귀 새똥이랜다.
푸하하하. 아... 하고 많은 곳 중에 왜 그 새는 언니 손에 똥을 떨어뜨려놓고 도망갔을까.

돌아오는 길에 디엠비로 심심해서 올림픽 축구를 보는데 부천역에서 술 냄새 풀풀 풍기면서 탄 남자 4명의 무리가 내 디엠비 화면을 노골적으로 보는거다. 난 그냥 모른척 했는데 나중에는 나한테 삿대질을 하면서 "이분이 아까 축구 봤어. 지금 0대 0 이었다니까?" 이러더니만 나중에는 "저기요. 아까 0대0 이었죠?" 이러고 질문하는게 아닌가. 난 그냥 디엠비 접고 자는 척 했다. 그렇게 축구 보고 싶음 당신들도 디엠비 사시든가요.

내가 디엠비폰을 산 이유는 사실 프로야구 때문이었다. 헐. 이놈의 덕후기질. 근데 디엠비폰으로 스포츠 중계 보면서부터 전철이나 버스 타면서 심심치 않게 아저씨 혹은 청년들이 나한테 "저기요 몇대몇 이예요?" 하고 물어본다. 그런게 좀 귀찮긴 하지만 디엠비폰 덕분에 그래도 야구보기 좋았지 훗.

이번 올림픽 야구는 일본으로 휴가가는 관계로 많이 못보게 되었다. 쪼끔 아쉽다.
아참. 윤석민은 결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욕 바가지로 먹고. 사실 윤석민이 욕먹을 게 아니고 김경문이 욕먹을 일인데 임태훈 밀어내고 합류되었다고 괜히 욕먹고 있다. 못하면 거의 가루가 되어버릴 분위긴데 윤석민 선발을 못보고 난 일본 가는구나.

그나저나 나 일본가서 어쩌지.요즘날씨에 습도가 더 높다면... 난 미쳐버릴지도 몰라. 으아아악. 준비도 하나도 안했는데.

아 덥다. 샤워하고 자야겠다. 현재시각 오전 1시 42분. 빨리 좀 씻어놓을껄.

회사 컴퓨터의 고장.

일상 2008. 7. 28. 22:45

내 컴퓨터가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해서 내꺼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가버렸다.
좀 오래걸릴 것 같다. 아.. 오래 걸려도 좋으니 복구만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근데 내꺼 개인 폴더에 있는 거 다 찾아서 보는 건 아니겠지? 그럼 안돼~~ 웃긴 사진도 엄청 많은데;
이런관계로 오늘 우리팀 공용 노트북으로 하루종일 일했는데
여러번 나의 성질을 돋구었다. 공용이 그렇듯이, 애가 너무 험하게 다루어져서 인터넷은 수시로 끊기고, 느리기는 더럽게 느리고 또 오늘은 월요일이라 일이 바쁘기는 엄청 바빴다.
내일은 마감일인데. 내꺼 컴퓨터로 죽어라 해도 모자를 판에 버벅대는 놈이랑 하루종일 씨름할 생각하니 암울하다.흑.

나의 여름이 끝나간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난 여름이 좋다. 집에 들어올 때 완전히 어둡지 않은 것도 좋고 출근할 때 난 남들보다 시원할 때 다니지롱~ 하는 느낌도 좋다. 겨울에는 남들보다 추울 때 다니는 것 때문에 매일이 약올랐다.
근데 오늘 아침 느꼈다. 세수하고 내방으로 들어가는데 이젠 내방 형광등을 켜야 하더라.
벌써 새벽이 어두워지고 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내 사랑 7월도 끝난다.  내여름..
난 이번 여름에 무엇을 했나? 응?

하반기 7월 1일이 되면서 6월보단 좀 널럴해지는가.. 싶었는데 다 훼이크였다. 이 빌어먹을 훼이크!

* 오늘 사무실에 출근하여 점심식사 바로 전에 쓴 이야기.
: 요즘 들어 나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윤석민의 국대탈락이었다. (무뇌아 같지만 진심이다) 야구도 이번주 목요일까지만 하고 올림픽 때문에 안하는데 올림픽 야구는 꼴도 보기 싫어졌다.
방어율 2위, 피안타율1위, 다승단독선두인 애를 안 뽑은 대한민국 야구계는 반성하라.
안 뽑힌 이유가 뭔가? 도대체 도대체 도대체 왜???
내 생각에는 윤석민 고등학교가 야구부 있는 고등학교 중에선 전통없는 야탑고라서 그런거 아닐까 싶다. 불쌍하다. 한마디로 빽 없어서 안된 거 같다. 내 심정이 이런데 본인은 또 얼마나 억울할까.
국가대표 중에 좋아하는 선수가 안나오니 응원도 하기 싫고, 윤석민이는 나중에 군대가서 상무 에이스나 해야겠구나. 제기랄. 동메달 정도는 딸 꺼 같은데. 저번처럼 대만한테 진다면 그도 안되겠지만서도.
김경문 감독은 자기 팀 애 군면제 시켜주려다 엄한애들까지 다 현역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사람아 ) 학연,지연은 역시 나쁜거다. 흑.

내가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승부차기 때문인데, 이번 올림픽때 야구에서는 승부치기 한댄다. 푸하하. 이 뭐 병?? 인생 최초로 야구에서 승부치기 하는 거 보게 생겼네. 타임아웃 없는 경기의 묘미 모르시나. 이사람들.
오늘 네이버 스포츠 뉴스보다가 다시 화나서 지껄여본다.

난 사실 올림픽 경기만큼 개막식이 참 기대된다. 중국 사람들 도대체 개막식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까? 저번 호주 올림픽 개막식은 구렸는데.


대학생 때 우스갯 소리로 어떤 선배가 야 우리나라 역사 이래로 지금이 최고 잘 사는거야. 우리가 언제 중국보다 잘 살았던 적이 있었냐?’ 라고 말했는데 예전부터 아시아 초 강대국으로 군림하던 중국이 지금은 심심치 않게 어이 없는 나라가 되고 있다. 요즘 보면 일본보다 중국이 더 싫다는 한국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인터넷 에서도 심심치 않게 노골적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것도 그렇고. 사실 나도 밑에 사진 보고 엄청 웃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까닭은.

어찌되었든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중국을 무조건 비웃을 수 없는 이유는 역사 보다는 어렸을 적 좋아했던 중국 영화들 때문이다. 내가 지겹도록 잔상에 시달렸던 영화도, 세상에서 최고로 슬프다고 생각했던 영화도 거의 중국산이니 말이다. ‘왜 우리나라는 저런 영화 흉내도 못 내는 거냐.’ 라고 불평을 한 적도 여러 번. 거기에 중국이 그냥 그 중국 본토만 중국이 아니라 홍콩도 중국이고 대만도 알고 보면 중국의 뿌리고. 그 동네 출신의 세계적 감독이 도대체 몇 명이냔 말이다. (인구가 많으니 당연하다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얘기가 길어졌지만, 내가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또 한가지 이유는 루쉰때문이다. 생일선물로 받아서 다시 한번 읽은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원제:조화석습 朝花夕拾)는 내가 가장 여리고 외로웠던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똥통 중에 똥통이었던 고등학교에서 유일하게 진짜 선생님 같았던) 국어 선생님이 추천해 주셔서 읽은 책이었다. 그 선생님은 이런 책이 나중에 논술 같은 거에 도움 되는 책이라면서 주셨는데, 뭐 나는 논술 보는 일류대학은 원서도 쓰지 못하는 성적이었는데. 으흐흐 (근데 그 해 서울대 논술에 아큐정전이 지문으로 나왔으니 그 선생님 약간은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건가??)

 

요즘에는 좀 덜하지만 난 원래 어렸을 때부터 읽었던 책 또 읽고 또 읽고 또 읽는 데 선수였다. 책을 다시 읽는다는 건 그만큼 그 책이 좋았다는 건데,

다시 읽었는데 별로면, 아 내가 왜 이런 책을 좋아했었지. 유치했구나. 하는데 한편으론 내가 좀 그래도 컸구나. 하면서 뿌듯하고. 다시 읽었음에도 좋으면. 아 역시 좋구나. 라면서 왠지 배신당하지 않은 것 같아서 기분 좋고 그런다.

 

다시 읽은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는 날 배신하지 않는 쪽이었다. 중국 역사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아는 바가 있음 훨씬 더 심도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나같이 전혀 모른다 하더라도 루쉰이 이야기 하고 있는 그 당시 중국의 상황과 문제점이 현재 우리나라에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읽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또한, ‘루쉰자체가 너무 멋있어 주시니까. 딱히 별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냥 그 자체로 너무 멋있으신 분이다.

신문을 파는 소년이 전차에 깔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나, 베이징에서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물의 속성을 모르면 함부로 물에 뛰어들지 말라고 말하는 (이런 세심한 것까지!) 모습이나, 대단한 혁명가라면 한 두 사람 쯤의 희생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도저히 사람이 죽는 것에 초연할 수 없다고 말하는 모습까지. 카리스마 넘치는 대장도 아니고 직접 혁명의 한 가운데서 싸운 게릴라도 아니지만, 인간미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야 하나. (뭐 이리 거창해 진다냐) 너무 대단해서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기 보다는 인자하고 자애로운 아버지 같다고 해야 하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겸손하셔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의 초반부를 읽다 보면

중국에 대하여 지나치게 부정적인 거 아닌가. 이렇게 중국 고유의 전통까지 비판해야 하나. 너무 서양문물만 우선시 하는 거 아닐까? 등등의 의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책의 중반을 넘어서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뒤로 갈수록 루쉰이 그런 주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므로)

 

지금 내 상황이 회사 내부 사정과 결부되어 있어서 블로그에 구구절절하게 써놓을 수는 없지만 대충 뭉뚱거려 표현하자면,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어쩌면 혹시 될지도 모르니까 난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디겠소.’ 이 상태랄까? 그래서인지 이 책이 큰 위로가 되었다. ‘희망이라는 메시지 때문에. 요즘 위에 말한 가능성에 대해서 거의 포기하는 단계이기도 했고 말이다.

 

여기에 이 책에 대한 것을 다 쓰면 내 블로그 역사상 최고로 긴 포스팅이 될 듯 하여 두 개로 나누어야겠다. 다음 페이지는 루쉰 소개와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에서 좋았던 구절 모음. 회사에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시간 날 때 이런 거나 쳤다. ; (그 때문에 이제서야 책 정리가 끝났지만)

 

P.S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의 원제인 조화석습 ( 朝花夕拾)’ 이란.

: 아침에 떨어진 꽃을 바로 쓸어내지 않고 해가 진 다음에 치운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고, 더 해석하자면 떨어진 꽃에서도 꽃의 아름다움과 꽃의 향기를 취하는 여유를 갖는다는 멋있는 뜻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