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벌써 4월인데 이제서 일본 여행의 마지막날에 대해서 쓴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
앞의 모든 일정이 애초에 계획대로 안되었기 때문에 마지막날은 일정대로 가보지 못한 곳 중에서 가고 싶은 곳에 가기로 했다.
이제까지 호텔에서 먹은 아침밥을 한번도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올린다. 내가 묵었던 호텔 힐라리즈 라는 곳은 비지니스 호텔이라 그 안에 식당 같은 건 없고 그 건물 1층에 있는 Pronto 라는 카페에서 커피한잔과 토스트하고 샐러드를 줬다. 커피는 진한 거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 있는데 나는 너무 썼다. 거의 탕약 수준. 좋은 원두에 잘 내린 커피였지만, 역시 난 그냥 카페모카 같은 달달한 커피가 더 좋다. 아니면 너무 쓰지 않은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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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여행왔는데 오사카를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오늘은 오사카 주유패스로 할인되거나 공짜인 곳만 쭉 둘러보자! 라고 결심하고 가이유칸이 있던 오사카코 역으로 다시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 없는 이유로 오사카코역에 갔는데, 간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대관람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오사카 주유패스로 공짜로 탈 수 있었음 몰라, 그냥 할인인데 그거 한번 타 보겠다고 갔던 데를 또 갔다. 아이고 돈 아까워)  갔는데 타는 사람은 딱 3팀 이었다. 첫번째는 우리, 두번째는 중국여행객, 3번째는 또 다른 한국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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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차를 타고 오사카 주유패스를 이용해 공짜로 전망대를 볼 수 있다고 하여 WTC 타워 정망대에 가기로 했다. 오사카코역에서 뉴트램이라는 귀여운 전철을 타고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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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램을 타고 코스모스퀘어역에 도착하여 WTC 타워에 도착.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반쯤인데 전망대는 11시 부터라는거다. 아니 어떤 책자에도 이런 얘기는 없었어!! 라고 생각하며 이걸 기다려 말어. 하다가 그냥 다른데 가기로 했다. 거기까지 간 것이 좀 아까웠지만, 내가 그냥 다른 데 가자고 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히메지성(姬路城)에 미련을 못 버렸기 때문이었다. 동생은 너무 멀다고 안 내켜 했는데 나는 어떤 게시판에서 히메지성 진짜 좋다는 말에 혹해서 가보고 싶어서 내심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동생이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갈래면 가자고 해서 우리는 우메다역으로 가서 산요히메지행 급행을 타기로 했다. 근데 히메지성까지 가는 요금에 헉. 하고 놀랬다. 1290엔이었나?? 남은 돈도 별로 없는데.. 라고 생각하며 간사이쓰루패스로 공짜로 갈 수 있는데까진 가서 거기서 내려서 다시 산요히메지 직행을 타자고 하고 일단 우메다역에서 한 두정거장 갔다. (거기까지밖에 공짜가 아니었다) 이름모를 유명하지 않은 역에 내려서 어디서 표를 사는건가 하고 둘러보아도 표 사는 기계만 있고, 그 기계는 근거리 표 밖에 안 팔았다. 거기서 얼쩡거리다가 발권기에 남아있던 거스름돈을 줏었다. 한 800엔 됐나? 흐흐 누가 볼까봐 무서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황급히 그 기계 앞을 떠나서 다시 한신 철도 역사무실 같은 데를 찾아서 들어갔다.
역사무실을 진짜 순진하게 생긴 35살 정도 보이는 젊은 아저씨 혼자 지키고 있었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히메지성 가고 싶어요. 라고 말을 했는데 그 젊은 아저씨도 영어를 엄청 못했다. 피차 영어 못해서 어찌나 맘이 편하든지, 그 아저씨가 one day ticket 이라고 딱 한마디 하시길래 그냥 우리는 히메지성 가는 티켓만 주세요. 라고 말을 했더니 그 아저씨가 흰 칠판을 꺼내드니 원데이 티켓 가격은 2000엔 임을 강조하느라고 거기에 '2000'  이렇게 쓰셨다. 모자쓰고 당황하면서 쓰는 모습이 매우 귀여우셨다. 그 젊은 아저씨가 말한 원데이 티켓 가격이랑 히메지성가는 왕복 차비를 비교해보니 그 원데이 티켓이 580엔이 더 쌌다. (1290엔 왕복하면 2000엔이 넘으니) 그래서 오케이 오케이 해서 원데이 티켓을 샀다. 일단은 한신철도를 타고 가다가 산요라는 회사에서 만든 철길을 이용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역 이름도 산요 히메지역) 그 아저씨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는 한신타이거즈 응원하기로 맘먹고, 일본은 여행객한테 절대 바가지 안 쓰게 하는구나. 선진국은 선진국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하는 내내 여행객이라는 이유 하나로 뭘 속인다는가 강요하는 느낌은 한번도 받지 않았다.
 
그 급행을 타면서 이제까지 어딜 가든 여기 책에 써 있는 시간보다 짤게 걸렸다. 이 책에는 1시간 반이라 써 있지만 분명 이것보단 빨리 도착할거다. 라는 말을 하면서 탔지만, 이번만은 그 책의 소요시간이 진짜였다. 정말로 1시간 반이 걸렸다. 그동안 내동생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사실 이동시간이 좀 아깝긴 했지.

바깥구경을 하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다가 엄청나게 큰 다리를 봤다. 그것은 바로 아카시 해협대교! 세계에서 제일큰 다리라는데 높이만도 29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길기도 엄청 길어서 끝이 안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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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점심을 먹고 있을 시간이 없어 히메지역에 도착하여 도너츠를 포장하여 길 가면서 도너츠로 점심을 때웠다. 히메지성이 있는 도시는 히메지시 라는 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굉장히 한가롭고 오사카보다 더 남쪽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겨울임에도 가로수 나무가 그대로 다 살아 있고, 따뜻하기도 엄청 따뜻했다. 한가롭고 왠지 서양 같은 분위기도 나는 도시였다. 가로수 있는 곳에 조각상도 많고 이쁘게 꾸며놓은 곳 이었다.
역에서 나와서 바로 정면에 히메지성이 보여서 찾는데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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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지성은 1333년경에 처음 지어졌으며, 16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천수각을 증축했다. 그리고1601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사위 이케다 테루마사[池田輝政]가 대개축을 시작하여 1609년에 완성했고 현존하고 있는 건물의 대부분은 이때 지어졌다고 한다. 성의 구조가 거의 온전하게 남아있는 성이고, (오사카 성처럼 박물관으로 개조하지도 않았음) 적의 침투를 막기 위해 미로같이 설계된 것도 인상 깊었다. 그리고 성이 흰색인 이유도 불에 강한 회반죽을 칠해서 그런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 성처럼 평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성 안에 들어가면 길이 엄청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천수각까지 올라가는 것도 꽤 힘들다. 그 길의 중간중간에는 함정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이 2000개도 넘었다고 하는데, 난 함정에 한번도 안빠졌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미로의 벽에 아주 조그만하게 문 같은게 뚫려 있었던 것도 거기 통해서 적한테 화살 쏠 수 있도록 하느라 그랬나보다.
보디가드들이 모여서 운동했던 운동장도 있고, 크기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 오사카성보다 20배는 좋았다. 1993년에 일본에서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한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오오 정말 뛰어나고 멋있고 아름다운 성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흰색 성이 멋있긴 하지만, 군데 군데 귀여운 (귀엽다는 건 나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 디테일 같은 것도 부족하고, 또 니조조 처럼 나무나 정원 같은게 이쁘지도 않고 회칠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시멘트칠 같기도 하고, 벽은 하얗고, 지붕은 까만게 계속 보니 좀 심심하기도 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일본 여행가서 내가 어딜 가기만 하면 비가 왔는데 히메지성도 마찬가지였다. 위에 맨 처음 사진 보면 하늘색이 심상치 않은데, 저 덴슈카쿠 가느라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비가 조금씩 오더니 덴슈카쿠 들어가기 전에는 아주 가열차게 비가 오기 시작하는거다. 여름 소나기 정도는 아니지만 보슬비인데 많이 오는 정도? 바람도 엄청 불고. 역에서 히메지성을 향해 뛰어 갈때만 해도 오 날씨 엄청 좋아. 이러면서 뛰어갔는데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어두워지고 비가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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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로 가기까지도 1시간 반이나 걸리고, 비도 오고 하여 우리는 덴슈카쿠만 갔는데 여기 덴슈카쿠는 7층짜리라 올라가는데 엄청 힘들다. 계단이 거의 이건 사다리 수준이라 무섭기까지 하다. 올라가서는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도대체 옛날 여기서 살 던 사람들은 겨울에 어떻게 버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벽난로도 없던데.;;
덴슈카쿠 맨 윗층은 히메지성과 관련된 사료들로 꾸며져 있는데 그 중 한문으로 쓴 편지도 있었다. 근데 옆에 중국 여행객이 중얼 중얼 거리면서 그 편지를 읽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니 중국사람은 일본에 와도 글때문에 불편하진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 사람 중에서도 한자를 잘하면 다 해석이 되겠지만, 내가 보기에 일본은 히라가나보다 한자가 훨씬 더 흔한 나라였다. 우리나라도 단어 역시 한자가 많지만 그래도 우린 그 단어들을 한글로 쓸 수 있는데 일본은 그걸 다 한자 그대로 쓰니 중국 사람들이 일본을 무시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해보였다. 어쩐지 아직도 중국의 속국 같잖아. (뭐 중국은 세상 모든 나라를 무시한다고 하지만서도) 한자 그대로 다 빌려다 쓰고. 이런 거 생각하면 단어까지 다 한글화 시킨 북한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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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서 내려와 다시 역으로 가는데 가까운 곳에 있던 중학교가 마침 끝나는 시간이었다. 일본은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는데 그 중학교 애들도 여자애 남자애 할 것 없이 자전거 타고 하교하는 애들이 많았다. 역시 어린 애들은 어느 나라나 귀여워서 넋놓고 구경을 하는데 어떤 남자애 보니까 뿔테 안경에 반듯한 자세에 펌퍼짐한 교복까지 (러브레터에 나오는 교복과 흡사했음) 완전 전교 1등 이었다. 나랑 동생이랑 오~~ 전교1등 전교1등 하고 말했는데 걔는 눈길 한번 안주고 묵묵히 자전가 타고 지나갔다. 학교 앞이라 그런지 우리나라 입시 학원 같은 학원도 있었는데 도쿄대학 몇명 교토대학 몇명 이런거 써 있는 거 보니까 입시 역시 우리나랑 비슷한 듯 했다.
다시 1시간 반이나 전철을 탈 생각에 한 숨쉬며 전철을 탔는데 내동생은 맞은 편 여자가 완전 이상형이라고 떠들었다. 외국이라서 우리나라 말로 이런 저런 얘기해도 그 나라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고 편했다.  피곤해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오사카에 도착하니 벌써 밤이었다.

사실 동생은 오사카 시내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었는데 나때문에 이미 밤이 되고, 오사카 시내 구경하기엔 너무 늦어버려서 좀 서운했나보다. 그리고 일본은 뭐 구경하고 싶어도 10시 이전에 문을 다 닫아버리니까 밤 늦게까지 구경도 못하고 기념품 사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돈이 없어서 사고 싶은 옷도 많았는데 하나도 못사고, 오사카 주유패스는 하나도 활용 못하고. 아쉬운 일본의 마지막 밤이 저물고 있었다.


얼마만에 다시 쓰는 여행기인가. 이번 주말에는 약속이 하나도 없었다. 잠을 계속 잤더니.. 그래도 또 졸리네.
어찌되었든 여행 갔던 기억을 떠올려서 시작해보자면,
교토에서 기요미즈테라 이외에 별다른 구경을 못한 우리는 원래 가려던 나라 일정을 취소하고 교토를 한번 더 들르기로 했다. 전날 10분 차이로 입장하지 못했던 니조조로 가기로 하고 교토로 이동했다. 2월 5일에 교토로 갈 때는 limited express를 타고 시조가와라마치 역에서 내려 12번 버스를 타고 니조조마에역에서 내려  니조조(二条城)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날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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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조조는 1603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교토 숙소로 지은 성이라고 한다. 니조조의 좋은 점은 성 안까지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찍지 못하게 되어 있어 못 찍었지만 금칠한 벽이나 벽화, 일본식 방이 꽤 볼만했다. 안에 실물크기로 사람 인형도 제작해 놓고 거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까지 써놓아서  재미있었다. 아 근데 영어로 써 있는 안내에도 그냥 '쇼군' 이라고 써 놓았던데 왜 '장군' 이라고 해석 안해놓았나. 생각을 했는데 '쇼군' 이라고 써 놓아도 외국 사람들도 그게 장군인지 다 아는 모양이다. 성 안 복도를 걸을 때는 눈치 못챘지만 니조조 안의 복도는 수상한 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삐걱거리도록 지어졌다고 한다. 일본성에는 꼭 하나씩 있는 덴슈카쿠가 니조조안에는 불타서 없다.
난 기요미즈테라보다 니조조가 더 좋았다. 정원도 아담하니 이쁘고 무엇보다, 성 안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었다.!

교토에서 고베까지 이동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교토에서 딱 하나 더 볼 수 있는 시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킨카쿠지(金閣寺)를 보느냐, 긴카쿠지(銀閣寺)를 보느냐 고민하기 시작했다. 절 자체로만 보면 킨카쿠지가 더 멋있었겠지만 왠지 철학의 길 때문에 긴카쿠지도 땡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의 길이 있다고한들 그 길을 유유자적 걸을 순 없을 듯 하여 킨카쿠지로 결정하고 다시 12번 버스를 타고 킨카쿠지로 향했다. 우리와 함께 니조조를 구경하던 외국인들도 모두 킨카쿠지로 향하는 것 같았다. (갔다와서 안 사실이지만 우리보다 일찍 일본 여행 갔다온 사람이 말하길 긴카쿠지는 공사 중이라 별로 볼 게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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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카쿠지는 1397년에 별장으로 지었던 곳을 로쿠온지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석가모니의 유골을 모신 3층의 사리전(위 사진에 보이는 킨카쿠)이 유명하여 모두들 킨카쿠지로 부르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킨카쿠지에 도착했더니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본에 온 이후로 비가 안 온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결국 우산을 쓰고 킨카쿠지의 정원을 구경하고 이젠 고베로 가야겠다 싶어서 다시 교토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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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돈이 좀 모자른 상태라 우리는 또 교토 시내 음식점 아무데나 들어가서 밥 먹자 하고 정말로 아무 곳에나 들어갔다. 그 음식점은 내가 일본 음식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견해를 형성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일단 음식이 너무 짰다. 저 위에 보이는 건 동생 메뉴고 나는 카레를 시켰는데, 나중에는 너무 짜서 더이상 못 먹을 것 같아서 반 이상을 남겼다. (태어나서 그렇게 짠 음식은 처음이었다) 일본 음식이 싱겁다는 건 다 거짓말. 그리고 이제와서 말하는 것이지만 저 음식점 컵에 휴지가 들어 있었다. 정말로 말 그대로 휴지였다. 그냥 깨끗한 휴지도 아니고 테이블을 닦은 휴지가 내 컵안에 들어 있었다. 난 한모금 마셨었는데.. 한모금 마시고 나서 다시 보니 거기 더러운 휴자기 들어 있는 것 아닌가. 맹새코 내가 넣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물을 받자 마자 마시고 발견한거니까.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나는 결국 여기 휴지 들었다고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냥 동생 물 마셨다. 완전 기분이 나빠져선 일본이라고 뭐 특별히 깨끗하고 실수 없는 거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 음식점을 나왔고 너무 짜서 제대로 못 먹은 배를 채우기 위해 옆에 있던 제과점에서 빵을 사 먹고 시조가와라마치 역에서 다시 오사카 가는 전철을 탔다.

우메다역에서 내려서 우리는 교토와 정반대방향인 고베(神戶)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루트이지만, 사람들 말이 고베는 야경 빼면 볼 것 없다고 해서 굳이 오랜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산노미야역에 도착해서 기타노이신칸카이를 가려고 보니 이미 씨티루프(고베 시내 관광하는데 편리하도록 만든 버스)도 끊길 시간이고 가봤자 많이 못볼 것 같고 하여 과감하게 생략하기로 했다. 그래 뭐 기타노이신칸카이 그냥 이쁜 집들 빼면 볼 거 없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다시 산노미야 역에서 전철을 타고 모토마치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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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마치역에서 메리켄파크로. 메리켄파크에서 고베항으로 걸어서 도착. 고베항에 도착해서 우리는 여기 완전 월미도다 월미도! 이랬다. 고베라는 도시 전체의 느낌이 인천 중구 신흥동 같았다. 인천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개항을 했고, 고베도 일본에서는 빨리 개항을 하여 기타노 이신칸카이 같은 외국인 거주지역이 있는 것 같았다. 빨리 개항한 만큼 빨리 흥하고 또 지금은 도시 전체가 좀 죽은 느낌이 들었다.  (고베는 1868년 개항, 인천은 내 기억으론 1883년 개항) 고베 역시 인천항 주변처럼 오래되지 않는 과거에 흥했고 지금은 별 볼 일 없어진, 뭐랄까 그런 도시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처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월미도처럼 사람이 별로 없기도 마찬가지. (고베가 인천보다 도시 자체 겉모습만으로 보자면 100배는 더 세련되긴 했지만)
고베에 오면 대부분 아리마온천인가? 거기를 가던데 전에도 말했듯이 뜨거운 곳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온천도 과감히 생략했다. 결국 내가 고베에서 본 거라곤 야경 뿐인데,.. 책이나 인터넷이나 백만불짜리 야경 어쩌고 하지만, 백만불 짜린 아니고. 야경보다 그냥 우리 동네 분위기 나서 그게 난 더 좋았다.  
어렸을 때 TV를 통해 봤던 고베 지진을 아주 어렴풋이 기억을 하고 있는데 내 동생은 전혀 기억이 없댄다. 1995년이면 난 초등학교 6학년 때고 동생은 2학년 때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어느 부근이 피해가 최고 심했는 지 모르겠지만 지진이 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고베는 낡았지만 정갈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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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만에 다시 쓰는건지! 3월 2일에 쓰다가 결국 마무리 못 짓다가 오늘이 벌써 3월 7일!
일단 고베 여행기를 어떻게 쓰려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사진 보니까 고베항을 얘기하려고 했나보다. 음.. 고베항을 온 이유는 거기 야경이 이쁘다고 해서 였는데 야경을 볼만큼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시 고베시내로 가서 시내구경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서 그냥 고베항 주변을 슬슬 걷는 데 바닷바람이 처음에는 상쾌하다가 나중에는 어찌나 차갑든지. 추운 칼바람이 아니라 차가운 바람이었다. 사람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어딜가나 바글바글하던 한국 사람도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의외로 고베항에 뭔가가 없어서 딱히 구경할만한 것도 없고.. 생각해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없이 시간 보낸 곳 여기 고베항 아니었나 싶다. 계속 걷다보니 쓰잘데 없이 다리도 많이 아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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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포트타워 전망대를 갈까? 했는데 그것 역시 과감하게 생략.;; 결국 고베에서 한 거라곤 역에서 내려서 고베항 걸어다닌 것 밖에는 없었다는 거. 고베 포트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다를 봐도 별로 볼 거 없을 것 같고, 도시방향을 봐도 그냥 그럴 것 같아서 딱히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고베 포트 타워는 높지도 않고 많이 낡았지만 모양이 귀여웠다. 근데 일본은 어딜가도 타워가 있는데 원래 도시에는 그 상징인 타워 하나씩 만드는 게 당연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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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고베항 주변을 돌기에는 너무 추워서 유명한 레스토랑인 모자이크 가든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그 안에 있던 팬시점 구경도 하고 오락실도 구경하고 그랬다. 팬시점 같은 건 우리나라 코엑스에 있는 팬시점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내가 별다르길 기대했던 건 가격이었는데 일본 현지에서도 비싸서 결국 그냥 안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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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밤이 되었고 우리는 야경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삼각대도 없고 DSLR 카메라도 아니라 찍기에 많이 힘겨웠는데 심지어는 내동생이 내머리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내 머리를 삼각대 삼아 찍어보려고 했음에도 찍을 수 없었다. 구경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도 아니고 다리는 너무 아프고 해서 집에 가자 했는데 저 멀리 한큐 라고 써 있길래 옳타쿠나. 저기에 한큐전철이 있나보다. 하고 갔는데 거기는 한큐전철역이 아니라 한큐백화점이었다. 난 한큐가 철도전문 회사인 줄 알았더니 (우메다역에서 한큐전철만 봤기 때문에-지금 생각함 참으로 단순한 발상이다.;) 그게 아니어서 괜히 백화점까지 갔다가 다리만 더 아파지고 말았다. 결국 저 멀리에 있는 모토마치역까지 힘겹게 걸어갔다. 걸어가는 중에 인천 차이나타운과 꼭 닮은 일본 차이나타운을 봤고 그 날 밤 세븐 일레븐에서 야식을 구입할 때 쯤엔 다른 날보다 훨씬 더 지쳐서 야식을 구입했고 숙소에서 야식먹으며 TV를 보고 씻기 귀찮아서 죽겠다 투정부리며 늦게만큼 씻고 잠들었다.

우와.. 이 포스팅 진짜 무지하게 길다. 나중에 이렇게 여행기 쓰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 날이 왔음 좋겠네.

아침에 일어나 일본 뉴스를 보는데 비가 온다고 나왔다. 우리는 원래 여행 초기 힘이 있을 때 넓은 교토를 가자는 계획이었는데 도저히 우산쓰고 버스를 타기 싫어져서 가까운 오사카 주변을 보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세븐일레븐에서 399엔짜리 투명우산을 사들고 오사카의 쓰텐카쿠(通天閣)으로 향했다. 쓰텐카쿠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만화책에서 본 것 같이 익숙했다. 설마 21세기 소년은 아닌 거 같고. 일본에 하도 타워가 많아서 햇갈리는건가?
1912년에 만들었다는 쓰텐카쿠를 보면서 한일합방 하는 동안 이놈들은 이런거 짓고 앉아 있었구나 싶었다. 워낙 낡았고 뭐 그렇게 굳이 꼭 찾아서 볼만한 탑은 아니지만 오사카의 상징이라고 해서 그런가 우리가 갔을 때 다른 지역에서 온 일본관광객들이 엄청 많았다. 전망대 내부는 딱 내가 7살 때 건물 내부와 비슷하고 담배냄새가 진동하고 빌리켄이라고 하는 무슨 신이 있는데 그에 관련한 조악한 기념품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근데 그 빌리캔이라는 신 아무리 생각해도 센과 치히로에 나왔던 애 같은데.. 아닌가.
쓰텐카쿠의 허름한 겉모습을 보고 우리가 왜 왔을까 했는데 전망대에 올라가서는 오늘 우리가 대략 어디 방향으로 움직여야 되나를 알게되어서 올라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허름한 거 치고는 이름이 멋지다. 통천각 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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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텐카쿠 전망대에서 아주 멀리 멀리 오사카성이 보였는데 저게 바로 오사카성인거 같다고 동생한테 말했더니 그럴리가 없다고 무슨 색이 저렇게 멋없냐고 그랬는데 오후에 가서 보니 진짜로 그게 오사카성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행 책 표지도 오사카성인데, 이건 완전히 사진발이다!! 오사카성도 나중에 나오니깐 그건 또 나중에 말하기로 하고.

쓰텐카쿠에서 내려와서 우리는 시텐노지(四天王寺)는 안가가고 텐노지공원만 가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시텐노지가 있는 줄은 여행 끝날 쯤에나 알았다. 593년에 만들어진 절이고 가장 오래된 절이라는데. 왜 나는 전혀 몰랐을까!!  어찌되었든 동물원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소풍이후로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가려고 생각하면 왜가나 싶다가도 가면 일단 가서 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텐노지 공원으로 향했다. 쓰텐카쿠에서 텐노지 공원은 바로 앞이라 걸어갈 수 있는데 그 주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현재도 그쪽에 한인들이 꽤 많은 것 같았는데 그 주변 허름한 민박집에 한글도 많았고 식당가를 잘 살펴보면 한국음식점도 꽤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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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일본 가서 원숭이 많이 보고 오라고 하셨는데, 예전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에서 일본 원숭이가 단골 손님이라서 그런 얘기를 하신건지. 근데 난 원숭이가 너무 싫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심리테스트를 해 주셨는데 원숭이,사자,양,말 을 데리고 간다고 가정할 때 뭘 최고 먼저 버릴꺼냐 물었을 때 난 1초도 생각치 않고 원숭이 먼저 버린다고 했다. 원숭이 너무 징그럽잖아..;;근데 이게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하는 가치를 나타내는 거라는데 원숭이는 배우자 랜다. 크크. 난 남편 최고 하찮게 생각하는거야 뭐야. (참고로 양은 자식, 사자는 명예, 말은 자기 자신이랜다. 난 나중에 말 타고 편히 간다고 끝까지 데려간다고 했는데) 저번에 뉴스에서 봤는데 일본 원숭이들이 여자들이 약한 걸 알고 길가는 여자들 막 머리털 잡아 뜯고 괴롭힌다고 했다. 아니 어디 감히 동물주제에!!!!
비가와도 꿋꿋하게 우산을 쓰고 동물원을 구경하는데 내 보기엔 그 동물원 안에 사람이 10명도 안되는 것 같았다. 한적하고 좋았지 뭐. 아 그리고 연인들도 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을 해보니 일본 연인들의 낯뜨거운 애정행각을 한번도 목격을 못한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감정표현을 잘 안한다는데 그게 정말인건가. 끽해봐야 손잡고 다니기 이정도 였던 것 같은데.. 심지어 팔짱낀 사람도 별로 못봤잖아.

의외로 넓었던 동물원을 다보고 우리는 이제 오사카성(大阪城)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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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최대의 성이라는데 왜이렇게 작나 했는데 20% 정도 밖에 복원이 안된 거라고 한다. 오사카성 덴슈카쿠를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내려갈 때는 무조건 걸어 내려가야 한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걸어 내려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한 인물이지만 난 일본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이 좋을 수도 없고 임진왜란이 딱 떠오르고 그랬다. 오사카성 덴슈카쿠는 건물 전체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박물관인데 (1931년에 오사카 시민이 재건한 것임) 속으로 '이거 꼭 걸어서 내려가게 한 거 이 박물관 보고 가란 거 같잖아!' 라면서 혼자 기분 나빴다.
저번에 고등학교 국사 문제에서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을 묘사한 글을 봤는데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들은 죽은 사람 뇌수를 먹었다. 고 되어 있던데.. 얼핏 그 성안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물건들을 보니 우리나라가 대단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한 번 해버렸다. (이순신 장군니임~~~: 완전 민족주의자 같네)

어린아이와 같이 순진하고 단순한 내 눈으로 (? 무식한거겠지) 우리나라 성과 비교를 해보자면 일본성은 일단 목조가 아니다. 그리고 각 성에는 덴슈카쿠가 하나씩 있는데 우리나라 성과는 달리 여러 층으로 지어져 있다. 성을 보면서 아 정말 전형적으로 일본스럽다고 느꼈는데, 가까이서 본 일본의 처마의 장식은 우리나라 성보다 훨씬 못하다. (적어도 내 생각으론 그렇다. 왠지 아기자기한 면이 부족하달까) 그리고 오사카성 공원은 그 안에 모조리 아스팔트로 길이 깔려있어서 나중에 다시 지은 게 너무 티났다.
일본 와서 성을 보고 있자니 왠지 우리나라 궁도 가보고 싶어졌는데 우리나라 역사나 건축양식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니 비교도 안되고 이 성이 지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알아볼 수 없었다. 내 무식을 탓하면서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는 가이유칸(海遊館) 이라는 일본의 수족관이 있는 주오센 오사카코역으로 향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너무 비싸 못 가본 나에게는 기대되는 장소였다. (가이유칸은 2000엔으로 꽤 비싼 편이지만 아쿠아리움이 30000원 인 것에 비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님)동물원에 수족관에 얼쑤! 오늘은 동물의 날 이로구나! 했다. 아. 그리고 육지와 바다를 통틀어 최고 좋아하는 동물을 하나 꼽으라면 당연 돌고래라 왠지 기대했더랬다.
일요일이라 일본 가족들끼리 구경나온 사람들이 많았고, 데이트 중인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수족관에 들어가서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으나 얘네들이 너무 왕성히 움직이고 수족관 내부가 어두워서 많이 못 찍었다. 우리 사진기가 후져서 그런가 하고 옆 사람들을 슬쩍 봤는데 다들 마찬가지였다.
가이유칸에는 내가 좋아하는 돌고래도 있었는데 과연 깜찍하고 귀여웠다. 또 가이유칸의 상징 4미터 정도 되는 고래상어도 있었는데 귀엽긴 귀여운데 왠지 불쌍하기도 하고 그랬다. 오사카 앞 바다에 그냥 풀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불쌍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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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면 오사카 여행 잘 한 것 같지만, 여기서부터 조금씩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첫째로는 오사카 주유패스(오사카 안에서 지하철 전철 버스를 무료로 타고 각종 기구나 시설 공짜 혹은 할인 혜택이 있음) 활용을 너무 못했다. 피곤해하지 말고 덴포잔 관람차도 타고 WTC 전망대도 갔어야 했다. 둘째로는 만약 피곤해서 다 못했으면 그냥 포기하지 뭐. 하고 포기했어야 하는데 굳이 또 오사카 주유패스를 1일권을 하나 더 구입해서 마직막날 다 공짜로 보고 말테야 하고 다짐을 해버렸다는 거. 그럴 줄 알았음 한국에서 2일권 사지 도대체 왜 1일권만 샀는지. 한 개에 2000엔이나 하는데;; 결국 1일권을 하나 더 구입했는데 마지막날 뽕뽑으려던 계획은 물 건너가고 우리는 생돈 2000엔을 날렸다.

뭐. 이제 다 지난 일 이지만 과욕을 부리면 결국 돈만 낭비할 뿐 이라는 교훈!
근데 나 처음 여행이었으니 어쩔 수 없잖아?!


잊기 전에 그래도 일본에서 내가 뭘 했는지 정도는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도 생각보다 많이 못찍고 원래 계획했던 여행 일정도 결국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오늘 만난 내 친구 말대로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드디어 해외를 나가본 거 아닐까.
뭐 대학때는 시간이 남아 돌았는데 돈은 없었고, (여행을 위하여 돈을 벌고 싶지도 않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여행이 필요 할 만큼 괴롭지도 않았다. 그리고 난 요즘도 대학생인데 여행가는 건 별로 안 부럽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 때 여행은 돈 있고 마음 있음 갈 수 있는 거 니까.
그런데 직장인이 여행 가는 건 진짜 부러워 미친다. 돈 있고 가고 싶은 맘은 굴뚝같아도 상황이 안되면 절대 못가는 거니까 말이다.
나도 회사에서 일본 간다고 말했더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해줬다. 그 마음 내가 안다. 저번에 대리님이 추석연휴 이용해서 아일랜드 가는 거 보고 정말 부러워서 반쯤 기절할 뻔 했으니까.
내가 여행한 곳은 일본의 오사카 (大阪) 우리나라 말로 읽음 대판. 뜻 풀이를 하면 큰 비탈. 도쿄 이전에 계속 일본의 수도가 있었던 관서지방의 상징인 곳이다. 갔다와서 생각이지만 도쿄 안가고 오사카 가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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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도착하자마자 어딘가를 가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호텔을 찾느라 너무 고생해서 뭐 다른 거 할 엄두가 안났다. 우리가 묵은 비지니스 호텔은 약도가 정말 알아보기 힘들게 그려져 있었는데 나 같음 그냥 사카이스지센 에비스쵸역 1번 출구에서 오른쪽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 방향으로 육교가 있을 때 까지 쭉 걸어와 길을 건넌 다음 다음 오른쪽을 보세요. 1층에는 세븐일레븐과 Pronto 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겠다. 당최 알아볼 수도 없었던 지도 때문에 어찌나 고생을 했든지. 물론 난카이센 난바역에서 사카이스지센 에비스쵸 역을 가려면 2번이나 갈아타야 하지만 그게 훨씬 빠를 뻔 했다.

일본에 도착해서 느낀 내 첫 느낌은 경차도 많고 자판기도 많고 자전거도 많구나. 하는 거랑 사람들 키가 크다는 거랑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큰 것 같았다) 옷 입는 거나 생긴거나 우리나라랑 완전히 비슷하구나. 하는 거였다. 내 생각엔 한중일 중에서 가장 튀는 건 역시 중국사람이고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이랑 일본 사람은 엄청 비슷한 거 같았다.
그리고 일본에 있으면서 내내 느낀 점은 한마디로 '일본 철도 짱' 이였다. 진짜 철도 짱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딜가도 전철역이 있고 수많은 종류의 전철이 있어서 어디든지 철도로 쉽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 (교토 시내 안에서 빼고) 우리나라에도 용산역 급행 말고 서울역 특급 쾌속 등등의 열차가 있어서 내 출퇴근 시간 좀 줄어들었음 좋으련만.

비도 많이 오고 어두컴컴해지고 해서 우리가 항상 전철을 탈 난바역 주변이나 점검하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난바역은 오사카에서 우메다역과 함께 큰 도심지인데 난카이센 난바역, 미도스지센 난바역, 요쓰바시센 난바역, JR 난바역, 긴테츠 난바역 이 있었고 우리가 주로 이용할 전철선은 미도스지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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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 또 하나는 저녁 9시만 되면 도시가 조용해 진다는 거다. 9시 경의 일본 도로는 우리나라 1시 2시쯤 과 비슷할 정도로 차가 없는데 상점도 8시면 다 문 닫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벌써부터 노숙자들이 상자로 하룻밤을 지낼 자리를 마련하고 그런다. 한국은 9시부터가 시작인데 말이다.
그걸 보면서 선진국은 선진국인가 싶었던 게 어찌되었든 8시 이전에는 다 퇴근을 한다는 건데 부러웠다. 우리도 9시쯤 되니 딱히 도심에서 할 일이 없어져서 호텔 1층에 있는 세븐 일레븐에서 먹을 것 좀 사가지고 올라왔다.
방에 있던 온풍기 리모콘을 보니 모조리 한자라 결국엔 호텔 프론트에 있는 여자 불러다가 따뜻한 바람 나오게 하는 법을 배웠다. (알고보니 우리가 에어컨으로 켜놓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자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는 나를 보며, 앞으로가 조금 걱정이었지만 일본에 도착해서 일본어 한마디도 안했는데 전철 표도 끊고 저녁도 먹고 숙소도 잘 찾아온 거 보면 앞으로도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
새로운 잠자리에 익숙치 않았던 탓인지 첫날밤에 난 중간 중간 계속 깨고 뒤척거렸다. 날씨를 보니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던데.. 하는 걱정도 하고, 비가 안오면 교토. 비가오면 오사카를 구경하자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다. 생각보다 별다를 것 없었던 일본에 도착한 첫날 밤 이었다.


발등에 불.

일상 2008. 1. 31. 23:17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5박 6일 오사카 여행 일정을 이번주에야 눈 벌게지면서 짰습니다.
제 동생이 책 두권에 있는 일정 그대로 움직이면 된다고 배짱을 부리고 안한 결과지요.
뭐 애초에 예상은 했지만 말입니다.
그 덕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피곤이 누적된 상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저는 '내가 이것 때문에 산다.' 대략 이런 상태랄까요.
또 한편으로는 갔다와서 우울해서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왜 벌써 걱정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2월 2일 12시 20분 비행기로 떠납니다.
비행기도 처음. 해외도 처음. 일본도 처음. 입니다.
저 생각보다 촌스럽게 살았더라구요.

통장잔고는 바닥나고 있지만,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되고 있어요.
무사히 갔다오도록 응원해 주세요!

P.S 저 TV 틀어놓고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요. 이 글과 전혀 상관 없는 글이지만, 저는 마지막에 예고 안해주는 드라마 너무 싫어요. ;;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없어!!!! 왜 뉴하트 예고 안해주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