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생

  우여곡절이 좀 있긴 했지만, 3월 둘째 토요일에 동생의 결혼식을 잘 마쳤다. 구두에 불편한 옷 입고 정말 엄청나게 뛰어다녔다. 이제는 동서가 된 신부네 집이 남양주라서 천호동에서 식을 올렸는데, 오전 9시반까지 가서 아침 먹고, 머리하고 화장하는 것만으로 난 완전히 지쳐버렸다. 그런데 그 날 인천-천호동 왕복 운전까지 내가 다 해서, 결혼식 끝나고 완전히 뻗었다.

  중간에 동생에게 들어온 축의금을 입금하라는 특명을 안고 남자친구랑 은행가서 어마어마한 거액을 입금했다. 축의금 받아주는 두 친척오빠가 너무 빨리 데스크를 정리해버리는 바람에, 늦게 온 몇몇 하객들은 식권을 못받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내 남자친구를 처음으로 가족과 친척들에게 공개했는데, 양복입은 남자친구 모습이 너무 멋져서 가슴이 뛰어 한동안 정신이 아득했다. 그런데 너무 바빠서 사진 한장 남기지 못했다. 제일 친한 이종사촌 언니들이 남자친구 잘 생겼다고 칭찬해서 기분 좋았다.

 

2. 엄마

  내일 모레 PET 검사 결과가 나온다. 아주 드물게 PET 에서는 암이 발견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암이 아니리라 하고 기대하면 처음 암판정 받을 때처럼 너무 충격을 받을 것 같아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결과가 너무 참담하다면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다.


3. 회사

  회사에서 자꾸 일을 너무 많이 시키려고 한다. 난 이미 두 사람 만큼의 일을 하고 있다. 누가봐도 두 사람의 일을 하지만, 내 월급은 정말 한숨나는 수준이다. 바로 전 직장을 쫓겨나다시피 그만둬야 했고, 대학 졸업하고 첫발을 들였을 때 부터 이미 망한 경력이지만, 가끔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내 연봉가지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요즘 수십번 씩 때려치겠다고 말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바로 전 직장에서 정말 최악의 상사 밑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그때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다. 난 아무리 연봉 올려주신다고 해도 회사에서 제시하는 업무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고 말해놨는데, 그 말 한 지 벌써 3주가 지났는데 아무 말이 없다. 이것도 솔직히 말하면 자기들끼리 이미 다 결정해놓고 나한테 통보만 할 작정인 것 같다. 이기적인 인간들. 자기들은 놀고 먹으면서.


4. 급체

  저저번주에 남자친구의 친남동생과 재수씨 그리고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났다. 평소 남자친구가 집이나 부모님 얘기를 전혀 안해서 내심 나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건가 했는데, 막상 집에 가서 어머님께 인사를 하니 왜 이제야 나타났냐며 안아주고 어화둥둥 좋아해 주셔서 한시름 놓았다. 재수씨가 결혼하고 처음 맞는 생일이라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데 나를 초대한 자리였다. 그런데 그 분이 보령 굴단지 가서 굴먹자고 하셔서 하는 수 없이 보령까지 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굴을 전혀 좋아하지 않고,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가서 평소 내가 먹는 양의 2배를 먹었다. 결국 급체해서 차안에서 토했다. 1차로 던킨도너츠 먼치킨 담는 종이 컵에 토하고, 토하는 와중에 오빠가 겨우 찾은 허술해보이는 비닐봉지에 2차로 토하고, 나때문에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3차로 모든 음식을 다 토해버렸다.

  남자친구 부모님께 너무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지만, 차안에 토하지 않았다는 것 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5. 사랑

  주말에 오빠가 결혼하자고 했다. 정식으로 청혼을 안해서 서운하냐고 말했지만, 내가 서운할 리가 있을까. 좋아서 울 뻔했다. 결혼 얘기를 꺼낼 때 너무 좋아하는 티를 안내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지어 자기가 무슨 한류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결혼하자고 말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니깐, 홧김에 말하고 후회 중은 아닌 것 같다.

  한 때는 결혼 같은 거 안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애인 없어도 외롭다는 느낌 전혀 없었는데.... 사람 일이란 정말 알 수 없나보다. 남자친구를 만날 때 마다, 매 순간 반하고 가슴이 뛴다. 어떻게 나같은 인간이 누군가를 이토록 좋아하고 원할 수 있는건지 신기할 뿐이다. 난 진정한 사랑 이런 거 불가능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평생 안들 줄 알았는데...

  지금 내 소원은 오직 하나, 매일 매일 오빠를 보는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이뤄질 소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일본 여행에 다녀와서부터 몸이 여기저기 아프더니만 결국 담에 또 걸렸다. 내 친구는 담에 걸렸다 표현 안하고 담 들었다고 말하던데. 그렇게 말하는건가?
시름시름 앓기를 며칠, 장염 증세가 며칠 지속, 귀에 염증, 결막염을 거쳐 '담'에 코감기까지 단단히 들어버렸는데 거기에 목소리까지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에헤라.

저번주는 정말 악목같은 일주일 이었다. 내 생애 그렇게 일주일이 길어보긴 처음이었다.
내 생애 가장 길었던 일주일이여. 으흑.
화요일에 회사에 대형사건 하나가 뻥~! 하고 터져서 그 이후로는 수습하느라 반 죽을 뻔 했다. 다시한번 내가 일하는 부서에 회의감이 들었달까. 내 성미에 전혀 맞지 않는 일 하는 거 정말 괴롭다. 직장인들 대부분이 회사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직장 사람들한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 1위에 인간관계가 나왔다고 하니까. 나도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친해지지 못할 사람.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 친해지면 안되는 사람. 등등 여러 인간들이 회사에 많고 그것 때문에 관두고 싶다고 골백번 생각을 했지만, 내가 관두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이 일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 솔직히 학교 다니면서도 죽어도 안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일 중 하나가 지금 하는 일이다. 졸업 후 제대로 돈도 못벌고 계약직으로 일할 땐 정규직이면 옳타쿠나 감사합니다. 하고 가려고 맘을 먹었고 여기 회사에 붙었을 최초에는 기쁜 마음이 컸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회의감이 들고 이 직무로 경력 쌓고 또 너 이 경력으로 회사 옮길래? 라로 자문해보면 오오 Never! 다. 내가 하고 있는 직무가 싫을 뿐 아니라 몸 담고 있는 직종도 싫다. 아. 싫은 것 투성이~~ 그래도 1년도 못 버티고 나오면 어디가서 버틸만큼 버텼다 말하기 쪽팔릴 뿐 아니라, 1년도 못하고 관둔 날 용서할 수 없을 듯 하여 1년은 버텨야 하지 않겠니? 라면서 버티고는 있지만..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뭔가를 계속 고대하고 있는 상태지만 저번 루쉰 책에 대해서 쓸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포기로 기울고 있다. (안돼!!! 루쉰 선생님의 말을 생각해! 희망은 미래에 속하는 것이잖아!! 라고 맘을 다잡아도 소용없다. 흑)
그렇다고 해결책이 있느냐? 관두고 나오면 니가 뭐 할 것이 있느냐? 없단 말이다. 아아아아악. 그래 일단은 1년이 되기까지의 유예기간이 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그때가 되면 또 불현듯 어떤 결심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렇다. 뭐 고민한다고 되는 일이더냐. 하루 하루 살아가고 주말 제대로 돌아와주면 되는 거 아니냐.
크크 이제까지 쓴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이거 뭐 무슨 정신병자가 쓴 것 같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이 혼잣말 하는 거 같잖아. 이거원.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책 수습하고.

다시 내가 원래 말하고자 했던 내 몸의 증상에 대해 말해보자면.
저번 담의 증상은 '오른쪽으로 고개가 안돌아간다. 오른팔이 안 올라간다. 허리를 숙일 수 없다.' 이 정도였다. 아주 대형 담이었다고 할까. 이번 담의 증상은 딱 하나 왼쪽으로 고개가 안돌아간다. 이거 였다. 저번 담에 비한다면 아주 약한 증상이었는데 사람이 목이 제대로 안 돌아가는 거 단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오랜만에 우리동네 단골 한의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이렇게 날씨 좋은 주말에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신다. "아.. 저기.. 목이 아파서."라고 말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단번에 "여기랑 여기 아니세요?" 라고 딱 집는데 이런 족집게 같으니라고. 정확하게 그 부분이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부항을 한 4개 뜨고, 침은 한 8방 맞고 찜질까지 마무리 짓는데.. 나이 26에 부항이나 뜨고 누워있고 내 신세가 좀 처량했다. 하지만 부항의 효과는 아주 탁월한 것이어서 한지 3일 밖에 안 지났는데 이젠 왼쪽으로 고개가 잘 돌아간다. 대신 부항 맞은 데 피멍이 크게 4개가 생겼지만.
난 침 맞는 건 하나도 안 두려운데 엎드린 자세로 꼼짝도 못하고 꽤 오랜 시간 있어야 하는 게 어찌나 좀이 쑤시던지.. 나중엔 머리가 지끈 거렸다. 3가지 코스 중 제일 맘에 들었던 건 역시 찜질... 잠이 솔솔 와서 결국 잠이 들었는데 깊게 잠드려는 찰나 끝났다고 일어나라고 해서 너무 아쉬웠다.
 
계산을 하기 전에 키랑 몸무게나 재볼까 하고 쟀는데 키는 그대로 몸무게는 2키로가 빠져있었다. 오.. 역시 최고의 다이어트 비법은 '일' 이로구나 하며 계산하고 나와선 잠깐 친구를 만났다.

여기서 한가지 사건.
집에와서 저번에도 등장하신 그 분과 전화를 하는데 일주일 동안에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가 어지럽다고 말했더니 그 여세를 몰아서 2키로를 더 빼라는 거다.
그 순간 거짓말 처럼 이제까지의 감정이 싸그리 사라지면서 무서운 속도로 감정 정리가 착착 진행되며 역시 안된다.로 결론이 나버렸다.
하하하하. 역시 말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말 한마디에 당신 너무하는 거 아니야? 그것도 살 빼란 말에? 이렇게 되물어도 소용없다. 내가 기대한 말은 힘들겠다. 혹은 고생이 많았구나. 라는 말이었는데 그 여세를 몰아서 2키로를 더 빼라고? 어허허허. 어이가 없었다. 이런말은 안하려고 했지만, 2키로 더 빠진 내 몸무게는 누가 살빼라고 말할만한 절대 몸무게는 아니었단 말이다.! 그 체중계에서도 분명히 저체중이랬어!! 내가 물론 키가 다른 사람보다 작긴 하지만, 아무리 본인 기준에 내가 살이 좀 있다고 한들 아니 아파서 골골대는 사람한테 살을 빼라니! 이런 당치도 않은. 난 태어나서 누구한테 살 빼라는 말을 한번도 입에 담아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내 일생동안 충격적이었던 말 베스트 3 에 들만한 아주 엄청난 말이었다. 2키로 더 빼. 아아악.(오늘 이 아아악. 이 말 참 많이도 하네;) 다시 생각해도 충격적이다.

친한 친구랑 놀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 지 벌써 한달째. 친구는 시골에 내려갔다. 우울한 마음에 친구한테 이런 저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더니 역시 내 친구 답게 이구 불쌍한 것. 이라고 해주는 거다. 아.. 눈물나게 고마운 친구. 요즘 날 불쌍히 여겨주는 건 너 밖에 없어. 엉엉. 친구 올라오면 맛있는 거 잔뜩 사주기로 결심했다.

친구오기 전에 이 만신창이 몸뚱아리가 조금의 차도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열등감 폭발

일상 2008. 3. 1. 23:31


어제는 한달동안 못보고 있었던 그 사람을 만났다. 오랜만이었다. 연락하기 어려웠을 한달동안에도 틈날 때마다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던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지만, 난 한번도 보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 사실이 그랬다. 거짓말이라도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런 질문에 거짓말로 답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진짜 보고 싶으면 보고 싶냐고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니까. 생각해보니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한테는 보고 싶다는 말을 잘도 했다. 지금 나한테 말하는 오빠처럼 나 역시도 '나도 보고싶다.' 라는 말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2005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그리고 2005년부터 한번도 변함없이 날 좋아해준 사람이었다. 2005년에는 내가 누굴 진짜로 좋아해본 적이 없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거절당하는 것이 얼마나 지치고 힘든 일인지 전혀 상상조차 못하는 그런 뭣 모르는 사람에 불과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잔인하게 거절을 하고, 다신 만나지 말자고 말했으나, 그럼 그냥 친구로라도 지내자. 는 말에 알겠다고 말하고 이제까지 제일 친한 사이로 지내오던 사람이었다. 그 사이 난 누군가를 좋아했고, 그걸 뻔히 다 보고 알고 있으면서도 한번도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고, 화 한번 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벌을 받았는지 2년 남짓한 시간동안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 사람한테 끝내 난 거절을 당했고,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건지 어느정도는 알게 되었다. 예전에 날 좋아해줬던 사람한테 했던 나의 싸가지 없는 행태에 대해서도 많이 반성을 했고, 나 따위를 좋아해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깨달은 또 한가지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식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내내 혼자 좋아해서 그런건지, 나란 인간이 원래 그런건지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에 누군가가 내가 했던 방식 그대로 날 좋아한다면 나 역시도 오 마이 갓을 외치며 도망갔을 지 모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일단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은 나한테서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거다. 의문이라는 표현은 좀 어색하다. 요즘에는 이 의문이 점점 확신으로 굳혀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보다 남자들한테 사랑받기 힘든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도 이젠 거의 확신 단계로 가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그나마 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방법은 무식하게도 그래 그렇다면 아무도 안좋아하면 되잖아. 이거였다. 실제로도 이렇게 생각을 하고나니 알고지내던 남자들한테도 미련이 없어졌고, 더이상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예전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는 듯 보였다.

감정의 문제로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여겨지는 요즘이었다. 그냥 회사에서 하루 제대로 보내면 다행이었다. 다른 건 하나도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사랑받지 못해서 괴로운 건 생각도 안날만큼 지겹고 구질구질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 달전에는 50% 이상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한 달 후에 이 사람이 돌아오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로. 어떻게 말을 할 지까지 생각해놓은 상태였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해서는 아니었다. 단지 이젠 벌써 2008년인데 2년이 넘었는데 이 상태로 받기만 하고 있는 건 너무  양심불량 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누굴 좋아할 용기도 없고 마음도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냥 날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람이랑 함께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월급을 탔다면서 저녁을 사주고 차를 마시는 데 어쩌다보니 서로 알고 있으면서도 말 안하고 있던 문제에 그 사람이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 : 내가 말하는 부분)

- 이번 년도에는 진짜 누가되었든지 사귀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
= 아. 그래?
- 이젠 정말 외로워.
= 오빤 내가 아직도 좋아?
- 응.
= 진짜 뭐 여자로서 좋고 그런거야? 아니..신기한게.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기엔 힘든 인물 아닌가..
- 내가 널 진심으로 안좋아한다면 이렇게 고민할 이유가 없지. 그냥 사귀고 아니면 말면 되니까.
= 오빠 난 요즘에 뭐 누굴 사귀고 싶고 뭐 남자 만나고 싶고 그런 생각이 아예 안든다. 그냥 다 귀찮아. 근데 오빠가 보기에도 난 앞으로 남자 만날 일이 아예 없을 것 같지?
- 그건 그래. 솔직히 말하면 너 나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다니까.
= (웃으며) 그..그런가. 근데 이제부터 나 남자 진짜 많이 사귀겠다 작정하고 남자 만나도 안될까?
- 안되지. 아니. 그게 니가 못생기고 매력이 없고 그래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니 성격에 그런 게 될 것 같냐?
= 하긴.
- 그냥 요즘에는 고민중이야. 난.. 니가 날 안좋아한다는 걸 알거든.
= (쥬스 마시다가) 컥.
- 예전에는 니가 날 하나도 안좋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이 상태로 널 사귀어도 되는걸까.. 니가 날 하나도 안 좋아하는 걸 이렇게 뻔히 알고 느끼고 있는데.
= 쥬스가 안넘어가네.
- 근데 난 요즘에는 그냥 니가 나 아닌 다른 남자라도 만나고 사귀고 그랬으면 좋겠어.
= 그..그래?
- 너 그대로 가다간 진짜로 아무도 못만나고 사귀지도 못하고 결혼도 못할 것 같거든.
= 사실.. 오빠 나.. 앞으로 결국 아무도 안좋아할 것 같고 뭐 사귀지도 않을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오빠랑 사귈까 생각을 했다. 그냥 사귀다보면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얘가 그래도 사귀다보면 날 좀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는. 근데 그렇다고 사귀고보자고 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크잖아. 그러다 헤어지면 이제 앞으로 못볼텐데.


너무 시간이 늦어서 결론을 못내고 집에 오는 길에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말은 이젠 나 아니어도 되니까 다른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라는 이 말이었다. 난 아직 26살이고 뭐 설마 앞으로 내 연애라이프가 이렇게 끝이 나겠냐고 생각도 하고 주변에 애인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별로 내 상황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뭐 사실 지금 하루가 지난 상태에서는 또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 들지만.  
어제밤에는 갑자기 내가 앞으로 정말로 아무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언제는 아무도 안 좋아하겠다고 결심했으면서 말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연애가 끝나고 내 다시는 연애 안한다. 라고 결심을 했는데 (그러면서 또 결혼은 한다고 말했음) 진짜로 난 연애를 다시는 못하고 있다.  근데 또 결심한 것 처럼 진짜 아무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별안간 두려워지고 서러웠다.

내가 결심은 했다고 말은 했지만, 연애를 한번도 안하겠다는 것도 누군가를 절대 좋아하지 않겠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다. 그냥 못하고 있는 걸 들키기 싫어서 안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안하겠다고 둘러대는 것 뿐이다. 또 '사귀다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건 나한텐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아주 오래 전에 깨달았다. 그렇다고 그냥 끝내기엔 뭔가 미련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바로 내가 그렇게 욕해마지않던 사귀기는 싫고 그렇다고 보내기는 싫은 사람 곁에다 두고 못살게 구는 행위 아닌가. 

이 모든게 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은데 문제는 자신감을 복구할 방법이 아직까지는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자신감 문제가 아니라면 너무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문젠데. 이런 건 그냥 단순한 상처가 아니고 이미 오랜시간 굳혀진 생활태도 중 하나라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답답하고 다시 또 두려워졌다.

P.S 월요일 아침 - 어제 밤 새벽 1시까지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내 친구 말로는 나만 그런게 아니랜다. 크크큭. 모두들 마찬가지란 얘기. 하하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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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의 사진을 공개하는 건 내가 내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는 줄 알면서도, 워크샵때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선 이 사진만큼 적절한 것이 없기에 공개한다.
옆에보이는 저 쭈그려 자고 있는 인물은 여러분들도 예상하셨다시피 본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런 사진이 찍혔는가. 그렇다. 난 워크샵을 갔던 금요일 밤 술에 완전히 취해서 화장실 앞에서 잤다. (왼쪽에 조금 열린 문이 화장실 문 임)
  우리회사는 그닥 큰 회사가 아니라서 숙소를 좋은 곳을 잡지 못했는데 뭐 자는 곳이야 그렇다치고 금요일날 4시간 넘게 행사가 있었던 '실내'는 말이 실내지, 사람들이 물을 바닥에 흘리니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버리는 그야말로 바깥 보다 못한 실내였다. 진짜로 발이 얼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부장님의 동물적 센스로 인해 우리팀은 워크샵 행사에 참가 안하고 주관하는 쪽으로 빠지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뮤지컬이나 난타 마임 탈춤 등 다른 사람들이 하는 초큼 민망한 행사에 다 열외로 빠질 수 있었다.

  금요일 행사가 다 끝나고  술을 마셨는데, 솔직히 말하면 난 어느자리에서고 술 못마셔서 고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감사하게도 난 우리 집안의 나름 탁월한 알콜분해효소를 타고났기 때문이다. (알콜분해효소와 함께 술을 사랑하는 마음도 타고났다. 헐)
  1차로 식당에서 팀끼리 술을 적당히 마시고 방으로 왔는데, 우리 방은 사원급만 5명이서 쓰게 되어 있어서 그나마 맘이 편했고, 또 다들 나랑 친한 선배들이랑 방을 같이 쓰게 되서 난 매우 만족하면서, '우리 다른 방에서 안부르면 그냥 나가지 말고 씻고 윤도현의 러브레터나 보다가 잠들어요. 호호호!!!' 하고 짝짜쿵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왠걸. 우리 팀 최고 주당인 대리님께서 바로 전화를 하셔선 당장 내려오라고 하시는 거다.(대리급들 방은 밑에 층 이었음) 거깃다 그 대리님은 대학 선배이기 까지. 이미 1차에서 나를 '자기~~ ' 라고 부르시며 옆에 끼고 연거푸 쏘맥을 들이키라고 강요하셨던 대리님이셨다. 아아. 맞다. 예전에 '난 니가 탐나' 비법을 알려주신 대리님이라고 말하면 편하겠구나. 워낙 대리님 성격이 호탕하고 웃기기까지 하셔서 내가 좀 따르는 분이라.. 안내려가기도 뭐했다.
  이미 1차에서 그 대리님이 쏘맥을 직접 제조해서 주시며 원샷 원샷을 외치셨고, 내가 좀 끊어 마시니까 "식도를 열고! 한번에 원샷!" 라고 뭐라 하신 상태였고, 내려가서도 날 옆에다 앉히고 컵 없으니까 아쉬운대로 커피잔에라도 마시라면서 손잡이 달린 커피잔에 계속 쏘맥을 주시는거다.

  난 순수하게 술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술자리는 별로 즐기질 않아서 대학 내내 쏘맥을 마셔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내 주변도 쏘맥 마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솔직히 말하면 쏘맥은 소주와 맥주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진짜로.
  또한 이제까지 10명이상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남자가 없었던 적도 한번도 없었다. 친구들이랑 마실때 많아야 3명이지 여자 10명이서 미친듯 술을 마시는 시츄에이션은 평소 때 만들기 힘든 시츄에이션 아닌가.
 도저히 못 마시겠다고 도망도 가봤지만 결국엔 발을 잡고 질질 끌려와서 술을 마셨는데 심지어 내가 옷장안에 숨으려고 까지 했댄다.(본인은 기억 안남) 그때 난 이미 적어도 소주 2병 맥주 3병 이상을 섞어마신 상태였다.
이 다음부터 필름이 끊긴 것 같은데, 지금 상태에서 기억나는 상황을 말하자면.

  더 이상 못 마시겠다고 아예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옴 - 술을 깨야겠다고 생각하고 야외 주차장을 두바퀴 걸음 - 그래도 술이 안 깨서 로비에 있는 쇼파에 앉으려다 강하게 엉덩방아 - 전화함 - 전화 내용 기억 안남 - 전화하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 방으로 돌아감 - 어쩌다 화장실 앞에서 자게 되었는지 기억 안남 - 화장실에다 두차례 토함 - 지쳐 잠듬.

  일단 취중에도 내 방을 제대로 찾아간건 칭찬해줄만 하다. 취한 기분에 다시 그 술판이 벌어지는 방으로 들어갔음 진짜 큰일날 뻔 했지. 그 술판은 새벽 4시경 끝났다는데 4시에 돌아와보니 내가 위에 보이는 사진 처럼 화장실 앞에서 자고 있었다는 거다. 더욱 충격적인 건 내가 토하느라고 입과 머리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있고 나머지 목부터는 방바닥에 있었다는 건데, 다행이다. 그 사진은 안 찍혔다. ;; 근데 이 사진을 찍은 분들 진짜 야속한 게 날 아침까지 저 상태로 내버려 두었다는 것이다. 자기들은 방안에서 이불 덮고 자고 나는 화장실 앞에서 자다가 너무 추워서 아침에 깼다. 흑. 내가 도대체 왜 나를 그대로 두신 거냐고 뭐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웃겨서' 였다. 아니 웃겨서라니!!!!!!!

  토요일에 일어나서도 나는 속이 미식거려서 밥 한 술 못먹었는데, 토요일에 저 진짜 미칠 것 같다고 말했더니만 어제 뛰쳐나갈 때 '겉보기에는' 지극히 정상이었댄다. 절대 정상이 아니었는데. 또 하나의 실수는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토를 했다는 건데 이것 때문에 같이 마신 사람들이 다 내가 '술 엄청 마시고도 멀쩡한 애' 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뭐 술병이 나고, 쏘맥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진 것과 나중에 또 술을 엄청 마실 가능성이 높아진 것 이걸 다 제쳐두고라도 사실 진짜 큰일은 따로 있다. 위에서 강조한 것으로 예상하셨겠지만, 저 전화가 문제다. 왜 전화를 그 오빠한테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도대체 왜 예전에 사귀던 사람한테도 안하고, 죽도록 좋아했던 사람한테도 안하던 짓을 도대체 왜 한 건지!!!! 여기서 말한 그 오빠는 힘든 일 있음 매일 상담해준다는 그 오빠인데. 토요일 아침에 밥을 못 먹겠어서 충주호 주변을 혼자 산책하다가 불현듯 내가 어제 전화한 게 꿈이었나 아니었나 긴가 민가 해서 전화목록을 봤더니 떡하니 그 분 이름 세글자와 함께 새벽 1시 58분 이 찍혀 있는 거 아닌가. 거기에 전화도 짧게 한 것도 아니고 14분 09초 씩이나.

  토요일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걸 어떻게 하나 하다가 '그래 그냥 아예 기억 안나는 척 하는거야!' 라고 마음을 굳힌지 5분도 안되서 결국 궁금한 마음에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한거냐고 전화로 물어봤는데, 한동안은 얘기를 안해주다가 저번주 금요일에서야 그 답을 들었다. 일단 그 당시 나는 4개의 문장을 무한 반복했고. (무려 14분 동안이나) 막판에는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하다가 끊었다는데, 그 말을 그 분에게 들으면서 얼굴이 어찌나 화끈 거리든지.
  거기에 한 편으로는 그 분이 무슨 말을 듣고 싶어하는 지 뻔히 아는데 취중에서까지 미안하단말만 되풀이 한 것 때문에 미안해져버렸다. (헉. 미안한게 또 미안해져버렸네) 하긴, 미안하단 말 듣는게 얼마나 짜증나는 건지 아는 나는 맨정신에선 미안하단 말을 한 번도 안했지.
 
  웃기는 건 이정도 했음 좀 쪽팔리고 어색해질만도 한데 결국 또 그 분과는 예전 그 상태로 그대로 돌아왔다는 거다. 역시 우리 둘이 그 분이 원하는 대로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장애물은 너무 편해서인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 분과 이제 약 7주간은 연락을 못하게 되었다. 7주동안 있어보면 결판이 날 지도 모르겠다. 허전할 수도 있고,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고.


경품과 중대결심

일상 2007. 12. 14. 15:39
어제 모 협회에서 주관하는 연말행사에 갔다. 협회이니만큼 여러 회사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보면서 참 중년이 되도록 회사에서 버티려면 장난아니었겠다 싶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5개월 남짓한 나에게는 존경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잘 모르지만.

거기서 그냥 마지막 행사로, 재미삼아 경품 추첨 행사를 했다. 참가한 회사들이 협찬한 경품을 주는 거였는데, 원래 경품 같은 거 응모하면 1등은 못해도 3등 4등 정도는 잘 되는 편이라 나도 한 개는 되겠거니 하고 있었다.
내가 눈독들이고 있었던 건 리바이스 청바지랑 가습기랑 건강검진상품권, 글로코사민이었다.
내 번호는 38번이었는데. 오오 38광땡 이러면서 행운의 번호다. 하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화투는 태어나서 한번도 못쳐봤으면서 이런 건 또 알고 있어서.

상품소개를 마치고 사회자는 38번! 을 외쳤다. 오오오.
아저씨들이 엄청 부러워한다.

내 상품은 벤츠 산 사람들한테 주는, 메르세데츠 벤츠 무뉘가 어지러이 찍혀 있는 골프용 가방, 골프 장갑, 골프용 우산, (골프용인지 뭔지 모를) 카드지갑 이었다. '이걸 어디에 쓰라고!' 라면서도 공짜라 받아서 가져왔다. (소시민이라 주변에 골프치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음) 골프용 가방은 다행히 골프채 넣는 가방은 아닌데 너무 커서 어디에 쓰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옆에 있는 주머니에 캐리어가방처럼 끌 수 있는 장치를 폈다 접었다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밑에 바퀴도 있고. 흐흐. 이건 여행을 위한 하늘의 선물??;; 벤츠 당첨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크큭. 벤츠경품은 있지도 않았지만...;;
골프장갑은 운전할 때 끼면 좋다고 하니까 고모드리고 골프우산은 큰 우산 좋아하는 아버지를 드리기로 했다. 캐리어가방 없어서 하나 사려고 했는데 잘됐지 뭐.
청바지가 안된 게 못내 아쉬웠지만 어차피 사이즈가 안 맞는 거였고, 가치로 따지면 내 것이 더 비싼거라고 하니 그냥 참아야지.

돌아오는 길에는 나의 중대 결심에 대해 말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사실은 요즘 정말 큰 고민 한가지와 두번째 큰 고민 한가지가 생겼다.
저번 블로그에도 몇 번 등장한 오빠가 한 명 있는데, 내가 23살때부터 어찌되었든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근데 내 감정은 음.. 농담이 아니라 그냥 고등학교 친한 친구만큼 편하다. 이게 끝.
한 번은 오빠는 내가 왜 좋은데.
물어봤더니 그냥 너랑 있으면 제일 재밌어. 이렇게 말을 했다.
재밌어. 재밌다. 재밌어. 흠.. 그래 아주 솔직한 대답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재밌어. 음..

입사초기가 힘든 시기인만큼 내가 이 오빠에게 전화하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데, 어제도 역시 요즘 정말 큰 고민 한가지와 그에 대한 내 결단을 대해 말을 했다.
왠지 예감이 좋으니 잘해보랜다.
아아. 이제서야 좀 안정이 된다.
전화를 끊고 전철안에서 졸리는 가운데 든 생각이, 언제부턴가 내가 뭘 결심하거나 하려고 하면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고 그 오빠에게 물어보게 되고 그 오빠는 하면 괜찮겠다. 안하는 게 낫다. 말을 해주고 난 거의 100% 그 말에 따르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내 행동은 그 오빠가 생각하는 범위에서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데, 처음에는 설마 설마 하다가 한 2년 지나고보니 정말로 다 그 오빠 말대로 되어버린 경우가 99.9% 인거지.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춰?
물어봤더니 난 예상보다 굉장히 단순하고 행동을 예측하기 쉬운 애 랜다. ;; 흠.
난 내가 굉장히 복잡미묘한 존재인 줄 알았는데.
어찌되었든 2년간 나에 대해 어느정도 연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어느새 그 오빠에게 의지하고 있고 있었다. 그렇다고 사귀고 싶냐?
오오. 이기적이게도 또 그건 아니다. 이거다. 정말로 고등학교 친구 같다니까.
근데 만약에 그 오빠가 갑자기 내 곁에서 휙 하고 사라진다면?
오오. 난 누구한테 조언을 구하나. 이런거다.

요즘 나의 두번째 고민은 바로 이거다. 이것도 사랑의 다른 모습인걸까? 만약에 그렇다면 사귀어볼까. 하는 것.
내년에는 그냥 자기랑 연애를 하자는데. 그럴때마다.
왜이래 또. 우울해?
라고 말을 하는데. 아악. 사실 우울한 건 나다.
이러다 실컷 사귀어놓고 헤어지면 어떡해?
으으. 모르겠다. 정말로.

참고로 내친구는 그냥 만나보랜다. 하긴 2년 넘게 이렇게 잘해주기도 힘들지.;
흠. 열정보다 강한 건 순정이라던데, 나 사실 말은 이렇게 고민중이라고 해도 80% 정도는 넘어간 거 같다.
근데 문제는 내년에 이 오빠가 취직해서 내려가면 거의 못 볼거라는거지.

아.. 난 왜이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