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휴가 마지막 날에는 혼자 예술의 전당에 가서 오르세미술관전을 봤다. 평일이라서 사람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평일인데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운이 좋게 큐레이터가 설명해주는 시간에 맞춰 도착하여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볼 수 있었다. 미술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설명이었다. 고흐가 굉장히 인텔리전트 했다는 얘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혼자 미술관 간 건 처음이었는데 혼자 가는 묘미가 있었다. 그림을 더 열심히 볼 수도 있고 생각도 좀 할 수 있고. 다음에도 또 혼자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버스에서 내려서 예술의 전당으로 걸어가는데 외제차가 빨리 지나가라고 열라게 빵빵거려 완전히 잡쳤던 기분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번 여름을 돌이켜보면 비만 온 것 같다. 내가 간 날도 역시 비가 오다말다 하는 날씨였는데 반바지에 낮은 웨지힐을 신고 갔는데 그조차도 너무 허리에 무리가 가고 아팠다.
가장 좋았던 그림은 역시 저 위에 포스터에도 나온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였다. 대부분이 저 그림 보러 온 거 아니었을까? 그 그림 앞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옛날에 가로등도 없던 시절에 밤 풍경을 그리기 위하여 고흐는 밀집모자에 촛농으로 초를 고정해놓고 떨어지는 촛농을 맞으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또 고흐는 찢어지게 가난한 와중에서도 물감만은 최고급으로 사용했는데,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 화려한 색감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이라고 큐레이터가 설명해줬다.
고흐 그림에 이끌려서 간 전시회지만 밀레와 드가의 그림도 참 예뻤다.
미술에 대해 쥐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 괜히 유식해진 기분도 들고 내가 점점 외로운 게 어떤 느낌인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우울하기도 했다. 배고파서 9200번 버스안에서 소세지를 먹으면서 DMB 로 기아타이거즈 야구를 보면서 한밤중에 집에 도착했고, 그 다음날 아무 사건도 없었던 휴가를 마무리 짓고 출근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