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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22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 2

  나이를 먹어가면서 죽도록 슬픈 기분이 되는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내가 나이를 헛되게 먹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물론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난 아직도 미성숙하고,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지만 10년 전의 나, 5년 전의 나를 생각하면 정말 괄목할 정도로 인격적으로 성장을 했다. 

  어떤 사람이 질색하는 타인의 성격이 사실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 어두운 마음의 한 부분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그런 경험을 꽤나 자주 하는 탓에 (특히 회사에서) 한번씩 깜짝 깜짝 놀라고 후회하고 그런다.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건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직 회사 내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데, 첫 직장의 후배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대단한 아이였던가를 생각하며 그리워져서 이렇게 일기를 남긴다.

  하루종일 팀 사람들이 각자 본인들의 화풀이와 짜증을 계속 내뿜는 바람에 나는 오늘 완전히 지쳤다. 회사 동료는 동료일 뿐 본인 짜증을 받아줘야 하는 사람은 아닌데, 나도 가끔 우리 팀원들도 그런 실수를 범하곤 한다. 첫 회사의 위에 말한 후배는 동료 이상으로 친한 사람이었다. 회사 동료가 진짜 이미지로만 필요에 의해 친한 친구인 척 했는지, 정말 친구였는지 알 수 있는 건 그 회사를 관두고 난 후에도 가끔 보느냐 안보느냐로 판가름 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가끔 보는 그 후배를 가끔 볼 때마다 맛있는 걸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첫 직장 관두고 회사를 두군데나 옮기고 지금 직장에 있다보니, 이제 어느 정도는 알겠다. 첫 직장의 후배는 평생이 가도 만나기 힘든 좋은 직장동료이자 친구이자 후배였다는 것을.

  타산지석이라고 우리 팀의 그런 지켜보는 사람 마음 불편하게 하는 걸 볼 때마다 난 저러지 말아야지 결심을 하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내가 요즘 들어 제일 우울한 기분이 되는 때는 내가 진짜 싫어하는 어떤 짓을 내가 똑같이 저질렀을 때다. 

  직장 생활이 사람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고 갉아먹고는 하지만,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데 일면 기여를 하고 있는 건 맞는 거 같다. 

  9월 내내 우울했고 그중 10일은 독일과 체코에 다녀오는 바람에 블로그에 글을 하나도 못썼다.

  이번 독일 체코 여행은 저번 영국 여행보다 훨씬 수월했다. 두번째 인데다 거기 사는 친척이 차도 태워주고 안내도 다 해줬으니 당연한 것이리라. 이번에도 사진은 많이 못 남겼고, 아마 귀찮아서 이 블로그에 여행기는 저번 영국과 마찬가지로 못 쓸 거 같다. 

  다녀와서 거실에서 돌리는 싸이클을 하나 샀다. 집에 가면 시각이 너무 늦고, 어둡기도 해서 나가서 걷기 운동을 할 수 없어서 하나 샀는데 산지 3일 밖에 안되서 아직까지는 열심히 굴린다. 언제까지 이 열의가 이어질지 장담 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는 열심히 해볼 작정이다. 

   영국이랑, 독일 체코 여행은 베스트 컷 하나씩만 뽑아서 짧게라도 정리를 해봐야겠다. 아무도 기대 안하겠지만. 이렇게라도 기억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