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4.21 노력하는 4월 근황 2

노력하는 4월 근황

일상 2014. 4. 21. 00:10

  한동안 내색은 안했지만, 집이 지옥같이 느껴졌다. 회사에서도 이런 기분을 내색안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조금 회복이 된 상태지만... 그래도 쉽지 않다. 가해자들은 자기가 한 행동은 생각도 안하고 피해자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행동해주길 바란다. 회사에서도 친구사이에서도 사귀는 사이에서도 가족끼리도 여지없이 그렇다. 하지만, 그건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가해자들이 예전처럼 돌아가길 원하는 건, 피해자에게 미안해서 죄책감 때문에 그러는 거 절대 아니다. 그냥 자기들이 불편하니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예전처럼 돌아가길 원하는 거겠지.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방면에서 나의 기억력은 쓸데없이 좋다.

  잘못을 안하는 사람이 제일 좋은 사람이겠지만, 잘못한 후 사과를 하는 사람도 꽤 훌륭한 사람이다. 사과하는 데에도 누군가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거 만큼 큰 용기가 필요하니까. 생각해보면 나도 사과에 박했다. 앞으로는 내가 잘못한 거 같으면 지체없이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은 날씨가 이렇게 좋은 부활절인데 집에서 혼자 TV 나 봐야 하는가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친한 언니한테 연락이 와서 좋았다. 친한 사람과의 대화는 항상 날 즐겁게 한다. 아무렇지 않게는 당장 생활이 안되겠지만, 그래도 상당부분 회복을 한 거 같다. 그러니 이렇게 일기도 쓸 수 있고.

 

지금 부터는 요즘 있었던 작은 사건과 생각들.

 

1. 다시 대학시절로?

  학원에서 종종 대학생들을 본다. 직장인인지 학생인지 판단하는 나만의 기준은 필통의 유무다. 필통이 좀 지저분 하고, 오래 쓴 티가 나면 아직 학생. 필통도 없이 볼펜만 가져오면 직장인이다. 어제 내 옆에는 디즈니 캐릭터 모양의 엄청 큰 필통을 갖고 다니는 20살 짜리 여자애가 앉았다. 같은 테이블의 직장인들은 저마다 부럽다고 난리였다. 나 같은 경우는 절대 다시는 대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공부하기도 싫고, 다시 그 촌스럽고, 가난했고 간단한 것 조차 몰라서 가끔 추해지기 까지 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난 그냥 내가 번 돈 내가 쓰는 지금이 훨씬 좋다. 학원에서 내가 대학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금요일 밤에는 아무도 회사에 없어서 야근하기 오히려 좋다고 하니, 사람들이 나를 무슨 워커홀릭 취급했는데, 전혀 아닌 건 뭐 나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알겠지.

 

2. 사당, 시청

   우리회사는 운전이 필수인데, 이제 점점 운전해서 외근 갈 일이 많아 지고 있다. 내가 하는 운전은 반쪽자리 운전이었다. 서울 시내는 전혀 운전을 하지 않고, 고속도로 아니면 거의 운전을 안했으니까. 하지만 역시 사람은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나보다. 사당에 갔을 때는 주차장 찾느라 무지 고생했지만 (사당 다 가서 내가 가려는 주차장을 못 찾아서 사당 골목 주택가를 한 20분 헤맸다), 그거 말고는 크게 어려운 거 없었고, 서울 시청 갔을 때에는 버스들 사이에 끼고,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꽉 막힌 길에서 고생 좀 했지만, 앞으로는 서울 외근 가라면 며칠 전 부터 걱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3. 독일행 티켓

  한동안 우울감이 극도로 심해져서 자꾸만 나쁜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마음의 병이 생길 것 같아, 뭔가 계기가 필요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울감이 돈을 쓰면 해결되는 걸 보면 내 증세는 생각보다 심각한 게 아닌 모양이다. 8월 마지막 주에 독일가는 직항 티켓을 싸게 예매한 뒤로 -100 까지 떨어졌던 기분이 -30 까지는 올라왔다. 여행을 혼자가면 내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아무리 멋져도 그 기분을 표현할 사람이 없어서 참 우울하고 심심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또 혼자가게 됐다.

 

4. 회사 야유회

  난 단체로 뭘 하는 건 뭐든지 싫어한다. 정말 뭐든지 싫어하는 거 같다. 나랑 친한 사람들은 왜 야유회 같은 거 가냐고 짜증내는 반응이었고, 회사 내에서 나랑 안친한 사람들은 좀 신난 반응이었다. 바람이 너무 불어 추웠고, 나는 하필 딱딱 맞던 주기가 이번달에 어긋나서 생리 중에 야외활동을 하느라 죽을 맛이었다. 뭐 그래도 덕분에 나는 자전거는 잠깐 타고 다른 직원들은 자전거만 한 4시간 탔다. (오 주여 자전거만 4시간이라니요.) 하지만, 야유회 덕분에 운동하는 젊은 남자를 꽤 오랜만에 봐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말 하니 변태 된 거 같지만, 대학 시절 이후로 처음 본 거 같다. 축구 열심히 하는 남자는. 흐믓했다. 

 

5. 백인들

  현재 시대 사람들이 추구하는 미적 기준은 여자도 백인, 남자도 백인인 거 같다. 학원 다니면서 처음으로 백인들 얼굴을 가까이서 보게 됐는데 (영국 여행가서는 사람들 얼굴 가까이 볼 일이 없었다) 눈이 너무 너무 크다. 가까이서 보면 가끔 이게 사람 눈이 맞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이 크다보니, 이 사람들은 내가 보는 것 보다 더 많은 게 보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걔네들한테 진짜 부러운 건 몸의 비율이다. 하나 같이 얼굴은 무지 작고 팔다리는 길고. 뭔가 동양인이 넘을 수 없는 인종적 한계 같은 게 느껴져서 슬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적 몸매와 얼굴은 노력한다고, 다 뜯어고친다고 될 게 아닌 거 같다. 앞트임 뒷트임 위아래 트임 다 해도 우리 학원 선생님 눈의 반만큼도 커질 수 없을 것 같다. 비율이야 말해 뭐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