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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시작

일상 2013. 3. 3. 23:27

새해를 시작하는 기분은 1월보다는 3월에 더 강한 것 같다. 난 3월만 되면 맨처음 대학 왔을 때가 떠오른다. 인천의 겨울은 어찌나 추웠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전라도에서 와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전라도에서 겨울을 보낼 땐 오리털을 입지 않았다. 지금은 오리털파카만 4개. 그 오리털 4개만 입으면서 겨울을 보내는 실정이다. 내 겨울 옷장을 보면서 내가 의외로 옷이 많단 걸 깨닫는다. 뭘 이렇게 사서 모았지. 오리털만 4개라니..  

근데도 딱 요즘 입는 얇은 모직코트 같은 걸 사고 싶어졌다. 

한가한 일요일이라 진지하게 2월 지출결산을 해 보았다. 엄청난 지출을 했다. 2월에는 아빠 잠바도 사드리고 엄마 코트도 사드렸다. 뿌듯했다. 부모님께 돈을 쓸 때 내가 이러려고 돈을 벌고 있구나 싶다. 딱히 크게 수입이 없는 우리 엄마 아빠. 내가 시집가면 누가 돈을 드리려나.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된다. 

내가 시집가서도 엄마아빠께 돈 드리고 그러려면 나도 당연히 계속 돈을 벌어야 할 것이고, 남편될 사람도 경제적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고. 크크크 (한명도 제대로 못만나고 있으면서 이딴소리 해서 뭐하나) 

매년 3월 1일은 친할아버지 기일이라 안산 큰아빠댁으로 간다. 우리 친가 쪽은 서로 소원해서 일년에 딱 두번 만난다. 할아버지 기일과 할머니 기일. 할아버지 기일은 안산에서 해서 매년 가는데, 할머니 기일은 대전이라 거의 안간다. 

내 나이가 서른 한살이라는 소식을 듣고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직장인 티가 난다고 했다. 좀 슬펐다. 어디 가면 아직 학생같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그래도 난 내가 충분히 어려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살기로 했다.  

안산에서 바로 친구를 만나러 삼성역으로 갔다. 날이 갈수록 코엑스에 가도 재미가 없다. 맛있는 곳도 없고... 옷이나 신발 같은 거 구경해도 별로. 친구네 집이 워낙 우리집이랑 멀어서 중간을 정하느라고 삼성에서 만난건데 다음에는 삼성역 안가야겠다. 카페도 몇 개 없는데다가 자리도 부족하고 지저분하고.

난 강북 스타일인가. 그냥 서울서는 종로 쪽이 제일 좋더라. 물론 서울보다 인천이 더 좋고. 흐흐흐. 

친구의 직장생활에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온 것 같았다. 많이 우울한 것 같았다. 난 첫직장 오래다니는 사람들 보면 신기하고 존경스럽고 그렇다. 난 첫직장은 그만둘 수 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난 애초에 별로 가고 싶었던 회사에 간 것도 아니었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런 상태로 2년 9개월을 다녔으니 오래 버텼다. 이름난 직장에서 많은 월급을 받는 친구도 직장생활은 힘들고 싫은 모양이다. 어딜 가나 다 그런 건가. 

지금 그룹연수 들어간 동생은 인생 최고 의기양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가고 싶은 회사에 가고 싶은 부서에 행복하고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나야 큰 회사도 못다녀봤고, 원하는 직장에 다녀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직장은 항상 내 생각같지 않다는 거. 동생의 기대가 너무 큰 것 같아서 걱정될 지경이다. 

어제는 부모님이랑 동생이 성남 가서 원룸을 계약하고 오셨다. 목돈이 없기 때문에 옵션 없는 월세 싼 방으로 잘 계약 했다는데 다음주 다다음주 토요일에는 거기 가서 청소하고 필요한 거 사기로 했다. 내가 돈을 좀 빌려줘야 할 거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냉장고나 세탁기 둘 중 하나를 사줄까... 원룸이긴 하지만 그거 청소하고 옮길 생각하니까 끔찍하다. 그냥 청소 업체 쓰자고 했는데 엄마가 방 한칸인데 무슨 업체 쓰냐고 단칼에 거절했다.

우리 엄마는 동생이 이제 엄마 품을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안 좋은 모양이다. 첫 직장인데 혼자 원룸서 먹고 자고 할 동생 생각하니 불쌍하긴 한데, 남자일수록 혼자 살면서 집안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제 파마를 했다. 아 머리도 단발로 잘랐다. 동네 미용실에 갔는데 그 미용실 위치도 안좋은데 사람이 끊임없이 왔다. 나도 한 30분 기다렸다. 거기서 한 파마 3번 했는데 일단 가격경쟁력이 최고다. 솔직히 이름난 미용실에서 15만원 주고 파마도 해봤지만 다른 점이 단 하나도 없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싸서 영양도 넣어달라고 했다. 

앞머리 없이 일년정도 산 것 같은데 어렵게 길렀던 앞머리를 그냥 다시 싹둑 잘랐다. 밤에 머리를 감기 때문에 앞머리가 있어도 제대로 간수를 못할 것 같은데 고민 중이다. 앞머리만 아침에 감아야 하나.

오늘은 어제 파마 해서 머리를 못 감았다. 안그래도 머리에 기름이 많이 끼는 편인데 감지도 못하니까 간지러워 죽을 것 같다. 항상 파마하고 나서 이 고비를 못 넘겨서 다음날 밤에 머리를 감아버렸는데 이번에는 오래 버텼다. 

이번 연휴가 끝나면 당분간 연휴가 없고 휴일도 없고. 

원래는 이번 연휴 때 올 추석 연휴 때 어디를 갈 것인지 결정하려고 했는데 결정 못했다. 그냥 어렴풋이 유럽가야지. 하고는 있는데 이러다가 티켓 못구하고 표 있는데 가게 될 것 같다. 

회사 사람들이 다들 예민한 것 같다.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답답하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싶고...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난 여기 아니었으면 분명 한달에 130만원 남짓한 돈 받으면서 죽도록 고생하고 있었을 것 같다. 또 돈 못벌었으면 저번 처럼 엄마아빠께 선물도 못 사드렸을 거다. 불평 그만하고 제발 다음 주에 별일이 없길 바라면서, 또 이렇게 일기에 우울한 맘을 토로하면서 이번 주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