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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15 "바스터즈-거친녀석들" 의 여자 캐릭터들 2

  잔인할까봐 피해오던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중 큰 용기를 내서 바스터즈 를 본 후로는 그를 좋아하게 됐다. 킬빌은 여전히 엄두가 안나고, 장고는 언제 시간내서 보려고 한다. 바스터즈는 정말 재밌고, 유쾌하고 잘 만든 영화였다. 마지막 그 재기 발랄함이란!

  바스터즈는 각 등장인물 별로 이야기가 구성되는데, 최고는 역시 첫번째 이야기다. 한스 대령이 유태인을 숨겨준다는 소문을 듣고 프랑스 농부의 집으로 찾아와서 이어지는 대화. 결국 유태인이 있는 곳을 알려주며 눈물을 흘리는 농부 그리고 유태인을 향한 나치들의 무자비한 총격. 간신히 살아남은 쇼사나가 울면서 도망치는 모습까지 정말 흠잡을 게 하나도 없었다. 헉 하고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고, 그 짧고 강렬한 이야기에 이미 마음을 빼았겼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니 쿠엔틴 타란티노는 여자를 존중할 줄 아는 남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치에게 마지막 심판을 내리는 사람도 쇼사나 이고, 스파이 역할을 하는 독일 여자 배우도 남자 캐릭터의 보조 같은 느낌은 전혀 없다. 생각해보니 킬빌에서도 주인공은 여자다. 물론 그 영화는 못봤지만.

  여성 캐릭터가 영혼없이 남자를 위해 존재하며 쓸데없는 노출을 하는 역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극 전체에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 멋졌다. 

  또 한가지, 극 중에서 독일 사람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실제 독일어를 쓰도록 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황제 같은 영화에서는 중국 황제 이야기 인데도 중국 황제인 푸이가 영어로 대사를 한다. 게이샤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배경이 교토인데 죄다 영어로 말해. 이 무슨 병신 같은 경우란 말인가. 항상 그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서양놈들은 아주 기본적 상식조차 없는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스터즈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 보면 참 이게 당연한건데도 말이다.

  킹스맨을 재밌게 봤지만, 킹스맨을 보고 나니 더욱더 타란티노가 멋진 아저씨다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구해만 주신다면 뒤로 하게 해드리죠." 라고 말하는 스위스 공주와, 마지막에 스크린에 뜨는 섹시한 여자 엉덩이를 보며 웃긴 한편으론, 이 영화는 타란티노 영화에 비하면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걸로 두 영화를 비교하자면 좀 웃기지만, 여자인 나는 쿠엔틴 타란티노 아저씨 영화를 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