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틈틈이 8월 휴가와 연휴 때 사진을 정리하려고 한다. 외국을 나갈 돈도 없고, 또 국내여행을 하자니 이미 숙박업소 예약도 다 끝나서 갈 수 없었다. 결국 망설이다가 제대로 된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나는 서울 나들이를 혼자 가기로 했다.

서울 나들이를 위해서 구입한 책

책을 사서 도쿄나 오사카 여행 갔을 때 만큼 하루 동선을 다 계획해 놨는데 날씨도 안좋고 다리도 아파서 하나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일본의 성들을 구경하면서 느꼈던 일말의 죄책감을 만회하기 위하여 난 경복궁으로 향했다.

외국인들이 많았던 경복궁

화려한 색깔

어두컴컴한 날씨

처마의 서유기 등장인물들.


매일 가지고 다니던 우산을 이날 따라 안가져와서 제대로 구경을 못했다. 거깃다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 얼마나 좁은지, 불편하기 짝이 없어서 결국 기념품을 하나 사고 쇼핑백을 얻었다.
원래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전소 했고, 원래 경복궁 자리에는 이미 청와대가 들어서서 경복궁을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일본 성과 비교하여 복원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안타까웠다. 그래도 지금도 이렇게 거대한 도시인 서울이 500년도 훨씬 전에서부터 치열하게 살아온 장소였다는 것이 멋있었다. 우리나라 서울만 봐도 이런데 정말 문명발상지나 이탈리아 같은데 가면 그런 기분이 더 들겠지? 

비가 쏟아져서 하는 수 없이 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민속박물관을 더 가고 싶었는데 거기는 못갔다. 우리나라 민속품을 보면 참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꼭 보고 싶었는데. 

조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록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어디서 봤다.

나무로 조각한 용

아까 처마에 있었던 조각들

예쁜 한복

왕비의 옷

비싼 기념품

 너무 덥기도 더웠고, 비도 쏟아지고 해서 들어간 고궁박물관. 입장료도 공짜이지만, 시원하고 고궁박물관의 전시품들도 재밌었다. 특히 재밌었던 건 근대 현대 사회 고궁 모습. 그리고 조선의 왕자들이 왕이 되기 위해 받는 교육시스템이나 왕비가 임신을 했을 때 받았던 태교에 대한 설명 등을 읽는 것이 재밌었다. 아... 지금은 재밌는데 사실 난 고등학교 때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국사였다. (그래서 국사에 대한 지식이 중학생 수준도 안됨)

습하고 짜증나는 공기를 뒤로 하고 난 책에 나온 음식점을 찾았다.

맛있었다.

조용한 서울


원래 면요리를 좋아해서 메밀로 만든 칼국수를 먹을 작정이었다. 지도를 보고 찾아간 메밀꽃 필무렵 이라는 음식점은 혼자 앉아서 먹으면 매우 난처할 것 같이 생긴 곳이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큰 좌식책상에 앉아 먹어야 하는 곳이었는데 남자 두명이 이미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망설였다. 맥도날드 스타벅스에서 혼자 먹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런 곳에서 혼자 먹자니 조금 부끄러웠거든.
하지만 그 더운 날씨에 걸어다닌 것이 아깝고, 거기 말고 다른 음식점은 비싸보여서 큰 맘먹고 들어가서 콩국수를 시켰다.
우리집은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서 먹는데 (전라도에선 누구나 다 콩국수에 설탕을 넣음) 서울 쪽은 콩국수집 가도 설탕을 안줘서 바깥 음식점에서는 콩국수를 안먹었다. 한번 설탕을 넣어서 먹었는데 같이 밥먹던 사람들이 나를 하도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해서 무안했다.
근데 저 음식점의 상 위에 설탕 한통이 떡하니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비빔국수 먹으려던 걸 취소하고 콩국수를 먹었다.
메밀가루로 직접 면을 만들어서 콩국수를 주셨는데 면이 좀 적어서 불만족 스럽다가, 국수까지 먹으니 딱 양이 알맞아서 기분이 좋아져서 나왔다. (일반 남자가 먹기엔 양이 좀 적을지도)

경복궁에서 삼청동은 걸어가도 되는 것 같았지만, 난 길을 몰랐기 때문에 그냥 전철을 타고 삼청동으로 이동. 정말 많이 더웠지만, 그냥 집에 가기에는 아쉬웠다. 관광지도를 들고 그냥 삼청동 거리를 걸었다. 정말 많은 카페와 가격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작은 옷집, 구두집 들이 많았다. 하지만 난 그냥 만구천원 폭탄세일 하는데 들어가서 구두만 하나 샀다. 그리고 그 많은 카페 중 한군데도 들어가지 않았다. 
삼청동 구경을 하다보니 조금 외로워지기도 했다. 분위기가 특이하고 사람이 많은데도 조용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다음에 또 가봐야지.
빗줄기가 너무 굵어져서 난 처마 밑에 숨어서 시청역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렸고, 그걸 타고 시청역에 가서 1호선을 타고 인천으로 복귀했다.
집에 와보니 내가 입었던 검정 나시 겨드랑이 부분이 땀 때문에 하얗게 변해있었다. 아아. 정말 더운 날이었다. (검정나시 위에 완전 얇은 가슴 파진 줄무늬 나시를 하나 덧입었는데 안 입었으면 민망할 뻔)

아직도 끝나지 않은 2008년 큐슈 여행 이야기. 두둥. 드디어 2010년까지 왔다. 설마 올해는 다 정리할 수 있겠지.

오늘은 우리 숙소가 있었던 후쿠오카에서 JR을 타고 구마모토역에서 내려 스이젠지를 가는 여정까지를 쓰겠다.
우선 일찍 일어나서 호텔 1층 식당에서 조식을 먹었다. 난 이제까지 갔던 호텔 조식들이 다들 참 괜찮았다. 센트럴호텔 후쿠오카도 괜찮은 편이었다. 든든하고. 8월 15일은 일본 오봉 휴가라 호텔에 사람이 꽤 많았다. 그렇다고 밥 먹는데 밀리고, 많이 기다려야 하는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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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는 오사카 도쿄보다 교통비가 매우 매우 저렴한 곳이다. 오사카는 간사이 패스가 요긴하게 쓰이지만 도쿄 같은 경우에는 정말 교통비가 내 여행 경비의 대부분일 정도로 부담이 무지 됐는데, 후쿠오카 버스는 엄청 싸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출발. 북큐슈 레일패스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느끼며 그 패스로 JR을 탄다. 내가 적어놓은 예전 자료를 보니 아침 9시 30분차 라고 적혀 있다. 1시간 14분 가량 달려서 후쿠오카보다 더 남쪽에 있는 구마모토에 도착.
예전에 읽은 나츠메 소세키의 "산시로" 주인공이 구마모토 출신인데, 그래도 가본 지역이라고 엄청 반가웠다. 구마모토는 기차역도 작고, 건물들도 다 아담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난 구마모토가 제일 내 취향에 맞았던 거 같다. 살기에는 도시가 좋지만, 가끔 여행가기에는 시골이 좋은 거 같은데, 또 도쿄나 오사카 같은 도시 갔을 때도 나름 재밌었다. 일본은 시골이라고 해도 교통 등에 불편함이 전혀 없어서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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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찍은 내 사진을 지금 보니, 일본 물이 나한테 안 맞는지 얼굴에는 트러블이 난데다 퉁퉁 부어 있고 눈에서는 잠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이었다.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일까. 비가와서 조금 심란했는데 가면 갈수록 비올 확률 제로에 가까운 바깥 풍경이 펼쳐져서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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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구마모토 날씨는 엄청 더웠다. 구마모토는 작은 전차로 움직였는데 보통 한국에서 에어컨을 풀로 가동을 하면, 아무리 여름이어도 난 대번에 콧물을 흘리거나 추워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디건을 꺼내 입는데 워낙 더워서 그런지 그런 느낌도 없었다.
후쿠오카 타워에 가서도 느낀 것이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안 쓰는 인력을 많이 소모 하는 것 같다. 버스 안내하는 여자의 경우도, 솔직히 버스 내 방송으로 다 대체할 수 있는 건데 사람이 서서 다 마이크로 방송하고, 후쿠오카 타워도 엘리베이터 내 방송으로 하면 될 것을 안내하는 여자가 하나하나 설명하고 엘리베이터 문 열어주고 닫아주고 다 한다. 선진국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뭐든지 세분화 하기 좋아하는 걔네들 특성 때문에 그런걸까. 모르겠다.
전차를 타고 스이젠지공원 앞 역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내리자마자 뜨거워서 죽는 줄 알았다. 난 그 더운 와중에서도 긴팔 가디건을 절대 벗지 않았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참 잘한 짓이다. 아마 긴팔 안 입고 다녔으면, 살이 다 타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햇빛을 차단해주는 기능을 해서 오히려 긴팔이 더 시원한 거 같기도 하고.
자외선이 작렬하여 걸어다니는데 힘은 들었지만 덕분에 구마모토에서 찍은 사진들은 웬만한 사진은 다 잘나왔다. 흔들린 사진도 없고, 다 또렷하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인데 난 왜 휴가가기전에 머리를 안 잘랐는지 모르겠다. 내가 살면서 머리를 제일 많이 길렀던 때가 저 때인데 항상 머리카락이 땀에 절어 있고 감고 말리는 데도 엄청 힘들었다.

8월 14일 2탄 - 유후인

일본 2009. 4. 30. 11:48

이게 또 얼마만인가. 겨울에 여행기를 쓸 때는 언제 여름이 오나 싶었는데 벌써 4월 조금만 있으면 다시 여름이 오겠다.
아주 오래전 여행기에는 긴리코 호수의 오리사진만 냅다 올렸는데 이젠 긴리코 호수에서 유후인 역까지 오면서 본 상점들을 본격적으로 소개 하려고 한다. 이번에도 사진은 엄청 많음. (어쩌면 사진이 전 여행기와 겹칠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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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자 보면 유후인은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코스! 이쁜 상점이 가득! 이런 말이 써 있었던 거 같은데 이쁜 상점이 가득! 하면 뭐하나 사고 싶은 거 다 사지도 못하는 거. 그리고 우리 둘다 오후에는 후쿠오카로 떠나기로 해서 많이 구경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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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 역에다가 자전거를 반납하고 료칸에 가서 짐을 찾아서 아침에 예약해놓았던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다시 후쿠오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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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안에서 점심 먹기로 해서 여러가지 막 먹었는데, 나중엔 배가 너무 불렀다. 저 유명하다는 롤케익은 과연 맛있었다. 쫄깃한 맛도 강하고. 위에 아메리카노는 유후인 노모리에서 파는 건데 엄청 진했다. 그런데 난 부끄럽게도 기차 안에 저걸 다 쏟아서.. ;; 닦느라 진짜 고생했다. 내 캐리어에도 커피 얼룩 다 묻고.

p.s 이게 얼마만의 포스팅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