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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5 시민디자인 아카데미 - 리빙디자인 2


학교에서 일하다보니 방학은 참 좋다. 방학동안은 1시간 일찍 업무를 끝내준다. 이번 여름 방학 때 학교 안 모 학과에서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이랑 공.짜 로 시민디자인 아카데미라는 것을 해준다기에 퇴근 후 3시간 씩 남아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어렸을 때 미술시간에 항상 용두사미를 몸소 실천했던 나 였기 에 수업이 끝나는 시간 쯤에는 급격하게 집중력이 저하되어 대충하기 일 쑤였다. 총 4개 수업이었는데 열심히 했던 건 꽃꽂이랑 북아트이다.

오아시스 (? 정확한 명칭을 모른다. 녹색 꽃 꽂는 물 먹은 스폰지 같은거) 를 잘라서 동그랗게 만들고 나눠 준 꽃을 얕게 꽂으면 된다. 처음에 오아시스를 잘못 잘라서 한개를 완전히 박살을 내고 선생님이랑 조교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동그란 오아시스를 완성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학교 다닐 때 최고로 못한 게 조각 이었는데 나의 머릿 속에는 3차원을 감지할 수 있는 세포가 전혀 없는 모양이다. 수학에서도 입체도형은 정말 못했으니까.
선생님께서 애초에 나눠준 꽃들이 색이 워낙 예뻐서 아무렇게나 꽂아도 모양이 나왔다. 흰색 수국이 참 맘에 들었는데... 내가 꽃을 고르면 저렇게 센스 있게 예쁜 조합으로 못 고를 거 같다. 그런 감각은 타고나는 면도 있는 거 같으니까.
그날 강사로 오신 선생님이 꽃을 정말 사랑하셔서 인상깊게 보았다. 왠지 엄청 행복해보였다.

 포장에 대해서 배웠는데 종이를 각 있게 접어서 깔끔하게 양면 테이프로 마무리 하는 것 까지는 잘했는데 리본은 정말 장애에 가까울 정도로 못 맸다. 강사 선생님이 하시는 걸 아무리 봐도 순서도 모르겠고 어떻게 매는지 전혀 개념이 안섰다. 내가 평소 때 스카프 목돌이 같은 거 못 매는게 괜히 그런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뭘 배우면서 저 날처럼 내가 열등생 속에 속한 적은 처음이었다. 크흑. 그에 반해 내 옆에 앉으신 분은 슥삭슥삭 하는데도 예쁜 리본이 나왔다. 부러웠다.

딱풀 잘 붙이기 신공을 발휘하여 만든 북아트 만들기 결과물들. 알고보니 딱풀을 잘 붙도록 해주는 밀대 같은 게 있었다. 진짜 맘에 들었는데 다 끝나고 챙겨온다는 걸 못 챙겨왔다. 위에 꺼는 표지에 사진도 들어가도록 만든 것이고, 아래 가오리 같이 생긴 책은 펼치면 저 크라프트지가 크게 펼쳐진다. 예쁘게 글씨 쓸 자신도 없고 뭔가를 쓴 들 누구에게 줄까 싶어서 고이 간직만 하고 있다.
북아트 가르쳐주신 강사님이 예쁘고 뭔지 모를 기품이 있는 분이라 여자인 나도 넋놓고 수업을 들었다.

나름대로 나는 천상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요리도 싫어하고 꼼꼼하게 뭔가를 하는 건 길어봤자 1시간 미만이다. 나보고 홈패션 같은 거 하라고 하면 아마 죽어도 못할 거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가정시간에 바느질 실기평가는 반 꼴찌를 맡아놓고 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런데 보이는 겉 모습은 그런거 엄청 잘하게 생겼댄다. 그런 오해가 가끔 좀 불편했지만, 마음 속 한 편에서는 내가 맘만먹으면 잘하지. 히히. 이런 자만감도 쪼끔은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