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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구분 생각

일상 2013. 10. 17. 23:20

  내가 고등학생 때 부터 대학 시절까지 우리 엄마와 친하던 어떤 분은 나에게 정품 버버리 지갑을 주셨다. 박스 포장도 뜯지 않은 가격표까지 붙어 있는 아예 새 지갑이었다. 그게 아마 내가 가진 유일한 명품인데, 그걸 명품이라고 생각하고 써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거의 10년이 되가는데도 지갑이 아직도 멀쩡하다. 아마 나이 마흔까지도 멀쩡할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평생 멀쩡할지도 몰라. 지갑 같은데 욕심 없으니까 지금 지갑이 계속 멀쩡하면 계속 써야지. 

  그 분은 나보고 예쁘다고 하지 않고 잘생겼다고 하셨다. 크크크크. 안 예쁘다는 말의 다른 말일지도. 나를 왜 그렇게 좋아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정말 총명하고 나한테 투자하면 진짜 크게 될 거라고 엄마한테 자주 말씀하시고, 또 나한테는 니가 나중에 어떤 대단한 남자랑 결혼한다고 해도 니가 무조건 아깝다고까지 해 주셨었다. 서울 모 대학에서 교수까지 하셨던 분인데, 말도 안되는 사건 때문에 불행하게 살고 계신 분이셨다. 하지만 불행한 생활 중에도 몇마디 해보면 정신이 바짝 드는 억양의 말투를 가진 분이셨다. 

   엄마가 인천으로 오셔서도, 종종 연락하고 지내던 그분이 어느날 연락이 뚝 끊겼다. 엄마는 하도 궁금하여 왜 그런것이냐 물어보셨고, 정말 의외의 대답을 들으셨다.

   그 분께서 우리 엄마에게 '신기(神氣) 있는 친한 사람이 너와 계속 가까이 지내면 신상에 안좋을 거라고 경고했기 때문에, 앞으로 연을 끊겠다'고 절교 선언을 하신 것이다. 우리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서, 언니가 그렇게 하겠다면 하는 수 없다고, 앞으로 다신 연락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일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며칠 뒤 설거지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뚝뚝 흘리셨다고 한다. 

  만약에 정말 친한 친구가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난 울면서 매달릴 것 같다. 그런 미신을 믿는 친구가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친구가 없어지는 건 애인이 없는 거보다 더 슬픈 것 같다. 

  나는 그 분의 예상과는 달리, 아주 별 볼일 없이 살고있으며, 이렇게 나이 먹어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엄마랑 연락 끊으신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어렸을 때 대단한 칭찬을 해주신 분이고 또 선물도 주신 분이니 가끔은 그래도 기억해드려야겠지. 우리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셨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