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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핸드폰의 사진들

위로 2013. 6. 16. 23:57

엊그제는 우리 엄마의 생신이었다. 우리 엄마는 참 좋은 계절에 태어나셨다. 내가 1년 중 제일 좋아하는 절기. 단오쯤 그리고 장마 오기 전.

생신선물로 나랑 동생이 돈을 모아서 핸드폰을 사드렸다. 워낙 물건을 곱게 쓰는 편이라 우리 엄마 지금 핸드폰 5년 넘었는데도 멀쩡하지만, 이제 우리 엄마도 스마트폰 쓰셔야 할 것 같아서 사드렸다. 뿌듯하다. 

틈만 나면 가고 싶은 나의 자유공원에는 꽃이 많이 피었다. 이젠 지겠지만. 

엄청 큰 장미의 산(?). 정말 예뻤다. 꽃향기도 솔솔 나고. 안젤라 라는 이름의 장미라는데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저 꽃의 아름다움이 많이 죽는구나. 정말 예뻤다. 

장미를 볼 때마다 나는 어린왕자가 생각난다. 난 어린왕자를 초등학교 3학년 때 읽었는데... 생각해보면 커서 책 10권 읽는 것보다 어렸을때 1권 정독하는게 인생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정말 일생의 밑거름이라는 말이 딱이다.

난 며칠전에 본 소설책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어렸을 때 좋아했던 어린왕자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그리스로마신화 같은 책은 당시 책의 디자인, 삽화, 글씨체, 중간 중간 있던 작은 그림 이런 거 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심지어 그때 슬펐던 책은 아직도 가끔 생각나고 울 때도 있으니깐. (특히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뽀르뚜가가 죽고 밍기뉴까지 잘라 없어졌을 때에 나는 정말 정신 없이 울었던 것 같다.) 

나이 들면서 머리도 나빠지고 기억력도 나빠지고 감성도 없어지고 그러는 것 같다. 요즘에는 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 며칠 지나면 다 잊혀지고 기억도 안난다. 

 어린왕자 때문이 아니더라도 장미는 왠지 사막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래서 선인장처럼 가시도 있는 것 같고. (전에 꽃꽂이 강사님이 원산지가 튀니지였고, 처음 장미가 유럽에 들어왔을때는 금만큼 비쌌다고 한다) 난 꽃을 좋아하는데 역시 제일 좋아하는 꽃은 식상하지만 장미. 빨간 장미 말고 다른 색깔 장미. 아래 사진 처럼 노랗거나 위에 안젤라 처럼 분홍 빛 이거나 아니면 흰색이거나. 

내려오는 길에 찍은 옛날 제1일본은행 건물. 

내가 자유공원 주변은 거의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건물은 평소 눈여겨 못봤다. 다음에 가면 자세히 봐야지.

지금은 박물관 건물로 쓰고 있는데 콘크리트 벽이 아닌 큰 돌을 다 쌓아서 지은 고급건물이다. 밤에 찍어 놓으니 꼭 외국같았다. 

우울한 월요일밤. 요즘 하고 있는 회사 일이 너무 싫어서 우울함이 두배다. 

그래도 이제 시험도 끝났고, 나는 내방에 있는 묵은 물건들고 안 입는 옷 그리고 책들을 정리하고 서랍장도 사고 TV 도 사고 화장대도 사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쉽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