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9.08 애들에게 잘해주기 4

애들에게 잘해주기

일상 2011. 9. 8. 09:17

예전 회사 다닐 때 토요일에 회사에서 하는 행사 진행 요원으로 나갈 일이 많았다. 가을 쯤 이었는데 역시 경기도 이천으로 토요일 행사를 나갔다. 나 같은 경우는 인천에서 충무로로 충무로에서 경기도 이천으로 이렇게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아침에 이동거리만 3시간 이상. 정말 죽을 맛이었지. 돌아올 때도 경기도 이천에서 충무로 충무로에서 인천 이렇게 가야 하니 또 3시간.
그 날 행사 끝나고 충무로로 왔는데 회사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가자는 거다. 뒷풀이겸 해서. 난 정말 집에 가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이 감자탕 집으로 갔다. 감자탕 집에서 별로 맛도 없는 감자탕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저쪽에 대가족이 와서 식사를 하는 게 보였다. 그 대가족 중에는 3~4살 정도 된 귀엽게 생긴 남자애도 있었는데 그 꼬마가 귀엽고 깜찍한 몸짓으로 걸어다니다가 인상 더러워 보이는 큰아버지뻘로 추정되는 아저씨의 어깨를 조금 건들였다. 근데 갑자기 그 아저씨가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 아이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정말 귀여운 아이였고, 땡깡을 쓴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냥 조용히 돌아다니다가 건든 것 뿐이었는데.
그걸 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니 고작 3살 된 애가 건들였다고 그렇게 재수없는 표정으로 저리 가라고 고함을 칠 수 있는 것인가? 근데 그 아저씨가 성격이 어느 정도로 그지같은지 몰라도 주변 사람들이 다들 한마디도 못했다. 난 그 쌍판에 물이라도 쏟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고함을 받은 아이는 작은 몸이 순간 움찔 하고 굳었다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정말 완전 서럽게. 보고 있던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걔는 오죽하랴. 그때 그 장면이 잔상 처럼 남아서 아침 출근 길에 어린이집 버스 타는 그 또래 애들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난다. 너무 놀라서 굳은 그 모습이 떠나질 않는 것이다. 내 머릿 속에는 이름도 모르는 그 남자애가 그렇게 움찔 굳은 채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꽤나 나이가 든 초등학교 2학년 쯤 되었던 때에도 난 길 가다가 아빠가 다른 사람이랑 시비가 붙는 것을 보고 가슴이 터질 것 만 같았다. 너무 무서워서 손이 덜덜 떨릴 정도 였으니까. 어렸을 때는 작고 별거 아닌 일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쁘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냥 코웃음 칠 일도 어찌나 거대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지, 내가 겪었던 여러가지 최초의 공포 경험(?) 은 아직도 가끔씩 생각나서 날 몸서리치게 한다. 
내가  별거 아닌 그 상황에서 울 뻔 했었던 것과 지금도 어린 애를 볼 때마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서 울컥 하는 것도 왠지 그 때 그 순간이 꼬마가 아무 이유없이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난 최초의 경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 것 같다. 
전에 사이버대 심리학 교수가 훈육 부분 을 가르치면서 아무리 작은 아이라고 해도 사람에게는 "영혼" 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때리는지 아닌지 다 느낀다.고 한 부분이 가끔 생각이 난다. 확실히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모든 생물 특히 사람들에게는 "생각" "느낌" "촉" "감" 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영혼을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기 마련인 것 같다. 그게 통하면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것에 상처를 주면 평생동안 못 잊게 되는 것이고 그런 거겠지.
뜬금없는 이 포스팅의 결론은 어린 애들에게는 웬만하면 잘해주자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다. 아.. 또 울컥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