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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31 약골

약골

일상 2016. 1. 31. 23:03

난 언제나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12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11시 이전에는 집에 귀가한다. 술을 심하게 마신적도 없고, 무리하여 밤을 새거나 평소 안하던 짓을 한 적도 없다. 어떤 사람이 보면 난 아마 엄청나게 지루하게 사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살게된 건 조금이라도 내가 살던 법칙을 벗어나면 어김없이 병에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내 체력은 새롭고 힘든 일에 쉽게 적응하고 원래 상태대로 단시간내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못하다.

저번 주에 힘든 일이 많았다. 전 회사에서 전혀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했고, 회사가 작아 어디에 물어볼 데도 없는 나는 회계법인과 세무서 등에 문의하며 생전 처음보는 일을 이게 맞는건가.. 하는 의구심에 해야만 했고, 결국 회계법인 담당자랑은 (내 기준에서는) 꽤 고성이 오갔다. 올해 이 업무를 잘 해서 넘기면 전보다는 능력있어지는거다.. 하고 좋게 생각하려고 하는데, 다시 한번 전 회사에서 난 허송세월 보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뭘 배운건지.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한 2주 무리해서 일하고 목요일에 힘든 게 절정이었는데 결국 금요일에 탈이 났다. 몸이 너무 좋지 않은데 생리통까지 겹쳐서 어떻게든 일찍 조퇴하려고 했는데 결국 풀로 근무하고 간신히 퇴근했다.

그리고 결국 토요일에는 열이 났다가 내렸다를 반복하며 열이 식을 땐 옷이 젖도록 땀을 흘려 옷을 몇 번이나 갈아 입었다.

이번에도 역시 평소 하던 일보다 조금 많이 했다고 결국 또 병이 난 것이다.

젊어서 제대로 못 놀아본 게 가끔 한이 될 때도 있는데, 노는 것도 다 체력이 되야 하는 것이다. 나같은 약골은 놀라고 멍석을 깔아줘도 못할 것이다. 무리해서 놀았다간 또 앓아 누울 것이 뻔하니 아마 시도도 안하겠지.

난  어렸을 때 부터 하도 많이 아파서 그런지 내 몸이 어딘가 잘못되려는 징후를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런 징후가 나타나면 부리나케 집에 와서 씻고 누워서 쉰다. 건강 염려증 환자처럼 너무 몸사리는 거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평생 강골로 산 사람들은 병에 걸려 누워 있는 게 얼마 우울하고 힘든지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아파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으면 몸이 땅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고 이 세상 우울함은 다 내 것인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다행히 주말내내 푹 쉬어서 정신과 기력을 차렸다. 내일 출근하여 회의할 생각을 하니 또 열이 나고 아픈 기분이 들지만 어쩌랴.

수요일에는 병원에 가야해서 휴가를 냈다. 그리고 그 다음주는 벌써 설연휴다. 힘을 내려고 노력해보는 수 밖에 없다. 결국 가래면 가고 오래면 와야하는 직장인 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