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부터 출근하기로 되어 있던 나는, 일을 시작하면 주말에 야구를 못보러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sk 와 kia 경기를 보러 갔다. 2년 전만 해도 kia 가 잠실에 온다고 그러면 멀어도 갔는데 이제 웬만하면 문학만 가고 싶다. 문학은 시설도 좋고 가깝고 다 좋은데, 이길 확률이 극히 적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아빠랑 가면 필패고, 혼자 가거나 동생이랑 가거나 친구랑 가면 그나마 kia 가 이긴다. 7월 31일은 동생이랑 갔고 역시 4:1 승리.
서재응 vs 엄정욱 선발 투수 경기였는데, 서재응이 잘 던졌다. 뭐 sk 라인업이 박정권도 없고 박재상도 없었지만.
과외 때문에 끝까지 못봤다. 9회말에 안영명이 무사 1,2루 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경기였더라. 끝까지 봤으면 훨씬 재미날 뻔 했다. 토요일이면 문학에서 불꽃놀이도 하는데 과외 때문에 그것도 못보고.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이겼기 때문에 다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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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학은 무조건 2층 자리에 앉아야 한다. 그래야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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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중동옷 히잡이라고 하나? 그거 쓰고 아들과 함께 야구보러 오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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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그린존. 봄 가을은 좋을지 몰라도 뜨거운 직사광선을 그대로 맞고 앉아야 하는 자리인데다 외야라 야구 잘 안보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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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더운 날씨였지만 꽤 많이 온 사람들.


이상하게 이 날 경기는 뭐 어떻게 점수가 났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최희섭이 그 큰 덩치로 무리하게 홈으로 성큼 성큼 뛰어오던 것만 기억난다. 그 점수가 좀 결정적이었지 아마.
바쁘게 가느라 치킨을 못 먹어서 조금 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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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 유니폼입은 사람이 생각보다 엄청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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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꼬마 안치홍 팬.


지금 내 유니폼은 윤석민인데, 만약 또 유니폼을 사야 한다면 나도 안치홍으로 하고 싶다. 크크크. 그런데 요즘 안치홍은 작년 처럼 가끔 홈런을 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타를 많이 치는 것도 아니고 작년보다 도루가 아주 쪼끔 늘었는데 그렇다고 뭐 도루를 많이 하는 것 같진 않고. 일단 루상에 나가면 득점은 많이 하는 거 같은데 주자가 있을 때는 안타를 전혀 안치고 있다. 난 안치홍이 꽤 스타기질이 있는 놈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견실한 수비만 보여주고 있어서 아쉽다. 물론 수비도 중요하지만, 난 수비 좀 약해도 빳따 좋은 타자가 좋은데 말이다. 흠. 그래도 2년차라 봐준다.
야구장에 가면 꼬마 혹은 엄마아빠 쫓아온 겨우 걸음마 하는 애들이 아주 많다. 걔네들이 응원하는거 보면 귀엽기도 하고 난 언제 결혼해서 자식 데리고 야구장 오나 싶다.
난 솔직히 올해 kia 4강은 끝났다고 보는 사람 중 하난데, 어제 롯데한테 kia 극적으로 이기는 덕분에 롯데랑 2경기차가 되어서 엇 4강 가는건가? 싶었는데 오늘 10대2 로 깨지고 있다. 이대호가 연속홈런 신기록 세운 건 좋은데 그 자료화면에 나갈 때마다 홈런 맞은 투수로 나올 kia 최고미남 김희걸을 생각하면 좀 불쌍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일도 kia가 대인배스럽게 이대호 10경기 연속홈런 기록이나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야구장 가기.

야구 2008. 6. 5. 12:23
5월 31일 : 두산 대 기아 전.

SK 한테 7전 전패를 그것도 이틀만에 만루홈런 3개 맞고 질때만 해도 이거 두산한테 완전 털리겠구나. 생각했다. 응원하는 팀이 7연패 하는 걸 보고 있었던 팬만이 느낄 수 있는 연패에 대한 두려움. 난 결국 경기 끝까지 못보고 그냥 자버렸는데. 봤다간 진짜 속뒤집어질만한 경기였지. 밤 12시까지 끈질기게 연장전 치루다가 만루홈런에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모습. 으아..

SK를 제외한 7개구단 팬들은 다 SK를 한국 프로야구의 명성에 먹칠하는 팀이라고 욕한다. 물론 기아랑 경기하면서 투수를 9명이나 내보낸 전대미문의 지겨운 야구를 구사한 걸 보면 정이 떨어지긴 하는데, 난 아무리 봐도 SK 잘 하는 거 같다.(9명인지 6명인지 확실치 않네. 6명인가?? 나 그날 경기 끝까지 안봐서 잘 모르겠음) 아무리 밉상이라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SK 야구 잘하더라. 쩝. 교체되서 나온 투수들도 하나같이 다 안정적. 부러웠다. 뭐 스포츠맨 쉽이 결여되어있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계속 이기잖아. 저번주 일요일에는 삼성한테 2연패 하고 마지막에 18:0 으로 이겼다지. 솔직히 멋있더라. SK 팬들 얼마나 속 시원했겠냐. 8:0 도 아니고 18:0. 후덜덜이지.

SK한테 그렇게 진 뒤로 두산을 만난다고 할 때 솔직히 두산한테 2승 1패만 해도 성공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왠일 금요일에 10:3 으로 두산한테 이긴거다. 경기내용도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리고선 기분 좋아서 또 야구 게시판 가서 기아 승리에 대한 기사 보고, 하이라이트 동영상 보고 하다가 12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그 다음날 윤석민이가 선발이라고 그래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왠지 기분에 또 이길 것 같아서 가기로 결심했다.

티켓링크가서 이왕 가는 거 제일 좋은 자리 가야지 하고 테이블 석 봤더니 거긴 매진. 지정석 봤더니 군데 군데 한자리씩 남아 있었다. 그래 뭐 혼자 오는 사람이 흔치는 않겠지. 흐흐흐. 제일 좋아보이는 자리로 예매하고 다음날 조금 일찍 잠실로 향하려고 했는데 자다가 조금 늦었다.

2회말 이었나? 그때 쯤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이 뭥미? 벌써 6:0 이었다. 걸어들어가면서 기아팬들이 미친듯 환호하드만 이거 때문이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엄청 아쉬웠다. 점수 내는 걸 못봐서..;;

내 자리는 3루 지정석이었는데 윤석민이 공던지는 것도 잘 보이고 타자들이 공 때리는 것도 잘 보이고 꽤 좋은 자리였다. 경기하면서 선수들이 투수가 공던지는 거 타자가 공 치는 거에 집중 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거의 빨려들어갈 듯 쳐다보면서 공격 과 수비를 준비하는 모습! 굳@

지정석 사람들은 응원보다는 그냥 야구 보러 온 사람이 많아서 큰 소리로 응원은 안하는데 저쪽 일반석 기아 팬들은 크레이지 모드였다. 근데 혼자가선 거기 껴서 미친 듯 응원하면 더 웃겨 보일 듯 싶어서 난 나중에도 그냥 지정석 가기로 했다. 아니면 저쪽 외야수 쪽 가서 이용규 얼굴이라도 가까이서 보든지.

5회 끝나고 운동장 정리할 때 긴 화장실 줄을 기다려 6회말에 다시 자리로 돌아와보니 또 이 뭥미. 나 없는 동안에 기아가 2점을 더 뽑아놓았다. 결론은 야구장을 가긴 갔으나 기아가 점수 뽑는 건 하나도 못봤다는거.

이후로는 평범한 경기내용으로 8:3 으로 끝났다. 두산은 만루 상황에서 점수를 못 뽑은 게 가장 큰 패인이었을 듯. 윤석민은 예전 최고의 컨디션 때 만큼은 못던지더라. 그러니 만루 상황도 만들었겠지만, 그래도 또 믿을맨임을 증명해준 게 원아웃 만루에서 고영민 삼진 잡을 때 완전 멋져부러~~ 역시 기아에 믿을맨은 윤석민 밖에 없나 싶었다. 아이코 듬직하여라. 아. 그리고 석민어린이 키도 엄청 크고 등치도 엄청 크다! 오늘의 MVP 로 뽑혀서 인터뷰 할 때 그나마 가까이서 봤는데 크긴 크더라. TV 로 볼 땐 딴 선수들에 비해 비리비리 해보이는데 그럼 딴 선수들은 어떻단거지.
윤석민 다음으로 좋아하는 이용규는 그나마도 제대로 못봤다. 프로필상 키는 173 이지만 내가 보기엔 더 작아보였던 것 같다. 아.. 이용규 진짜 가까이서 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난 종종 잠실, 목동, 문학 을 찾을 것 같다. 생각보다 꽤 재밌더라.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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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경기장에 간 팬이 찍은 윤석민 투구 연속동작-출처 :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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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에서 공격 끝나고 이용규가 홈으로 못들어온 걸 아쉬워 하는 장면이랜다.- 출처 : mydaily

아. 이날 승리로 작년 시즌 성적이 7승 18패로 최다패전투수 였던 윤석민은 현재 7승 3패로 롯데 손민한과 함께 다승 1위. 솔직히 말하면 기아가 4강안에 들려면 앞으로 6연승 7연승을 해줘야 하는데, 이는 좀 어려워보이고 맘 같아선 그냥 윤석민이 다승왕만 해도 이번 시즌 성공이라고 본다.

두산은 기아한테 3연패를 하고 롯데한테 또 져서 4연패의 늪에 빠졌다.(두산같은 강팀한테 4연패는 타격이 좀 클듯 싶다) 저번 4월에 6:0으로 기아가 이기고 있었는데 기아 투수들이 주구장창 볼넷을 던져서 마지막에 6:7로 두산이 승리한 경기가 있었다. 기아가 연패하고 있을 때였지 아마. 이 경기 생각하면 기아 선수들이 두산한테 설욕 좀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죽어라 뛰어다닌 건 당연하다고 본다. 그리고 두산은 여유가 많잖아. 내가 보기엔 두산이 4위 밑으로 떨어질 일은 절대 없어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