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에서 꿀맛같은 잠을 자고 나서 일어나서 료칸 1층으로 내려갔다. 저녁은 방안으로 들여주지만 아침밥은 료칸에 있는 식당에서 모여 먹는 거였는데 역시 훌륭했다.
우리가 갔던 료칸이 한국 여행사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곳이라 그런가 우리 빼고는 다 일본 여행객 이었다. 료칸에서 나눠주는 하카타 입고 내려온 사람들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고. 난 너무 일본스러운 옷이라 별로 안 땡기기도 했고 앞서 말했던 것 처럼 너무 크기도 해서 입지 않았다.
그 전날 밤에 아침에 온천 가본다고 하고 결국 자느라 못갔다. 90% 이상 예견된 일이었지만. 내 친구는 부지런하게 아침에도 온천 다녀왔다고. 결국 일본에서도 유명한 온천 관광지 유후인 가서는 온천 한 번도 안하는 불상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난 그냥 그때 더 자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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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다 먹고 짐을 챙겨서 유후인 구경해야지 하고 나서려는데 캐리어가 걸리적 거려서 료칸 프론트에 맡겨달라고 하니 완전 친절하게 맡아주셨다. 아. 료칸 카미노유 강추요.
전날 비까지 와서 그런가 하늘이 정말 맑았고 정말 더웠다. 후쿠오카에서 2시간 20분 가량 남쪽으로 내려가서 그런걸까? 우왕. 우리나라에서는 익히 느껴보지 못했던 아침부터의 더위. 우리나라는 진짜 좋은 나라. 히히히. 여름도 견딜만한 더위고 겨울도 딱 견딜만한 추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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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니 유후인역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준다고 하여 자전거를 대여하러 갔다. 거기있던 자전거는 national 제품으로 반전자동 자전거였는데 오르막길 같은데 나오면 자동으로 전기가 공급되서 하나도 힘 안들이고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전거였다. 매우 더웠기 때문에 오르막 올라가는 것 까지 힘들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듯 하다. 자전거 대여소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어로 적혀 있는 안내문도 복사해서 주셨는데 여기 저기 많이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많아서 친구가 몇 개 고쳐줬다. 그랬더니 거기 운영하는 여자분 두 분이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전자 자전거를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봐서 친구가 적어주고 왔다.
근 10년 만에 자전거를 타는 거라 떨렸는데 역시 자전거는 날 배신하지 않고 잘 굴러갔다. 그런데 한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자전거가 내 키에 비해 너무 높아서 패달은 밟히는데 절대 발이 땅에 닿지 않아서 오랜만에 자전거 타는 나에게는 큰 공포를 안겨주었다. 친구가 뒤에서 보기에 완전 불안하다고... 사실 내가 겁이 좀 많아서 사람이나 차가 좀만 가까이 와도 패달 돌리길 멈춰버리는데 넘어질 뻔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자전거로 차 긁을뻔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님) 근육 경직되어서 타니까 엉덩이는 또 얼마나 아프든지. 흑. 키작은게 죄다 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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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리코에는 오리들이 많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집에와서 보니 오리 사진이 무지하게 많았다. 나 왜 이렇게 오리를 열심히 찍은거지? 흠. 저번에 TV 보는데 오리 새끼들이 나와서 내가 오리는 다른 새들보다 귀엽단 말이야. 이랬더니 아빠가 그래서 도날드 덕 캐릭터도 나온 거라고 하셨다. 음. 맞는 말 같다. 헐. 딱히 쓸 곳은 없지만 아까워서 여기에 올리겠다. 오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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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 유후인 구경하고 후쿠오카행 기차 타는 거 까지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그건 무리인 듯 하고 또 기약없이 다음에 써야겠다. 진짜로 큐슈 여행기 다 쓰는데 1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아침이 싫어요.

일상 2008. 7. 25. 08:51
대학생때 하는 거 없이 마음이 허하고 외로울 땐 잠들기 전이 참 힘들었다. 그냥 좀 외롭고 어디에 전화도 좀 하고 싶고 영화 보고 싶기도 하고 자다가 일어나서 일기 쓸까 하다가 냉장고 열어서 물 좀 마시다 결국 CD Player 를 틀고 천장만 바라봤다. 아 그때만 해도 mp3 파일 보단 CD player 로 음악을 훨씬 많이 들었는데. 여름 밤에 누워서 듣는 음악은 참 좋았다.
참 팔자 좋은 시절이었다. 내가 그렇게 누워서 한 생각이라곤 고작......다른 각성한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심각히 고민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 생각은 정말 하잘 것 없는 것들이었다.
외롭긴 했지만, 난 그냥 그 한시간 남짓한 시간이 너무 좋았다. 학교에 가기 싫음 안가도 되고, 공부 하기 싫음 안해도 되고. 가진 자 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 아니었을까. 뭐 돈은 하나도 없었지만, 내가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 하나는 오지게 많았으니까. 돈까지 있었음 좋았겠지만, 그냥 시간 많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좋았다. 그 시간을 뭔가 더 보람차게 써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하질 않았는데, 어렴풋이 내 인생에 언제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냐.. 싶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그 허송세월의 댓가로 난 내가 있기 싫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요즘에는 잠드는 건 크게 문제가 안된다. 씻고 머리 감고 누우면 거의 다이렉트로 잠이 드니까.
문제는 아침이다. 아침. 아침에 눈을 뜨면 약 10초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밤에는 아무 생각이 없고, 오히려 드라마 보고 11시에 하는 시덥지 않은 프로그램 보면서 웃기도 하는데, 우와... 아침에는 정말 답이 없다.
나의 기상시간은 5시 50분. 6시까지 세수하고 밥먹고 맨날 똑같이 전철타고 오는데, 전철에서 실컷 자다가 내릴 때 되서 일어나서도 약 5초간 아. 죽고싶다. 는 생각. 원없이 잠을 못자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그냥, 별 건 아니지만 직장인 되면서 부터 생긴 차이라면 차이라서.

오늘은 월급날. 닥치고 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