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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06 봄은 왔지만.

봄은 왔지만.

일상 2016. 3. 6. 23:24

볼을 스치는 바람이 날카롭지 않고, 장갑을 끼지 않고도 걸을만 하다. 내가 집을 나서는 7시 10분에 이미 해도 떠 있다. 겨울이 되자마자부터 계속 봄을 기다리는 나는 이제 좀 살만한 날씨구나.. 생각한다.

삼일절에는 오랜만에 친가 식구들을 만났다. 할아버지의 기일이었기 때문에 갔는데, 아주 애 같기만 했던 사촌오빠의 자식들이 벌써 고3이고 중학생이고 참 쑥쑥도 컸더라.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식구들은 내 나이를 듣고 다들 깜짝 놀란다. 하긴 나도 내 나이에 가끔 놀라니까.

어린 시절 30살이 넘으면 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고 상상할 때는 분명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더 멋지고 좋은 날이 펼쳐질거란 기대를 품고 사는 것이 참 힘이 든다.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언제나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이제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것이 거창하고 큰 것일까?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을텐데.. 왜 나에게는 일생에 걸쳐 이렇게 어렵기만 한건지.



평소 라이브 앨범은 웬만해선 사지 않고, 듣지도 않는 편이다. 라이브 공연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잡음 없이 깨끗하고 좋은 음질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곡을 좋아하는데, Ryuichi Sakamoto 의 Media Bahn Live 앨범은 작년에 구입한 후 지금까지도 이틀에 한번 이상 이 앨범의 곡을 한곡 이상은 무조건 듣는다.

유튜브 찾아보니 이 공연이 86년 공연이라는데, 다시한번 80년대의 일본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였는지 실감하는 중이다. 86년에 녹음된 라이브 앨범의 음질 상태가 이렇게 좋을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86년도에 연주된 곡이 이렇게 (체제 전복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만큼) 혁신적일 수 있는 건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80년대의 일본인으로 살아보고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