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카 최고.

위로 2010. 2. 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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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때 무리하게 일을 벌이다가 크게 아팠다. 원래 난 소화기능 하나는 끝내주는데 회사 오면서 자꾸 체한다. 늙어서 그런가.
토요일에도 일어나자마자 체해서 하루 종일 입맛이 없어서 설사와 포카리 스웨트 마시는 것만 반복하다가 한의원 가서 침맞고 뜸을 떴다. (그러보면 난 참 한의원 좋아한다)
그리고 한 숨 잤는지 어쨌는지 밤 1시가 되도 잠이 안오는 거다.
갑자기 모노노케 히메를 다시 보고 싶어서 다운받아 봤다.
이 애니메이션 역시 고등학교 때 저질 화면으로 봤는데 이번에 좀 커서 보니까 저번 나우시카 때 처럼 느낌이 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앞에 있던 문구점에서 모노노케 히메 엽서 많이 팔았는데... (한참 정말로 유행이던 에반게리온과 함께)

이제까지의 지브리표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르게 머리가 잘리고 팔이 잘리는 등의 잔인한 장면도 많고, 특히 재앙신으로 변한 멧돼지는 극장에서 봤으면 토가 나오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혐오스럽기 까지 하다. 그런데 그 재앙신 이라는 이름에는 딱 걸맞는다. 중학교 때 같이 집에 가던 친구가 모노노케 히메 이야기 하며 징그러워 혼났다고 했던 게 새록새록 떠오르며 그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에 정식 개봉 했는데 난 그때 극장 가서 안보고 뭐한걸까. 이걸 극장에서 안보다니.

모노노케 히메는 이제까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해왔던 주제 그대로의 내용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가 잘만들었다는 증거는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라는 구도에서 헐리우드 영화에서 곧잘 보여주는 파괴하려는 인간 = 악 VS 지키려는 인간 = 선 이라는 극단적인 구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노노케 히메나 사슴신 에게는 절대 악이라고 볼 수 있는 에보시도 어떻게 보면 그 마을 사람들에게는 철을 만들어 일할 수 있게 해주고, 풍요롭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그 들 입장에서는 은인같은 사람이니까. 그런 면에서는 난 에보시도 참 좋다. 에보시만큼 강하고, 자주적인 여자 캐릭터가 어디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흔하던가.
어떻게 보면 나우시카에서 나오는 인물이 다시 재등장 한다고 볼 수 있는데 나우시카에서는 나우시카 자체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도모하는 인물이었다면,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아시타카 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모노노케 히메는 끝내 인간을 용서하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아시타카는 에보시의 편도 모노노케 히메의 편도 아닌 그 둘의 화해자적 입장에서 극의 시작 부터 끝까지 그 중심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역대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주인공 중 최고의 미남 미녀가 등장한다.
저번에 이 블로그에도 썼지만 (참조 :2008년 1월 17일 포스팅 ) 난 아시타카 가 참 좋다. ;;; 뭐 요즘 케이블 같은 데서는 변태 오타쿠들이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시타카 라는 인물을 처음 맞대했을 때는 가슴이 뛸 정도로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다. 그런 의미로 사진 몇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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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타카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명장면은, 모노노케 히메를 아시타카가 처음 만나는 장면, 예전 포스팅에서 나온 에보시와 모노노케 히메의 결투 후 총을 맞은 채로 모노노케 히메를 업고 가는 장면과 지쳐서 야쿠르 (아시타카가 타고 다니는 동물) 에서 떨어졌을 때 모노노케 히메가 " 왜 날 막았지." 라고 물으니 "널 헛되이 죽게 하고 싶지 않았다." 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 뒤에 모노노케 히메가 "헛소리 지껄이지 못하게 니 목을 찔러주겠다.!" 라고 말한 후 아시타카가 "너는 아름답다." 라고 말하는 장면은 보너스)

원래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집에 OST 도 가지고 있는데 주말 이후로 계속 잔상이 남아서 어제도 들었다. OST의 장점은 그건 거 같다. 음악만 들어도 그 영화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거.

일본 애니메이션

위로 2008. 1. 17. 16:32

어렸을 때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 모두 다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사실은 어린 나에게 충격이었다. 일본은 그냥 통상적으로 일본놈이라 부르는 아주 몹쓸 나라 아니던가. (일본 좋아하시는 분 들에게는 죄송)
어찌되었든 일제 침략기를 배운 이상은 우리나라사람이 뼈속 깊이 좋아할 수 있는 나라도 절대 아니고, 일본놈은 다 나~~쁜 놈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내가 그렇게 좋아해 마지 않던 만화들이 모두 다 일본산 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애니메이션이 질 낮은 것들이 아니라 멋지고 고차원적 이라는 것. 등등이 만화시간만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어느 정도 책에 대한 기호가 생겨날 무렵에 읽은 일본책들은 죄다 내 취향이 아니라서 지금도 관심없을 뿐더러 우리나라 문학보다는 몇단계 아래라는 확고한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총체적 문화적 깊이로 봤을 때 일본 보다는 우리나라가 더 뭐라고 할까. 확 슬프지는 않지만 은근히 슬픈 것 (단어로 표현하질 못하겠다!!!) 한마디로 더 품위있는 슬픔 같은 것이 느껴져서 흠. 역시 난 한국 사람이군. 하고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어찌되었든 비극적 역사를 가진 나라 아닌가. 유난히 애국심이 뛰어나군. 이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난 일본 애들 문화가 너무 과대 포장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슨 문화학자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기 때문에 위에 한 말은 다 내 생각이고 의견일 뿐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거다. 여러모로 성에 안차고 탐탁치 않은 일본이지만 걔네 나라에서 만든 애니메이션들이 내가 가장 여리고 순수했던 시절  감수성 발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것 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거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말하자면 많지만, 대체적으로 난 지브리 스튜디오 가 만든 만화들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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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중 한 장면


특히 '귀를 기울이면' 이 제일 좋았다. 그 만화 주인공과 내 나이가 거의 같을 무렵에 봤고, 과장하지 않은 일상 묘사와 주인공인 시즈쿠가 고민하는 것들, 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나이 또래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너무나도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감독이 얼마나 연구를 했으면 저 정도로 정확하게 심리 묘사를 할 수 있는지 감탄스러운 작품이었다. (심지어 보고 찔끔 울기까지 했다!!! 울만한 내용이 전혀 아님에도)

그 애니메이션들이 내 감수성 발달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OST까지 섭렵하며 듣고 또 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연주곡들인데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엊그제는 MP3 Player 에 있던 일본 애니메이션 삽입곡을 듣다가 새삼 그때 당시 생각이 났고, 아직 어린 나이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 많은 곡 들 중 베스트로 생각했던 두 곡은 바로 아래 두 곡인데, 첫번째는 에스카플로네 OST 중 Cradle song, 두번째는 귀를 귀울이면 OST 중 이름 모를  OST내 12번째 곡이다.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귀를 기울이면' 이지만, 제일 멋있어라 하는 남자 주인공은 또 따로 있다. 바로 '원령공주'의 남자주인공 아시타카!!!! 이 역시 중3때 만화 주인공한테 반해선 두근거리기 까지 했다. 아직까지도 아시타카는 역대 내가 본 애니메이션 중 제일 멋진 남자 캐릭터 1위다.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8FCBBC8ADFE0D8D8E8C3283C926C4DC7C52E&outKey=211de81290ed57b49039f70bf40f0d8c3a520d30daa8b954b2bdabc84f0d85ae59d48d480f92bec450d5c69985bb70c2



 요즘 나온 연예인 중에 아시타카랑 이미지가 비슷해서 눈여겨 보고 있는 애가 있는데 그 애는

그냥 출퇴근길에 음악 듣다가 생각나서 별 시덥지 않은 글을 이렇게 쓰고 있지만(뭐 다른 글은 그럼 안 그런가. 크큭), 사실 요즘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거 잘 찾아보지도 않고 예전 것만 다시 보고 싶고 그렇다. 늙은건가..

P.S 참고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토토로에서 토토로랑 같이 나무 키우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이 2D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