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

일상 2015. 12. 14. 13:48

흔히 보수언론이라 말하는 신문들은 젊은이들의 유행어에 참 의미부여를 크게한다. 쥐뿔도 모르면서.

몇 년전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할 때 ㅈㅅ일보는 무려 두페이지에 걸쳐 특집기사를 실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었다. 내용은 된장녀와 고추장남을 비교한 내용이었는데 사치스럽게 차려입고 스타벅스 컵을 든 여자와 수수한 차림의 남자를 대비하여 아주 신나게 된장녀의 의미 특징 등을 아주 길게 써놓은 글이었다. 여성 혐오적 단어에 대한 반성과 비판은 전혀 없었고, “여러분 요즘 여자들이 이렇게 골이 비었답니다!” 라는 의미 외 어떠한 뜻도 없는 완전 쓰레기 기사를 위해 무려 두페이지를 할애한 걸 보고 정말 이 나라는 답이 없단 생각을 했다.

요즘은 집에서 ㄷㅇ일보와 ㅈㅇ일보를 보는데, 금수저 흙수저와 헬조선이라는 말이 아주 뜨거운 감자다. 그때나 지금이나 논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관련기사중 [젊은이들이 가난한 부모님을 원망하기 위해 흙수저 금수저를 만들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현실을 바꿀 생각 없이 사회 비판적이다.] 라는 건 양반이다. [이 세상을 바꾸는 건 흙수저다. 금수저보다 흙수저가 강하다.] 이런 기사는 정말 더 최악이다.

가끔 돈걱정이 전혀 없는 삶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보곤 한다. 돈만 있으면 최고라는 이 나라에서 돈이 있으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안된다.

젊은 층이 부모님을 원망하려고 금수저 흙수저란 말을 만들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이 금은보화를 숨겨놓고 우리가 가난하게 키우신 게 아닌 걸 알고 있다. 모든 걸 바쳤지만 어쩔 수 없으셨던거다. 당연히 그런 부모님을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계신데, 말이 요양보호사지 실상은 파출부보다 못한 것 같다. 엄마가 당한 수모를 듣고 있으면, 당장 그만두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어 항상 가슴이 아프다.

내친구는 해외 파견가서 주6일 근무하며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까지 하루 12시간씩 근 2년동안사막에서 정말 노예처럼 일했지만, 여전히 겨울 가스비 걱정을 하며 산다.

애초에 집안에 가진 부가 없으면 부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의 열배의 수모와 모멸을 견디며 일을 열라게 하며 살아봤자, 그 사회계층에서 절대 벗어날 수가 없다. 더 웃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건 무시 뿐이니 지옥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거다.

난 우리나라가 참 좋다. 그런데 난 순간순간 열심히 사는데, 부모님도 친구도 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 힘든 건지 모르겠다.

노력이 부족했던걸까. 내가 더 잘났어야 했던걸까. 나만이라도 안그러려 노력하는 걸로 바뀔 수 있을까. 비교하고 실망하는 거 진짜 싫은데 요즘 자꾸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

참 쉽게 사는 사람은 쉽던데. 이런 일기도 정말 쓰기 싫지만, 신문읽다 너무 화가 나 참을 수 없어 지껄여본다.

P.S 휴.근데 ㄱㅎ, ㅎㄱㄹ 는 기사 수준이 더 떨어져서 결국 또 계속 ㅈㅇ, ㄷㅇ 일보 보겠지…적어도 문화면은 훌륭하니. 그래도 ㅈㅅ 은 평생 안볼거다.



난 식당가서 남자가 이모님 하는 게 싫다. 조금 호감이 있었다가도 이모님 하면 정이 딱 떨어진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작은 거긴 하지만, 그 한마디에 나와는 완전 다른 사람이구나 하는 괴리감이 든다.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싫다.
그리고 주문하면서 "맛있게 해주세요." 같은 말 붙이는 것도 싫다.
(아 싫은 거 투성이-누가보면 완정 성격 드러운 줄 알겠지만 싫은 건 싫은 거지)
난 그냥 저기요. 뭐 주세요. 라고 짧게 끝내는 게 좋다. 여자든 남자든.
그리고 출퇴근길에 난 포커스, 노컷뉴스, 시티라이프 등 흔히 무가지라고 말하는 걸 한번도 가져온 적이 없는데, 챙기는 사람은 무조건 챙기는 모양이다.
내가 뭐 그런 신문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집에서 시켜보는 신문도 안봄) 손에 들고 다니면 짐되고 전철에서 신문 수거하는 아저씨들이 좀 무섭다. 그 아저씨들 어떤 사정으로 그렇게 수거를 열심히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무턱대고 욕할 건 아니지만, 경쟁자들 추월하려고 만원 지하철에 막무가내로 뚫고 지나가는 통에 짜증 났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미용실에서 머리자르는 사람이 친해지려고 말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싫어서 가끔 일부러 다른 미용실도 가고 그러는데 오늘 점심 때 이런 이야기 했더니 넌 매사에 자신감 없고 오지랖이 너무 좁아서 탈이라고 부장님한테 핀잔 들었다.
회사에서 청바지, 운동화 신지 말라는 공지가 떴다. 아.. 지금 회사에서 유일하게 맘에드는 점이 복장 완전 자율이었는데, 일단 약 한달간은 좀 잘 챙겨 입다가 상황봐서 다시 내 본 모습으로 돌아가야겠다. 솔직히 청바지 아니면 옷이 없다.